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드라마틱한 진보적 사회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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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시절 언론사 세무조사 반발로 ‘조중동 대 진보언론’ 프레임 탄생

장도리는 기승전결을 갖춘 가장 짧은 형태인 4컷으로 이루어져 신문을 통해 하루에 한편씩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만화다. 한국의 신문독자들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공통 관심사를 다루다 보니 주로 정치, 사회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다.

매일 연재되는 만화이지만 장편 스토리 만화와 달리 그 내용은 이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20년의 세월 동안 그려진 장도리를 돌아보니 하루하루의 짧은 만화들이 서로 맥락을 갖고 연결돼 큰 스토리를 이룬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작가의 의도가 아닌 역동적인 스토리를 가진 한국 사회의 변천상이 만화 속에 반영된 것이다.

한국 사회는 각각의 분야에서 때로는 진보하기도 때로는 퇴보하기도 하면서 빠른 속도로 변화해오며 장대한 스토리를 만들어 왔다.

[장도리 20년 회고](2) 드라마틱한 진보적 사회변화

장도리를 20여년 연재하면서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를 꼽으라면 국민들이 헌정사상 최초로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부 시절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시기에 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각 분야의 글로벌화가 급속히 진행됐으며, 남북 정상회담이 열려 국민들의 대북관에 큰 변화가 생겼고, 대기업 구조조정, IT산업의 발흥과 함께 필자가 몸담고 있는 경향신문사가 사원주주회사로 거듭나고 인터넷 언론이 약진하는 등 언론환경에도 지각변동이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드라마틱한 진보적 변화에 가려진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빈부차 심화로 서민들의 고통이 컸었고, 이에 따른 김대중 정부의 개혁정책은 동력을 상실하게 된 측면이 있었다. 소수 권력층의 카리스마적 리더십에 의한 개혁이 아닌 민주적 방식에 의한 개혁을 통해 다수 시민들의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진정한 시민사회의 건설이 요구되고 있었던 것이다.

<박순찬 경향신문 화백>

장도리 20년 회고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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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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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