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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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가을이 왔다

“가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가을길 햇빛을 따라/ 네가 웃으면서/ 내게로 올 것만 같아서// 여름이/ 어서 갔으면 좋겠다// 가을의 옷자락을 밟으며/ 내가 웃으면서/ 너를 만나러 갈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나태주의 시 ‘단순한 사랑’이 노래한 감성의 계절이 왔다.

아침 기운이 제법 서늘했던 지난 9월 14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를 찾았다. 투명한 햇살에 감이 익어가고, 가을걷이를 앞둔 논이 눈앞에 끝없이 펼쳐졌다. 한적한 시골길을 걸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들판 한가운데 쭉 뻗은 길이 보였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자전거를 타고 달려올 것만 같았다.

길 중간쯤 홀로 선 밤나무 한그루가 시선을 붙잡았다. 가지마다 가시가 빼곡한 밤송이가 입을 벌린 채 달렸다. 벌어진 밤송이마다 실한 알밤이 고개를 내밀었다. 밤나무를 카메라에 담는 순간 어디선가 바람 한자락이 불어왔다. 여린 풀잎이 바람에 한들거렸다. 이 모든 장면에 ‘설렘’이 있었다. 가을이 어느새 곁에 다가와 있었다.

<사진·글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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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