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깃집 불판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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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말씀입니까? 지금은 현장에 가 계셔서….” 8월 25일 기자와 통화한 한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8월 하순, 이 회사가 내놓은 고기 불판이 화제를 모았다. 스위치를 누르면 커튼처럼 봉이 움직여 불판을 덮는다. 불판 가는 법? 역시 스위치를 누르면 새로 봉들이 채워진다. 사용된 봉들은 물이 채워져 있는 수거통에 자동으로 채워진다. 세척은 다 쓴 쇠젓가락 씻는 것처럼 간단하다. 누리꾼들은 “고깃집 불판 근황.gif” 등의 이름으로 이 ‘움짤’을 공유했다. 대부분의 누리꾼은 이 고기 불판 아이디어를 반겼지만 “10년 전쯤에도 비슷한 것을 본 적이 있다”며 아직 아이디어 수준에 머무르는 제품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개드립

개드립

찾아봤다. 영상의 출처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 지난 8월 21일부터 펀딩이 진행되고 있는 제품이다. 이름은 봉돌이. 와디즈 펀딩은 캠핑용 제품이다. 한정판으로 개당 42만원. 실제 양산되면 가격이 관건이 될 듯싶다.

“주 타깃은 업소용입니다. 캠핑용보다는 좀 더 비싸지만, 테이블당 추가비용은 10~20만원에 불과합니다.” 오후 늦게 통화한 이근호 대표(54)의 말이다. 가격경쟁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특허청에서 검색해보면 지난 2017년과 2018년 이 제품과 관련한 특허를 받은 당사자다.

누리꾼의 궁금증이 집중되는 부분은 봉들을 돌리는 롤러 부분 세척이나 잔 고장 여부 등이다. “부평의 한 고깃집에서 지난해 12월부터 ‘버전 1’부터 시작해 현재 ‘버전 4’까지 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버전 4’가 들어간 지 두 달이 되었는데 더 이상 업그레이드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AS에 대한 문의도 두 달째 없고요.”

원래 회사는 LCD 점등검사장비 등을 납품하던 회사였다. 중국산 제품의 추격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회사 사정이 기울었다. 일종의 자구책으로 주력상품 변경을 꾀하는 것이다. “사실 저희 제품도 누구나 생각해낼 수 있습니다. 세상 살다 보면 불편한 일을 개선할 수 없을까 생각하다가 보니 나온 아이디어죠.” 이야기 도중 그는 “고기 불판 업계의 절반 이상을 대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쉽지 않겠지만 어쨌든 그 꿈, 꼭 이루시길.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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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