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문화·과학

2025.12.12
  • [신간] 빠른 비판보다 느린 대화가 필요해
    [신간] 빠른 비판보다 느린 대화가 필요해

    동료에게 말 걸기박동수 지음·민음사·1만8000원‘동료’란 무엇인가? 동료란 같은 뜻을 품은 동지와는 달리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들에게 ‘말 걸기’ 위해선 “잘” 말해야 한다. 이는 단지 솜씨의 차원이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의 말에 일단 귀를 기울이는 일이자 “타인의 말을 제대로 듣기 위해 나를 바꾸는 노력”이다.16년 차 편집자이자 철학책, 독서 모임 등을 통해 대중·연구자 등과 소통해온 저자는 <동료에게 말 걸기>에서 본격적으로 말 걸기의 ‘태도’에 주목한다. 어쩌면 우리는 발화되는 내용보다 태도에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거창한 담론이나 무결해 보이는 주장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누군가를 당연하다는 듯 배제한다면 진정한 앎이 아니라 단지 앎의 포즈와 자기만족만을 남길 뿐인 것이 아닐까?AI가 누군가를 대체한다고 할 때, 돌봄이 누군가의 일방적인 희생이 될 때 저자는 쉽게 문제를 재단하는 대신 책을 경유해 동료들에...

    1653호2025.11.12 06:00

  • [신간] 사랑이라는 전문성을 길어올리다
    [신간] 사랑이라는 전문성을 길어올리다

    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최현희 지음·위고·1만9000원초등학생인 아이가 친구들과 주고받는 말을 듣다 보면 아찔해질 때가 있다. 남자아이들은 욕을 일상어처럼 쓰고, 때론 뜻도 모른 채 혐오 표현을 내뱉기도 한다. 아이와 친구들을 붙들고 “그런 말은 절대 쓰면 안 된다”고 혼을 내고, “욕 안 할게요”라는 다짐까지 받아내지만 그때뿐이다. 아이들은 마냥 순수하거나 착하지 않다. 욕심도 많고 누군가를 질투하고 다투고 사랑을 갈구하기도 한다. 그 마음이 서로 부딪히는 교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우리 학교엔 페미니스트 교사가 필요합니다”라는 인터뷰 영상으로 잘 알려진 ‘마중물샘’ 최현희 교사가 지난 4년간의 교단 일기를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책에서는 저자가 학생들의 말과 행동을 살피며 수업에 초대하기까지의 ‘고군분투’가 생생하게 담겼다. 그는 “그렇게 수업 중에 학생과 연결되는 것. 나는 이것이 교사의 사랑이고 교사의 전문성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최 교사가 ...

    1653호2025.11.12 06:00

  • 500만 돌파 ‘국중박’ 유료화 갑론을박···“중요한 건 질 높은 전시문화”
    500만 돌파 ‘국중박’ 유료화 갑론을박···“중요한 건 질 높은 전시문화”

    “(국립중앙박물관 관람을) 유료화하는 게 맞다. 유료화의 필요성과 방식에 대해 여러 가지로 검토 중이다.”지난 10월 22일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박물관의 유료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갑작스러운 주장은 아니다. 유 관장은 지난 7월 취임 기자회견은 물론 이전부터 꾸준히 유료화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지난 10월 28일 기자간담회에서는 유료화를 위한 사전작업인 ‘고객관리 통합시스템’ 도입 및 사전 예약제 도입을 예고했다. 이렇게 확보한 관람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년 중 공청회를 거쳐 관람료 수준, 도입 시기, 입장료 할인·면제 등을 결정해 본격적인 유료화에 나선다는 것이다.이를 두고 국민 다수의 문화 향유권을 위해 대부분 무료로 운영되는 현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과 세계적 추세에 맞도록 전시의 수준과 독립성을 높이기 위한 유료화를 해야 한다는 측이 대립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이분법으로 접근할 만큼 간단치 않다. 국...

    1653호2025.11.10 06:00

  • [문화캘린더] 동화 이면의 세계를 보다
    [문화캘린더] 동화 이면의 세계를 보다

    [뮤지컬] 어른이 뮤지컬 <난쟁이들>일시 11월 5일~2026년 3월 1일 장소 플러스씨어터 관람료 VIPP석 7만원 RF석 5만5000원 SB(시야방해)석 2만원보석을 캐는 삶에서 벗어나 동화 속 주인공이 되길 꿈꾸는 난쟁이 찰리와 빅. 이들의 엉뚱하고 절박한 도전이 펼쳐지는 창작 뮤지컬 <난쟁이들>이 2025년, 초연 10주년을 맞아 다시 무대에 오른다. 대학로를 대표하는 웰메이드 뮤지컬로 사랑받아온 이 작품은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의 세계를 재치 있게 비틀며 웃음 속에 현실을 녹여낸다.작품은 동화 나라 무도회에서 진실한 키스를 나누는 커플이 새로운 동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설정을 중심으로 계층 이동과 자기실현에 대한 풍자적 메시지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끝났다는 마녀의 일침에도 굴하지 않고 주인공 찰리와 빅은 인생 역전을 위해 모험을 감행한다.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보지 못했던 동화의 이면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이번 시...

