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과 하얀 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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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국화꽃과 하얀 장갑

“우리 OO를 잊지 말아 주세요. 잊지 말아 주세요.”

어머니가 눈물을 떨구며 절규했다. 분향소를 찾은 유가족들은 서로의 어깨를 감싸며 위로했다. 해가 저물자, 토닥이는 손에 낀 하얀 장갑이 유독 눈에 띄었다.

지난 12월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에는 참사 이후 처음으로 희생자들의 영정이 놓였다. 참사 발생 47일 만이다. 참사 희생자 158명 중 유족이 동의 의사를 밝힌 76개의 영정에는 희생자의 사진과 이름이, 나머지 액자에는 국화꽃 사진이 영정을 대신했다.

16명의 유가족은 이날 직접 분향소를 찾아 영정을 안치했다. 영정을 한참 어루만지고, 헌화를 위해 다시 줄을 서고, 제단에 놓인 사진 속 자녀의 얼굴을 바라보기를 반복하는 유가족들의 움직임은 더뎠지만 누구도 재촉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희생자를 향한 추모·애도의 마음, 유가족을 향한 위로의 마음으로 많은 시민분께서 분향소를 찾아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시민분향소 설치 전날인 12월 13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생존자이자 목격자인 한 고등학생이 트라우마로 숨졌다. 이 사회는 참사로 함께 있던 친구들을 잃은 것도 모자라 악성 댓글에 시달리느라 아파했던 그 또한 구하지 못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가 159명으로 늘었다.

<사진·글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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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