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현황과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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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스탠퍼드대학교의 HAI(Human-Centered AI) 연구소는 매년 AI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지난 4월 발간된 ‘AI 인덱스 2024’ 보고서는 AI 기술 및 기술 외적인 부분에서의 다양한 연구와 통찰을 500페이지 분량에 담았다. 여기에서 해당 보고서의 10가지 주요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첫째, AI는 일부 작업에서 인간을 능가하지만, 아직 모든 작업에서 그렇지는 않다.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 일상의 상황을 이해하고 추론하는 능력 등에서는 여전히 인간에게 뒤처진 상태다.

둘째, 산업계가 최첨단 AI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계가 51개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을 선보인 반면, 학계는 15개에 불과했다.

셋째, 최첨단 AI 모델의 훈련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AI 인덱스의 추정에 따르면, GPT-4는 훈련에 7800만달러의 비용이 들었고, 구글의 제미나이 울트라는 1억9100만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넷째, 최첨단 AI 모델을 가장 많이 선보인 국가는 미국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61개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이 나왔는데, 이는 유럽연합의 21개와 중국의 15개를 훨씬 능가한다.

다섯째, 대형언어모델(LLM)의 책임성 평가를 위한 통일된 기준이 없는 상태다. 주요 AI 개발사인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은 모두 서로 다른 AI 벤치마크를 통해 모델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주요 AI 모델의 위험성과 한계를 체계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여섯째, 지난해 전체 AI 민간 투자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는 급증했다. 2022년 대비 거의 8배 증가해 252억달러에 달했다.

일곱째, 여러 연구에 따르면 AI가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더 높은 품질의 작업을 끌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I가 저숙련 노동자와 고숙련 노동자 간의 역량 격차를 좁힐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일부 연구에서는 적절한 감독 없이 AI를 사용할 경우 오히려 성과가 저하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덟째, 과학적 진보가 AI 덕분에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데브(AlphaDev)가 더 효율적인 새로운 알고리즘을 찾아내고, 지놈(GNoME)이 재료 발견 과정을 촉진하는 등 과학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홉째, 미국의 AI 규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AI 관련 규제는 25건으로, 지난해에만 AI 관련 규제 수가 56.3% 증가했다.

열째, 전 세계 사람들이 AI의 잠재적 영향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하고 더 불안해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따르면, 지난해 AI가 향후 3~5년 동안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2022년 60%에서 66%로 증가했다. 또한 AI 제품 및 서비스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의 비율은 39%에서 52%로 증가했다.

이 같은 10가지 내용을 통해 AI가 기술적 혁신을 넘어 사회적·경제적 변화의 중심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AI 기술의 가파른 발전 속도에 발맞춰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공공성 확보를 위한 심도 있는 논의와 적절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각국 정부에 주어진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류한석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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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