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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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입니다. 대통령이 한밤에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열이틀째가 되던 지난 12월 14일,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청년들을 비롯한 시민들은 서울 여의도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손에 쥔 응원봉을 높이 들고 국회를 향한 외침은 단 하나 ‘탄핵’입니다. 국회의원들의 무기명 투표가 시작되고 1시간이 지난 오후 5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은 가결.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립니다. 여의도 하늘에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해도 자리를 지키며 목청껏 노래를 부릅니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계엄’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삶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자유와 행복, 꿈과 희망 등 일상의 소중한 가치들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여의도를 거쳐 이제 광화문을 밝히고 있는 시민들이 ‘다시 만날 세계’ 에도 어둠은 있을 터입니다. 하지만 ‘어둠은 빛을 이길 순 없다’라는 역사의 진리를 저 작은 불빛들이 모여 다시 증명하고 있습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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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