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극화를 줄이는 ‘가교’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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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NordWood Them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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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와 포털 뉴스 댓글에선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우군을 동원하고 반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사용자가 넘쳐난다. 선거철이 다가올수록 이들의 극단적 목소리는 더욱 힘을 얻는다. 이들은 마지막 한 사람까지 자기편을 찾아내기 위해 온갖 잡다한 SEO(검색엔진 최적화) 기법도 연마한다. 제목, 섬네일, 발췌문에 이르기까지 자극을 배가하고 주목을 끌 수 있는 온라인 교육강좌에 기꺼이 지갑까지 연다.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우리말로 ‘관여’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콘텐츠를 전달하고 확산하며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추천 알고리즘엔 항상 이 단어가 등장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에 이르기까지 관여도를 중심에 두지 않은 추천 알고리즘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더 많은 ‘좋아요’와 공유를, 더 긴 체류 시간과 클릭을 유발하는 콘텐츠에 가중치를 높여줌으로써 플랫폼 몰입도를 높이려는 목적에서다. 바로 이 작동 방식과 보상체계에서 편 가르기와 정치적 양극화의 싹이 움튼다.

관여 기반 추천 알고리즘은 갈등의 조정보다는 그것의 극단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확증편향이라는 인간의 심리적 경향성과 관여도 측정 요소가 상호 시너지를 일으켜서다. 기본적으로 관여도는 분열적 온라인 행위에 보상한다. 관여도 기반 알고리즘이 감정적이고 자극적이며 타 집단에 대한 적대적인 콘텐츠를 증폭시키고 정서적 양극화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는 수차례 발표됐다. 선호도 기반의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은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을진 몰라도 결과적으로 ‘에코 챔버 효과(반향실 효과)’를 불러온다. 알고리즘에 대한 규제와 통제 논의가 글로벌 차원에서 깊어져 온 배경이다.

알고리즘 투명성은 문제의 진단 차원에선 의미가 있다. 하지만 궁극의 해법이 되진 못한다. 전제일 뿐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파적인 적대감을 완화할 수 있도록 민주주의적 가치를 추천 알고리즘 보상 요소에 투영토록 플랫폼 기업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가교 기반 알고리즘(Bridging Based Algorithm)은 분열을 해소하는 행동에 보상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추천 알고리즘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가 이념이 다른 사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유도한 콘텐츠에 알고리즘상 보상을 제공한다고 가정해 보자. 더 많은 노출을 얻고 광고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서 사용자들의 행동 양태는 변화하게 될 것이다. 다른 진영의 사용자들로부터 호감과 공감을 불러내기 위한 완화적 행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 이처럼 작은 측정 요소만 변경해도 사용자들의 행동은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게 된다.

얼마 전 X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이들 중 4분의 3이 비용을 지불하고 인증마크를 구매한 사용자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들은 X의 인증마크를 달고 허위조작정보를 공공연하게 퍼날랐고 널리 확산하기까지 했다. 추천 알고리즘을 민주주의적 가치 기반 위에서 재설계하지 않는 한 이런 행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국내 정치권이 국감 때마다 관심을 갖는 뉴스 추천 알고리즘도 예외는 아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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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