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박근혜 신권력지도

박근혜 신권력은 전문가 그룹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인수위원 친박 배제, 교수 다수 포진… 박정희 정부 참여인사 2세 포함 ‘눈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신권력 지도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 26명을 임명했다. 대부분 교수 등 전문가들이 발탁됐다. 인수위원은 통상적으로 정권 5년 내내 ‘인재 풀’ 역할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친박(박근혜)그룹 등 정치인들이 등용되지 못한 것은 앞으로 총리 등 내각 인선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암시한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출범할 박근혜 정부가 관료와 전문가가 이끄는 ‘박정희식 관료적 행정국가’로 가는 것 아니냐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이 1월 6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들이 1월 6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현판식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등 26명의 인수위원을 임명했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를 자신의 생각을 잘 아는 인사들로 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당선인 인수위 시절에는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 논란으로 출범부터 삐걱댔지만 이번 인수위는 특정 지역과 학교, 종교에 편중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이번 인수위가 전문가 그룹으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인수위원들이 정부 관료들로부터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박 당선인이 후보시절 강조했던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인수위원을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정치컨설팅 이윈컴의 김능구 대표는 “박근혜 당선인 인수위의 과제는 단순한 정권 인수작업을 넘어 시대교체를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며 “하지만 교수들은 구체적인 정책으로 들어가면 관료들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능구 대표는 “지난 2011년 말 새누리당 비대위 시절에 박 당선인은 김종인·이상돈·이준석 같은 개혁적 인물을 발탁했지만 이번 인수위에서는 개혁적인 인물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관료들에게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도
우선 인수위는 철저하게 전문가 중심으로 짜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대 인수위와는 다르게 정치인들이 인수위에 들어오지 못했다. 총 26명의 인수위원 중 선대위에서 박 당선인의 공약을 만든 국민행복추진위원회(행추위) 출신이 14명으로 절반이 넘고, 박 당선인의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 출신도 7명이나 됐다. 국회의원은 6명에 불과했다.

행추위 출신으로는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이 대표적이다. 이현재 경제2분과 간사는 행추위 경제민주화추진단에서 활동했다. 김장수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는 국방안보추진단장을, 최성재 고용복지분과 간사는 편안한 삶 추진단장을, 곽병선 교육과학분과 간사는 행복교육추진단장을 맡았다. 강석훈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은 정부개혁실무추진단 부단장을 역임했고, 안종범 고용복지분과 위원과 김현숙 여성문화분과 위원도 행추위에서 활약했다.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을 보면 고용복지분과 간사인 최성재 서울대 명예교수, 옥동석 인천대 교수,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인 윤병세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 경제1분과 위원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 경제2분과 위원인 서승환 연세대 교수, 고용복지분과 위원인 안상훈 서울대 교수 등이 있다.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가 이끌고 있는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 2010년 말 박 당선인이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대권 도전을 위한 정책 생산을 위해 만들어진 기구다.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변인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선인 비서실장과 대변인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박민규 기자

이들 중에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설립된 서울대 엘리트 기숙사인 정영사(正英舍) 출신도 있다. 최성재 고용복지분과 간사가 대표적이다. 정영사는 1968년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 중 가운데 글자인 ‘정’과 ‘영’을 따서 서울대에 세워진 기숙사다. 정영사에는 서울대 단과대별로 성적이 우수한 지방학생 4∼5명씩을 뽑아 학년별로 30∼40명씩 수용됐다. 당시 최성재 교수 등 학생들은 청와대를 방문해 박 대통령과 육 여사를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박정희 정권에 참여했거나 박정희 대통령과 인연이 있던 인사들의 2세들도 눈에 띈다. 이와 관련해 ‘2세 인수위’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외교국방통일분과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의 부친은 최재구 전 공화당 의원이다. 경제2분과 위원인 서승환 연세대 교수는 서종철 전 국방장관의 4남이다. 교육과학분과의 장순흥 카이스트대 교수는 부친이 장우주 전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이었다.

