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들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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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즈로 본 세상]영정들의 호소

서울 광화문 지하철역 안에 마련된 장애인 등급제 및 부양의무제 폐지 농성장 앞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장애인들의 영정사진이 있습니다. 작년만 해도 3명이었던 영정사진이 1년 사이 7명으로 늘었습니다. 장애인들은 장애인 등급제 폐지를 주장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35만명에 달하는데, 등급제를 적용하면 이 중 1급과 2급 5만명만 지원받는다는 겁니다. 총선과 대선이 있을 때마다 후보들과 정당들은 각종 장애인 복지 공약을 앞세워 표를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난 뒤 공약 실행은 너무나 더딥니다. 그사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지 못한 장애인들이 하나 둘 스러집니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저 영정사진 속의 장애인들이 호소하는 듯합니다.

<사진·글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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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