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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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2026.01.16
  • [신간] 중공군 참전을 다시 생각하다
    [신간] 중공군 참전을 다시 생각하다

    중국 시민의 한국전쟁천자오빈 지음·박철현 옮김·빨간소금·3만원항일전쟁(1937~1945)에선 소년병으로, 국공내전(1945~1949)에선 종군기자로 참전한 쉬광야오(徐光耀)는 문학도였다. 군에서도 틈틈이 단편을 써 신문에 투고했다. 두 전쟁이 끝나고 작가로의 길을 가게 된 날 그는 “아미타불”을 외쳤고, 일기에는 “찬란한 황금 같은 날”이라고 적었다.중공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되자 그의 마음은 ‘중국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것’과 ‘군인으로 참전하는 것’ 사이에서 요동쳤다. 그는 일기에 “(북한을 도와) 전 세계 공산당이 한마음이라는 국제주의 정신을 체험해야 한다”고까지 썼지만, 결국 작가의 길을 택했다. 그가 한국전쟁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된 건 자신의 애인이 전선인 한반도로 간 뒤부터다. 그에게 ‘국제주의 정신’은 조선에 있는 연인의 존재를 통해서만 비로소 구체적인 의미를 띠었다.이 책은 쉬광야오 같은 지식인은 물론 노동자, 농...

    1657호2025.12.10 06:00

  • [신간] 인간과 AI의 공존 방정식 탐색
    [신간] 인간과 AI의 공존 방정식 탐색

    인간 지능의 역사이은수 지음·문학동네·2만3000원세상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작, 노동 등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한다. 인간 지능은 더 이상 필요가 없을까? 이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 겸 서울대 AI연구원 인공지능 디지털인문학센터장은 “인간의 고유성은 고정된 속성이 아니라 변화하는 맥락 속 자신을 재발견하고 재창조하는 역동적 과정 그 자체에 있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은 인간 지능을 끝장낼 신이 아니라 오히려 창의력이나 독창성 등과 관련해 인간 지능의 정의를 더 엄밀하게 만들 기회가 될 수 있다.저자는 인간 지식 획득과 공유의 근간이 되는 네 가지 행위(발견하다·수집하다·읽고 쓰다·소통하다)를 기본으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 지능의 여정을 추적한다. 특히 ‘수집하다’에선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최초로 지식의 과잉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 인류의 상황을 지적한다. 단순히 지식이 눈앞에 있다고 해서 그것을 들이마실 게 아니라 가치를 가려내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

    1657호2025.12.10 06:00

  • [정태겸의 풍경](101) 전북 진안 메타세쿼이아길-가을의 미련을 만나는 길
    [정태겸의 풍경](101) 전북 진안 메타세쿼이아길-가을의 미련을 만나는 길

    겨울 한파는 언제쯤 오려나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번 겨울은 성격이 무던한 건지 게으른 건지 좀처럼 자기 성격을 드러내지 않는구나 싶었다. 물론 그 생각을 한 직후부터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되긴 했지만…. 전북 진안을 오랜만에 찾던 날도 낮에는 포근한 가을 같았다. 모래재 넘어 이정표가 ‘진안’을 알리면서 양옆으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늘어선다. 언제나 이 고개를 넘어갈 때면 기분이 좋다. 진안의 환영 인사를 보는 것만 같다.주차장에 차를 놓고 카메라를 집어 들고 나갔다. 여길 올 때면 늘 인적도 드물고 차도 많지 않았는데, 이날만큼은 사람이 제법 보인다. 다들 내가 생각하는 그 모습을 보러 온 게 확실하다.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가을 단풍이 짙게 물들었을 때 이전에 보지 못한 풍모를 자아낸다. 브라운색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중년의 신사 같은 모습이랄까. 그 아래를 걸으며 생각했다. ‘아직 가을이라고 해야 하나?’ 나무의 길고 뾰족한 이파리는 눈처럼 떨어져 도로 위에 쌓였고...