대부분 행추위·국가미래연구원 출신 인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세 인수위’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과)는 “인수위원들 중 일부가 박정희 정부 당시 활약했던 2세들이 포함된 것은 우연인 것 같다”며 “박근혜 당선인이 2세들을 기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일종의 연좌제”라고 말했다. 반면 임동욱 충주대 교수(행정학)는 “이른바 박정희 정권의 2세들은 잘 관리된 집안의 자제들로 우리 사회 문제의 핵심을 짚어낼 수 없는 사람들”이라며 “박근혜 당선인은 자신을 반대했던 48%의 유권자들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원들 중에는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있었다. 국정기획조정분과 유민봉 간사와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이혜진 간사, 여성문화분과 모철민 간사가 대표적이다. 유민봉 간사(성균관대 교수)는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도 일한 경력이 없고, 국가미래연구원에서도 활동하지 않았던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유민봉 간사를 박근혜 당선인측 핵심 인사가 추천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혜진 간사(동아대 로스쿨 교수)도 박근혜 당선인과 전혀 인연이 없다. 이혜진 간사는 인수위원이 됐음을 모르는 전화번호에서 문자로 받고 알았으며, 모철민 간사(예술의전당 사장)도 “박근혜 당선인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밝혔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근혜 당선인이 15년 동안 정치인 생활을 한 만큼 사람을 보는 눈 즉 직관으로 인물을 발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박 당선인의 직관이 항상 옳은 것이 아닌 만큼 인물을 충분히 검증하는 작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집| 박근혜 신권력지도]박근혜 신권력은 전문가 그룹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수위가 예비내각이 아니라 말 그대로 정권 인수를 위한 ‘50일용’이라는 견해가 많다, 이와관련,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26명의 인수위원 중 청와대 또는 내각으로 직행할 사람은 5명 미만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대신 이번에 기용된 인수위원들은 다시 현업으로 돌려보냈다가 필요할 때마다 호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대위에 있었던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경제와 안보 관련 인수위원 일부를 제외하고는 정부 또는 청와대로 갈 수 있는 인사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대신 인수위원을 했던 사람들은 소중한 박근혜 당선인의 자원인 만큼 등용될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는 정권인수 위한 50일짜리용”
박 당선인은 이재성 당 기획조정국장을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위 전문위원으로 임명하는 등 새누리당과 당 부설 여의도연구원에서 당직자 28명을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파견했다. 이들은 인수위 기간이 끝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박 당선인이 당직자들을 인수위에 파견한 것은 당을 청와대에서 원격조종하기 위한 사전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당직자들을 인수위에 파견한 것은 박근혜 당선인이 정책을 추진할 때 당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로부터 지원을 받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당직자들도 인수위에 다녀오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인수위원 인선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의 지지세력인 친박(박근혜)그룹이 모습을 감췄다. 박 당선인 최측근으로 불렸던 최경환 의원, 권영세 전 의원, 최외출 기획조정특보 등은 인수위원 명단에 없었다. 다만 강석훈·안종범 의원 정도가 인수위원으로 발탁됐다. 이들도 대선 때 공약을 만들었기 때문에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 인수위까지 입성시켰다는 후문이다. 또한 이들은 사실상 정치권에 물들어 있지 않은 초선 의원들이다. 강석훈·안종범 의원은 정치인이라기보다는 교수로 불리는 것이 더욱 자연스럽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해 4월 총선 때 박근혜 대표가 발탁한 비례대표 또는 지역구 의원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정통 친박그룹과는 차이가 있다. 앞으로 박 당선인은 친박그룹을 멀리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인사스타일이 2인자를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권 실세 논란’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인수위와 별도로 박 당선인은 비서실을 두고 ‘박근혜 정부’의 진용을 짜고 있다. 비서실장은 유일호 의원이, 정무팀장은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맡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서실이 사실상 새 정부의 설계도를 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관련기사

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