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대한 괴상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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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지구온난화에 대한 괴상한 해결

제목 에코플래닛3D: 지구 구출특급대작전

원제 Echo Planet 3D

감독 콤핀 켐군니르드

상영시간 81분

등급 전체 관람가 예정

개봉 2013년 10월 9일 예정.

이건 괴작이다. 영화 보는 내내 복잡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지구온난화 문제를 묘사하는 것은 과연 정치적으로 올바른가. 영화의 홍보대사를 맡은 마술사 이은결씨는 영화 시작 전 인사에서 “쉽게 보기 힘든 착한 영화”라고 했다. 이게 착한 영화라고?

<에코플래닛3D 지구 구출특급대작전> 영화의 주인공은 태국 북부의 카렌족 소녀 ‘노바’다. 카렌족, 정확히 말하면 카렌족의 일족인 파동족 소녀다. 아마 한 번쯤 TV나 언론을 통해 접해봤을 것이다. 기린 여인. 여성들이 목에 황금빛 링을 차곡차곡 쌓아올려 목이 길어지게 하는 관습을 가진 부족이다. 

노바의 갓난쟁이 동생 ‘호르페’는 지구의 목소리를 듣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어느 날, 하늘에 북극 오로라처럼 이상한 징조가 나타난다. 그와 동시에 수도의 대통령 아들 샘이 보이스카우트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 태국 북부 마을에 온다.

온갖 첨단도구를 자랑하던 이 아들은 자신이 이끌던 팀원들을 지도에 표시되지 않은 지름길로 인도하는데, 그 첨단도구들은 다 먹통이 된다. 북극 오로라처럼 이상한 징조는 지구를 돌던 인공위성들이 떨어지며 낸 궤적이었다. 

지구인들이 이산화탄소를 너무 많이 배출해 오존층이 파괴되자 불덩이 괴물-영화 속 지구의회에서 이 괴물을 설명하던 사람들은 이 괴물을 ‘BUCT’라고 명명한다-들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인류가 만들어놓았던 기계들을 동원해 사람들을 습격한다. 지구의회는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습격하는 BUCT들을 저지하기 위해 냉동폭탄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프로젝트의 최종 결재권자는 샘의 아버지인 대통령이다.

이렇게 요약하고 보니 그럭저럭 무난한 이야기인 것처럼 들리는데 전혀. 도대체 이산화탄소가 어떻게 뭉치면 불덩이 괴물이 될 수 있을까. 날뛰는 불덩이 괴물들을 저지하려면 전기스위치를 끄면 된다고 하는데, 전 세계의 전기스위치를 동시에 끄는 일시적인 조치로 ‘장기적인 기후변화’인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정말 지구 멸망 직전의 순간까지 “내 알 바 아님. 그것은 대통령 책임”이라고 악당 과학자는 태연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온갖 의문들이 연달아 떠오른다. ‘아아, 이 영화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가 아니라 학령기 이전의 아동들을 타깃으로 한 영화지’라고 스스로 납득시키려고 애를 써도 도무지 용서가 안 되는 수준이다.

돌이켜 보니 불편함은 주인공들의 설정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비록 만화영화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소녀의 액션 장면이 나올 때마다 긴 목이 부러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둘째로 불편했던 것. 한국어 번역에는 미국이라고 되어 있지만 영화 속 설정에서 세계는 일극화되어 있다. 세계의 수도는 뉴욕이다. 지구의회는 오늘날의 유엔이다. 

영화는 얼핏 지나가면서 이게 2025년의 세계라고 말한다. 전 세계가 한 나라, 그러니까 미국화되어 있다는 것을 영화의 배경에 깔고 있다. 냉동폭탄을 사용할지 여부를 두고 지구의회에서는 격론이 벌어지는데, 아이들의 말을 무시하고 폭탄을 사용하라는 압박을 러시아와 ‘카본’(탄소)의 대표가 가한다.

처음에 괴작이라는 것은 과거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B급 호러영화들이 뉴욕이 배경이라고 천연덕스럽게 주장하면서 싸구려 영화를 찍은 것처럼, 미국의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태국의 콤핀 켐군니르드 감독이 ‘지구온난화 해결’을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메시지를 괴상한 방식으로 담은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감독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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