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계속되는 사기광고, “현재로선 답 없다”는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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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해리슨 의사’ 씨는 이 발명품을 널리 알리고 싶어합니다.”

비장한 음악이 깔리며 나오는 어색한 번역 투의 광고 문구. 기시감이 든다. ‘사기확률 99.9% 광고 방치하는 유튜브’라는 제목으로 ‘폴레어에어컨(사실 에어컨이 아닌 냉풍기)’ 기사를 쓴 지 한 달쯤 됐던가. 똑같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그래도 업계의 더러운 현실을 폭로하고 나온 이가 이영구, 김덕배처럼 현지화되지 않은 점이 다르긴 하다. 이번엔 안경이다. 렌즈 옆 다이얼을 돌리면 시력에 따라 도수를 정확히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이 주장하는 ‘혁신’의 내용이다. 이름은 비전프로(vision pro). 압축렌즈도 아닌 그냥 플라스틱이다. 한눈에 봐도 중국산 싸구려를 그럴듯한 스토리를 입혀 뻥튀기해서 파는 거다. ‘야바위’ 형식은 위 에어컨과 똑같다. 하나를 사면 6만9768원(8월 19일 환율 기준)이지만, 두 개를 사면 12만8800원으로 할인해주고 여기에 한 개를 무료로 더 줘 개당 4만2960원꼴이다.

사기 여부를 검증하는 소비자 페이지엔 이 회사를 두고 “주문번호, 고용인 및 사업장 위치 모두 가짜”라며 “에스토니아 탈린에 회사가 있다고 하지만 실제는 중국에서 여러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회사”라고 밝히고 있다. 유튜브를 검색해보면, 저 광고의 ‘말발’에 속아 안경을 산 한국 피해자가 올린 영상이 벌써 올라오고 있다.

“글쎄요. 고정된 URL이 있다면 차단조치를 할 수도 있는데, 일단 사용자 맞춤형 광고로 노출되는 것이라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의 말이다. 일단 안경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 단속 대상이긴 한데, 고정된 주소 없이 영상 전에 노출되는 광고이다 보니 유튜브 측이 자율규제를 하는 것 이외에 딱히 막을 방법이 없다. 유튜브 코리아 측에 문의해 봐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원칙적인 광고정책 외에 구체적인 시정조치 여부는 한국에서 확인할 길이 없다”고 답한다. 피해자가 지금도 속출하고 있는데 이대로 방치하는 게 맞을까.

현재로서는 답이 없다니 국회 국정감사장으로 들고 갈 수밖에.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님, 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 여러분, 9월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다시 만나 머리 맞대고 해결책을 진지하게 논의해봅시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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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