    1657호2025.12.10 06:00

  • [취재 후] 내가 사랑‘했던’ 동네 책방
    [취재 후] 내가 사랑‘했던’ 동네 책방

    어렸을 적, 집에서 걸어서 30분 거리 큰 길가에 있던 커다란 2층짜리 A책방이 내 삶의 첫 동네 책방이었다. 책방은 ‘문제지 파는 책방’, ‘문제지 말고도 파는 책방’ 정도로 인식했는데 A책방은 후자였다. 당시 집 근처에는 도서관 같은 문화시설이 없었다. 부모님은 한 달에 한두 번씩 나와 동생을 데리고 A책방에 가서 마음에 든 ‘한 권’을 고르게 했다. A책장은 부모님의 서가 대신 내가 접할 수 있었던 바깥 세계의 첫 서가였다. 초등학생 시절 어슐러 K. 르 귄과 오에 겐자부로, 한비야를 만난 곳도 A책방이었다. 뭣도 모르면서 왠지 표지가 멋지게 생겼다는 이유로, 제목이 신기하다는 이유 등으로 중고등학생이 돼서도 읽을 책을 차곡차곡 사 모았다.이번에 동네 책방들을 취재하면서 ‘장소’와 ‘물성’에 대해 여러 번 생각하게 됐다. 공개된 서가에 꽂힌 책들은 훔쳐볼 수 있다. 마치 빵집서 풍기는 고소한 빵 냄새를 마음껏 맡을 수 있는 것처럼. 책을 공짜로 들고 갈 수는 없지만, 책...

    1656호2025.12.03 06:00

  • [문화캘린더] 연극-태풍-기존 해석과는 다른 긴장과 구도
    [문화캘린더] 연극-태풍-기존 해석과는 다른 긴장과 구도

    [연극] 태풍일시 12월 4~28일 장소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관람료 R석 6만원 S석 4만5000원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극으로 알려진 <태풍>이 2025년 겨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번 무대는 복수와 용서, 배신과 화해 등 작품 전반에 놓인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원전에 기반한 구조적 해석을 시도한다. 국립극단은 이번 공연에서 극의 중심인물인 프로스페로를 여성인 프로스페라로 재해석하고, 알론조를 알론자로 설정하는 등 인물 구성의 변화를 통해 기존 해석과는 다른 긴장과 구도를 마련했다.밀라노의 공작 프로스페라는 동생의 반역으로 권좌에서 밀려나 딸 미란다와 함께 바다에 떠밀려 무인도로 도착한다. 이후 마법을 익히며 은둔해 온 그는 수년이 지나 자신을 추방했던 이들이 항해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법으로 태풍을 일으켜 그들을 섬으로 불러들인다. 섬에 도착한 인물들은 프로스페라가 설정한 여러 상황과 시험 속에서 관계와 욕망, 후회 등을 마주하게 된다. 그...

    1656호2025.12.03 06:00

  • [시네프리뷰] 바늘을 든 소녀-가부장 권력에 맞선 약자 연대와 자매애의 가능성
    [시네프리뷰] 바늘을 든 소녀-가부장 권력에 맞선 약자 연대와 자매애의 가능성

    제목: 바늘을 든 소녀(The Girl with the Needle)제작연도: 2025제작국: 덴마크상영시간: 123분장르: 드라마감독: 매그너스 본 호른출연: 빅토리아 카르멘 손느, 트리네 뒤르홀름, 베시르 제치리, 요아심 피엘스트루프개봉: 2025년 12월 10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수입/배급: 그린나래미디어㈜‘바늘을 든 소녀’라니, <오디션>(미이케 다카시 감독·1999) 같은 이야기라도 담은 것인가. 제목만 듣고 떠올린 생각이다. <오디션>에서 바늘은 핵심 오브제다. 바늘을 든 주인공이 웃으며 뭔가를 흉내 내며 입으로 ‘끼릭끼릭~’ 소리를 내는 대목이 이 영화의 절정부다. ‘수입 추천 불가’ 판정으로 우여곡절 끝에 영영 극장엔 걸리지 못할 듯싶더니, 2023년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한국에서 개봉했다.스웨덴 출신의 덴마크 감독 매그너스 본 호른의 2024년작 <바늘을 든 소녀>도 따지고 보면 미...

    1656호2025.12.03 06:00

  • [신간] ‘고공농성 서른세 곳’의 희망과 기억
    [신간] ‘고공농성 서른세 곳’의 희망과 기억

    등대들, 조용히 빛나는문선희·가망서사·2만8000원“기네스 세계 신기록, 고공농성 408일.” 사진작가인 저자는 2015년 여름, 우연히 한 기사 속 문구를 보고 멈칫했다. 고공농성 ‘신기록’을 돌파한 것이 마치 축하할 일이라도 되는 양 세상은 호들갑이었다. 사진 속 굴뚝을 내려오는 반백의 남자는 스타케미칼 해고 노동자 차광호씨였고, 그가 굴뚝에서 내려오자 기자들은 앞다투어 기네스 기록을 달성한 “소감”을 물었다. 얼마 뒤 저자는 유성기업 해고 노동자들이 259일간 광고탑에서 농성을 했던 옥천에 갔다가 광고탑이 사라진 것을 본다. 동네 주민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그는 말했다. “누가 또 올라가서 시끄럽게 굴면 성가시니까, 진즉에 치웠지.”저자는 2005~2019년 고공농성 장소 서른세 곳의 사진과 그 사연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말한다. “고공농성은 신문고였다. … 목숨을 걸어야만 울릴 수 있는 비통한 북.” 그들이 탑에 올랐던 이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

