사회 모든 곳에 있는 군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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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사회 모든 곳에 있는 군사주의

군사주의는 어떻게 패션이 되었을까
신시아 인로 지음·김엘리, 오미영 옮김 바다출판사·1만5000원

호기심은 학문적이라고만 할 수 없다. 그것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일이고,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일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일이다. 다른 사람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하나의 정치적 행위다. 지은이는 페미니스트 호기심에 대해 말한다. 페미니스트 호기심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지구화와 군사주의 작동에 대해 물음표를 찍는다. 지구화와 군사화는 어떻게, 그리고 왜 일어나는가를 묻는 것이다. 그 집요한 물음은 당연한 것 뒤에 숨은 힘의 관계, 그리고 이를 이용하려는 권력의 의도를 드러낸다.

1960년대 초, 나이키는 비용 절감을 위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 한다. 박정희 군사정권은 산업화를 빠르게 실현해 글로벌 경제체제에 편입하길 열망했다. 나이키에 값싼 노동력이 있다며 공장 유치를 제안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집안에서 살림을 배우다 시집을 가는 것이 당연한 절차처럼 여겨졌다.

여성들의 노동력을 공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했다. 캠페인이 벌어졌다. 공장에 가서 생활비를 벌어 가장을 돕고, 장남을 뒷바라지하며 돈을 모아놓으라고 홍보했다. 국가의 목적은 젊은 비혼 여성들이 딸로서의 노동을 외국 기업이 이용할 수 있을 만큼 싸게 만드는 데 있었다. 군사정권은 여성을 제멋대로 선취하고 여성을 ‘시민’이 아닌 ‘순종적인 딸’로 규정하면서 지구화된 산업체계에서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했다.

지은이는 군사주의는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곳에 있다고 말한다. 제3세계 노동자들의 노동을 착취하여 만든 운동화나 옷, ‘군기가 빠졌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조직 분위기, 군대에서 고생하는 연예인들이 나오는 각종 미디어에 군사주의는 깊숙이 스며 있다. 지은이는 군사주의가 지속되면 진정한 민주적 삶이 끊임없이 파멸될 것이라고 말하며 숨어 있는 군사주의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우리의 삶을 탈군사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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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