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하고 선명하게 개인의 역사를 기록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 내면에 새겨진 진짜 추억의 밀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빈약해졌다. 사진으로 완벽히 저장했다고 믿는 순간, 진짜 경험이 신기루처럼 흩어지기 때문이다.인지과학에서는 인간의 기억 과정을 크게 부호화(Encoding), 저장(Storage), 인출(Retrieval)의 3단계로 설명한다. 첫 번째 문제는 부호화 단계에서 발생한다. 무언가를 사진으로 남기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기기가 나 대신 이 순간을 기억해줄 것이라 믿게 된다. 뇌의 입장에서는 굳이 에너지를 들여 눈앞의 정보를 뇌세포에 각인할 이유가 사라지는 셈이다.미국의 심리학자 린다 헨켈이 명명한 ‘사진촬영장애 효과(Photo-Taking-Impairment Effect)’는 이를 정확히 꼬집는다. 피사체를 향해 셔터를 누르는 행위가 시각적 집중력을 높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뇌가 스스로 기억하려는 인지적 노력을...
1692호2026.08.15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