    1656호2025.12.03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2) 제주 성산포-부지런한 ‘노랑촉수’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2) 제주 성산포-부지런한 ‘노랑촉수’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인 담정 김려 선생의 <우해이어보>에 염고라는 어류가 등장한다. 김려 선생은 생긴 모습이 쏘가리와 비슷하지만, 입 옆에 긴 수염이 있는데 이 수염이 밑으로 처진 것이 마치 염소수염 같다고 묘사했다. 몇몇 학자는 이 어류를 두고 의견을 달리하지만, 필자는 김려 선생이 이야기한 ‘염고’는 제주도뿐 아니라 남해안에서 발견되는 촉숫과의 노랑촉수가 분명하다고 믿고 있다.2022년 여름 제주도 성산포 해역을 찾았을 때, 얕은 수심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노랑촉수를 제대로 관찰했다. 쉴 새 없이 촉수를 움직이며 바닥 면을 헤집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참 부지런한 물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랑촉수는 몸이 긴 원통형으로 등은 붉은색이며 배는 흰색이다. 성체의 크기는 20㎝ 정도인데 턱 아래에 한 쌍의 노란색 긴 촉수가 있다. 노랑촉수는 촉수에 있는 감각세포로 펄 아래 사는 게나 새우류 등의 저서동물을 먹는다.담정 선생이 쏘가리와 비슷하다고 한 것은...

    1656호2025.12.03 0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61) 다 비워야 채워지는 삶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61) 다 비워야 채워지는 삶

    너무나 고통스러울 때 흔히 토로하는 “다 내려놓았어”는 지극히 사르트르적인 표현이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1980)의 ‘무화(néantisation)’와 ‘초월(transcendance)’ 개념은 스스로 양산하는 고통을 멈추고 새로운 본질을 돌아보는 존재론적인 각성을 의미한다. 연말이어서인지 ‘비워내고 다시 태어날 것’을 제안하는 작품이 다양하다.안무가이자 비주얼 아티스트인 알렉산더 에크만의 무용극 <해머>는 경쟁과 자본, 기술에 매몰된 현대인들의 현주소를 고난도 무용과 퍼포먼스, 스펙터클한 비주얼 아트로 전시한다. 스웨덴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카트린 할 예술감독)의 다양성과 다국적(20여개국 출신들) 에너지를 바탕으로 에크만이 직조한 에고이즘과 휴머니즘의 경계 넘나들기다. 거울로 뒤덮인 무대 바닥과 곳곳에 비치된 거울 앞에서 30여명의 무용수가 자아도취에 빠진 듯한 퍼포먼스를 각자의 독무에서 군무로 확장한다. 소셜미디어서비스(SNS)...

    1656호2025.11.28 14:43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7) 사막을 건너는 1인칭 레지스탕스 윤리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7) 사막을 건너는 1인칭 레지스탕스 윤리

    서영은의 <먼 그대>는 여성이 가부장적 남성 질서와 맺는 관계가 ‘굴종과 저항’, ‘종속과 해방’의 이분법적 틀로 단순화될 수 없는 기이한 도착성을 띨 수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흔치 않은 소설이다. 1970~1980년대 초남성적 권위주의 국가에 의해 억압적 근대화가 진행돼 온 한국사회에서 국민은 남녀를 가릴 것 없이 사회적으로 거세된 존재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들은 억압적 정치체제를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거세를 부인하기 위해 더욱 강한 남성성으로 재무장하고자 했으며, 여성들은 그 남성성을 보조하는 수동적 위치에 머무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를 찾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여성이 남성 질서에 맞서 싸우는 투쟁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당시 한국사회에서 소수의 해방투사를 제외한 다수의 여성에게 직접 투쟁의 길은 크게 열려 있지 않았다. 이런 사회적 조건에서 서영은 소설의 여성 인물은 마조히즘이라는 우회로를 선택한다....

    1656호2025.11.28 14: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