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이션 소개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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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이션 소개팅에서 참가자들이 1 대 1로 대화를 하고 있다. / 토크블라썸 제공

로테이션 소개팅에서 참가자들이 1 대 1로 대화를 하고 있다. / 토크블라썸 제공

20·30세대 직장인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로테이션 소개팅’에 관해 취재했다. 로테이션 소개팅은 남녀 여러 명이 한 공간에 모여서 모든 상대와 돌아가며 1 대 1로 대화를 하는 소개팅이다. 대화 시간은 딱 10분. 인원은 남녀 각각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20명까지 참여한다. 가령 20 대 20 소개팅이면 200분 동안 20명의 이성과 10분씩 대화를 할 수 있는 셈이다.

‘다(多) 대 다’라는 것보다 특이한 점은 로테이션 소개팅을 주최하는 업체에서 참가자들의 신분증과 사원증을 확인한다는 점이었다. ‘신분증과 사원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날 소개팅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경고 문구를 써둔 소개팅 업체도 있었다. 번듯한 직장이 있는 사람만 오라는 듯해 경고 문구가 매정하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좀 기괴한 유행이라고 생각했다. 하루에 20명을 만나면 얼굴이랑 이름을 다 기억이나 할까? 급하게 10분씩 대화하는 소개팅에서 과연 짝이 맺어질 수 있을까? 우리 세대는 연애도, 결혼도 안 하는 세대인 줄 알았는데 짝을 찾는 데 다들 이렇게 열심이라니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참가자들을 인터뷰할수록 로테이션 소개팅이 왜 유행하는지 알 수 있었다. 참가자들이 꼽은 로테이션 소개팅의 장점은 ‘극강의 효율성’이었다. 일반적인 소개팅에서는 딱 1명의 이성을 만나보는 데 주말 하루를 다 쓴다. 밥 먹고 커피를 마시다 보면 돈도 적잖이 들어간다. 로테이션 소개팅은 5만원 내외의 참가비만 내면 한 번에 여러 명의 이성을 만나볼 수 있다.

게다가 로테이션 소개팅 업체에서 이런저런 조건까지 대신 확인해준다. 한 로테이션 소개팅 업체는 “결혼정보회사(결정사)보다는 가볍고, 데이팅앱보다는 무겁다”는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광고 문구를 내걸고 있었다. 결정사처럼 비용이 많이 들지는 않지만, 데이팅앱과 달리 나름 여러 가지 조건을 확인한 후에 상대를 소개해준다는 것이다.

로테이션 소개팅이 유행하는 이유까지는 납득이 됐지만, 소개팅에서 효율을 따지는 세태는 여전히 좀 씁쓸하다. 20·30세대가 연애에서도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은 시행착오를 겪을 여유가 없어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대에 취업해서 30대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집을 사야 한다는 유·무언의 압박을 탈출하기란 쉽지 않다. 해가 넘어갈 때마다 재촉을 받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을 때가 많다. 그 와중에도 어떤 친구는 오는 3월엔 퇴사하고 대학원에 갈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 각자의 속도대로 살고 싶은 친구들과 ‘한국사회는 요구하는 게 너무 많다’는 불평을 나눴다.

로테이션 소개팅이 유행하는 원인을 두고 색다른 시각도 있었다. 한 참가자는 로테이션 소개팅이 유행하는 이유가 “20·30세대가 능동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군가 소개팅을 주선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땐 스스로 나서는 적극성이 있는 세대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명절에 만날 일가친척들께도 미리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냥… 제가 알아서 잘할게요.”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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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