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왜 구청 문 위에 올라갔을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렌즈로 본 세상]어머니는 왜 구청 문 위에 올라갔을까

서울 용산구청 관계자들이 구청 정문을 닫았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둔 지난 10월 24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유가족들의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참사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는 닫힌 문을 열지 못해 자신의 키보다 높은 철제문 위에 올라 절규했다.

“제가 대비를 하는 것이 오히려 직권남용입니다.” 박 구청장은 검찰조사에서 “인파 관리나 군중 통제는 경찰의 업무”라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했다. “그 장소를 모르면 구청장에 어떻게 출마하나요.” 이태원에 거주하는 박 구청장에 사고 장소를 평소에도 잘 알고 있었느냐고 검사가 묻자 그는 이같이 말했다. 참사 장소에 대해 자신 있게 알고 있다던 그였지만 “그 골목을 이용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 거라고 유추해본 적도 없어요”라고 진술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 구청장은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신청한 보석 청구가 인용돼 석방된 뒤 구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참사 이후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하지 못했고 이에 따른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벽처럼 막힌 구청 문에 오른 고 김현수씨의 어머니 김화숙씨는 회견에서 발언하는 내내 고개를 떨구고는 울었다. 떨리는 그의 목소리가 서럽고도 서러웠다.

<사진·글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렌즈로 본 세상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