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주요 장군들이 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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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한국군 주요 장군들이 사는 방법

시크릿 파일 위기의 장군들
김종대 지음·메디치미디어·1만6500원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첫 번째 육군참모총장이었다. 2003년 4월, 취임 직후 그는 육군본부 간부들을 소집해 ‘군인의 길’에 대해 강연했다. 강의 이후 그의 인기는 치솟았다. 남재준 열풍이었다. 10년 후 남재준 열풍은 또 분다. 2013년 12월 21일 국정원장 공관에서 있었던 송년만찬이었다. 그는 “2015년에는 자유민주체제로 통일될 것이다. 통일을 위해 다 같이 죽자”고 말했다. 이날 남 전 원장이 독립군가 <양양가>를 불렀다는 것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보수진영에서는 남 전 원장에 대한 헌사가 이어졌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일화로 시작하는 이 책은 한국 사회 장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군사전문가인 지은이는 남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직각 보행을 하던 생도 시절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여전히 세상을 직각으로 본다”고 말한다. “그에게 사각형의 세상에서 공산주의냐 아니냐는 가로와 세로를 구분하는 명확한 꼭짓점인 셈이다. 그것이 횡적으로는 ‘종북세력 척결’이라는 전선을 형성하고, 종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집요한 심리전으로 나타난다. 이 사각형이 바로 ‘남재준의 전쟁터’라고 할 것이다.”

이런 남재준 전 원장의 스타일은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현 주중대사)과 뚜렷이 대비된다. 남 전 원장에게 외곬이며 고집불통이라는 비난과 강직함이라는 찬사가 공존했다. 반면 김장수 전 실장에게는 친화력 있는 성격을 앞세워 당파를 초월한 협력자라는 찬사와 함께 기회주의적이라는 비난이 뒤따랐다.

2007년 남재준 전 원장에 이어 참여정부 두 번째 육군참모총장으로 취임한 김 전 실장은 2007년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 노 대통령을 수행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바로 옆 헤드테이블에 앉았다. 지은이는 “전임 남재준 총장이었다면 절대 불가능한 유연한 행보”였다고 말한다. 이 책은 한국군의 주요 장군들의 스타일을 분석하면서 막대한 책임을 진 장군들이 권력과 진급을 위해 벌여온 전쟁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대목에서 장군들이 어떤 행태를 보이고 권력과 어떻게 야합했는지를 전·현직 장교들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며 그들의 군사적 무능함을 비판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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