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은 ‘아픔’이 묻힌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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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아물지 않은 ‘아픔’이 묻힌 땅

섬이 하나의 큰 무덤이 됐던 때가 있다. 77년 전의 제주도였다. 양민 3만여명이 죽었다. 광기의 피바람이 끝나갈 때쯤 6·25전쟁이 터졌다. 이승만 정부는 인민군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리 잡아둔 예비검속자를 처형하라 지시했다.

서귀포시 모슬포 양곡창고에 347명의 양민이 감금돼 있었다. 1950년 8월 20일 밤중이었다. 창고에 있던 250명이 섯알오름 큰 웅덩이로 끌려 나왔다. 총성은 두 차례 울렸다. 해병대와 경찰은 합동으로 새벽 2시와 5시경에 61명, 149명을 총살했다. 가족들은 시신을 수습할 자유마저 빼앗긴 채 눈물로 세월을 보내다 6년 8개월이 지난 1957년에 거의 형체도 알 수 없는 시신 149구의 유골을 수습했다. 132구의 시신은 공동 묘역에 안장했다. 유족들은 묘비를 세워 이곳을 ‘백조일손지묘’라 칭하고 뒷면에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100명도 넘는 사람이 한날 한곳에서 죽임을 당해 같은 곳에 묻혔다. 백조일손은 ‘백 할아버지의 한 자손’이라는 뜻이다. 제주 4·3사건 77주년을 앞둔 지난 4월 1일 백조일손 묘역을 찾았다. 무덤 너머로 보이는 나무와 산방산마저 큰 무덤으로 보이는 밤이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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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