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앞 기도성회 알바 동원 논란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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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원 알바하시는 분들에게 대박 알바 소개합니다. 무려 2만원씩이나 지급한답니다. 그것도 당일 지급입니다!” 지난 9월 30일,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비아냥이다. 660원 알바란 한 달 전쯤 트위터 등을 통해 ‘폭로’된 댓글알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비방하면 기존 500원에서 650원으로 인상, 문재인·김정은·빨갱이 등을 쓰면 건당 660원을 지급한다”는 출처불명의 글이 돌았다. 660원의 30배를 지급한다는 ‘꿀 알바’란 도대체 뭘까. 10월 1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리는 기도성회 알바 모집 글이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 공고를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다. 당일 오후 2~4시에 행사에 참여하면 2만원을 지급받는다고 되어 있다.

게시물이 주목을 받은 것은 10월 3일 자유한국당과 보수·태극기 단체들이 광화문과 시청에서 열기로 한 집회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 때문이다. 공지는 10월 1일 시청 앞에서 열리는 ‘기도성회’ 행사로 되어 있지만 10월 3일 집회 알바 동원 증거라며 캡처글이 확산되고 있었다.

“우리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정치적인 일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국가와 민족 통일을 위한 기도성회다.” 10월 1일 행사를 주최한 예수중심교회 이석실 행정목사의 말이다. 그는 “적어도 교단 차원에서 알바를 동원하지는 않았다”며 “전국 100여개 지회 중 어느 지회에서 동원했을지 모르는데, 그것은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알바 공지를 낸 업체는 어떻게 말할까. 10월 1일 행사가 끝난 뒤 알바로 참여했던 사람들이 받았던 문자가 다시 온라인에 ‘폭로’됐다. “행사장 및 주변 식당·화장실 등에서 알바로 참여한 사람들은 절대 비밀 엄수해달라”는 당부다. 업체 측이 보낸 문자, 맞다.

업체 측은 “교회는 아니고 한 ‘개인’이 낸 돈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아르바이트라기보다 교통비 성격의 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 역시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고 밝힌 이 업체 대표는 “안 믿는 사람들에게 전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의뢰를 받아들였다.”라고 했다. 그는 “10월 3일 집회와는 전혀 관련 없다. 알바로 왔던 사람으로부터도 ‘10월 3일 집회도 가면 5만원 주지 않느냐’는 등의 문의가 계속 온다. 괜한 오해를 받으니….” 기도성회 집회 알바 동원 논란의 전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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