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환경당, 입당 영상 제목을 바꾼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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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유튜브 입당 영상이에요? 그건 웃자고 놀면서 올린 영상입니다. 우리는 생활정당입니다. 꼭 심각하게 할 필요가 있나요.”

가자환경당의 유튜브 영상. 처음 ‘입당시험’이라는 제목은 논란이 불거지자 ‘물구나무서기 도전’으로 바뀌었다. / 유튜브 캡처

가자환경당의 유튜브 영상. 처음 ‘입당시험’이라는 제목은 논란이 불거지자 ‘물구나무서기 도전’으로 바뀌었다. / 유튜브 캡처

3월 18일 통화한 권기재 가자환경당 대표의 말이다. 가자환경당? 이날 이 ‘이색정당(권 대표의 표현)’에 누리꾼의 관심이 쏠렸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비례연합당 상대로 ‘더불어시민당’을 택했고, 더불어시민당의 협약 대상으로 이 당이 이름을 올렸기 때문.

중앙선관위에 이 정당이 창당등록한 것은 지난 2월 27일. 말하자면 창당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신생정당이다. 비례정당 추진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 정당이 ‘무늬만 정당’ 아니냐고 의심한다. ‘환경’을 내세웠지만 참여하는 면면이 대부분 낯설다. 정당명에 ‘가자’를 넣은 것도 가나다순으로 결정되는 원외정당 투표용지 표기 순서를 앞에 받으려는 ‘꼼수’라는 의혹도 나온다.

어쨌든 그런 정당이 비례연합 대상으로 선정되었으니, 논의되는 룰대로라면 최소 비례의석 1석은 받아갈 수 있다. 기자와 통화한 권 대표 자신은 비례로 출마하지 않는 대신 “좋은 분들을 비례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청한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 권 대표의 얘기다.

앞서 언급한 유튜브 ‘입당시험 영상’이란 이 당의 박문혁 중앙당 대변인이 물구나무서기에 도전하는 영상이다.(제목이 ‘입당시험’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3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상을 링크하며 “더불어시민당의 후보들. 각 당에서 검증을 받은 후보들입니다. 아래는 가자환경당의 비례후보 자격심사 과정입니다. 이런 엄격한 절차를 거쳐 선발된 우수한 인재들이죠”라고 적었다. 물론 비아냥이다. 대변인 박씨가 실제 비례후보 공천을 받게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논란이 커지자 3월 19일 가자환경은 ‘가자환경당 입당시험’이라는 제목을 ‘물구나무서기 도전’으로 바꿨다. 권 대표와 통화한 날 오후 늦게 그의 2013년 성추행 의혹 논란이 터졌다. 앞으로도 닥칠 난관은 한둘이 아닐 듯싶다. 권 대표는 자신들이 비례정당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성공을 돕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과연 도움이 될까? 의문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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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