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달리다가 눈에 띄는 이정표를 찾아 들어갔다. 경기도 시흥의 관곡지. 이때쯤이면 생각나는 곳 중 하나인지라 오늘은 어쩐지 이곳에 가야만 할 것 같았다. 기록에는 관곡지가 조선 세조 때 연못이라고 나온다. 사헌부 감찰이던 권만형의 집안에서 소유한 사유지였다고. 여기에 권만형의 장인인 강희맹이 명나라에서 가져온 연(蓮)의 씨앗을 심었다고 한다. 그는 문신이자 농학자였고, 가져온 씨앗은 관곡지에서 시작해 널리 퍼져나갔다. 그래서 시흥에서는 이 마을을 연꽃의 마을이라며 ‘연성’이라 불렀다.가을마다 이곳이 생각난 건 몇 년 전 보았던 풍경 때문이었다. 한여름 우아한 자태를 뽐냈을 연꽃은 지고 이파리며 줄기는 이미 시들었지만, 촘촘히 모여앉은 가을의 연밭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볕 좋은 날 관곡지를 찾은 사람들은 고샅길을 따라 걷고 누군가는 자전거를 타며 가을을 즐기는 풍광. 이때쯤이면 어디든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모습이겠지만, 이곳은 아직 남...
1651호2025.10.29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