    1652호2025.11.05 06:00

  • [시네프리뷰] 부고니아-지구를 망친 인류가 지구를 지킨다고?
    [시네프리뷰] 부고니아-지구를 망친 인류가 지구를 지킨다고?

    제목: 부고니아(Bugonia)제작연도: 2025제작국: 미국상영시간: 119분장르: 스릴러, 코미디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출연: 엠마 스톤, 제시 플레먼스, 에이든 델비스, 알리시아 실버스톤개봉: 2025년 11월 5일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제작: 엘리먼트 픽처스, 스퀘어 페그, CJ ENM‘아, 이런 날도 오는구나!’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2003)가 해외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몇 년 전 처음 들었을 때의 느낌이다. 흥행엔 실패했지만, 평론 영역에서는 두고두고 언급되는 작품을 두고 영화판에서 쓰는 관용어가 있다. 저주받은 걸작. <지구를 지켜라!>가 그랬다. 비록 언어와 문화권이 달라도 영화를 평가하는 눈은 다르지 않구나, 그런 뿌듯함?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궁금했다. 영화가 가진 ‘한국적 맥락’의 섬세한 결이 번안될 수 있을까.예컨대 <지구를 지켜라!>에서 강만식 사장을 납치한 병구·순이...

    1652호2025.11.05 06:00

  • [신간] 생생한 서사로 되살아난 언어학
    [신간] 생생한 서사로 되살아난 언어학

    다른 우주의 문법백승주 지음·김영사·1만8800원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떠돌았다. 이에 일본인들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주고엔 고짓센(15엔 50전)’을 발음하게 해서 못 하면 가차 없이 죽였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순수한 모어’를 확립하고, 이에 맞지 않는 이들을 배제하고 학살하는 일은 수없이 반복돼왔다. 한 연구자는 4·3 제주학살의 잔인성에 제주어가 ‘육지인’들에겐 전혀 이해가 불가능한 외국어처럼 느껴졌던 것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모어 중심주의’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저자는 제주에서 나고 자랐고, 전남대에서 한국어교육과 사회언어학을 가르치고 있다. 이번 책에서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언어의 작동, 생태계, 발언, 형태, 관계 등을 종횡무진 탐사한다. 말을 다루는 말, 글을 다루는 글로서 읽는 맛 역시 놓치지 않았다. 그는 말한다. “언어는 공간이 없는 점과 같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이 ...

    1652호2025.11.05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0) 경북 울릉군-빛내림 속 오롯이 드러난 독도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0) 경북 울릉군-빛내림 속 오롯이 드러난 독도

    지난 10월 25일 독도의 날을 맞아 수중 생태계 조사를 위해 울릉도를 거쳐 독도를 찾았다. 울릉도와 독도 수중 및 육상생태계는 필자가 오랫동안 기록해온 대상이자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독도의 날은 1900년 10월 25일 고종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로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명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2000년에 민간단체인 독도수호대가 제정했다.독도는 울릉도의 부속도서라는 엄연한 사실에 일본 외교관이었던 가와카미 겐조는 “육안으로는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부속도서냐”고 반박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울릉도 주민들은 섬의 동쪽 끝에 서면 독도가 보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청명한 날 해오름 무렵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시나브로 사라져버리기에 독도를 보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주민들은 기후조건이 맞을 때 높은 언덕에 올라야 연중 열흘 정도만 독도를 육안으로 볼 수 있다고도 한다.필자도 울릉도를 찾을 때면 매번 여명 속 바닷가...

    1652호2025.11.05 0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59) 외침보다 지속, 저항의 몸짓들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59) 외침보다 지속, 저항의 몸짓들

    가슴팍을 강하게 치는 저항의 군무. 작품의 절정이자 대단원이다. 전자음악(EDM)의 강렬한 비트가 최고조에 달하며 객석 열기도 고조된다. 4번의 커튼콜로 화답하는 20여명 무용수를 차분히 들여다보니 가슴 쪽 피부가 빨갛다. 박자를 맞추듯 들려오는 찰싹 때리는 소리가 범상치 않더니만,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자’는 메시지를 온몸으로 전한 예술가들의 훈장이다. 눈치챈 관객들은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감동을 표현한다. 지난 10월 1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선보인 프랑스 마르세유 국립발레단의 <룸 위드 어 뷰(Room with a View)>(론 음악, (라)오흐드 안무·연출)의 훈훈한 상호작용성이다. 무너진 세계에서 다시 태어나는 몸들무너진 건물에서 직장인이거나 학생 차림의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폭력을 표현하는 퍼포먼스 같기도 하다. 폭발하고 무너지는 음향에 심박수와 연동된 전자음악은 친밀한 관계의 폭력부터 구조적 폭력까지 악순환을 체현(...

    1652호2025.10.31 14:51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5) 80년대 페미니즘 소설의 출발, 고발과 고통의 젠더 리얼리즘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15) 80년대 페미니즘 소설의 출발, 고발과 고통의 젠더 리얼리즘

    이경자의 연작소설집 <절반의 실패>(1988)는 1980년대 후반, 한국 문학계에서 여성주의 의식이 본격적으로 확산하던 시기에 가장 강력하고 급진적인 목소리를 낸 작품 중 하나다. <절반의 실패>가 출간된 1980년대 후반은 한국사회가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정치적 억압으로부터 해방된 시기였다. 사회 전반의 민주화는 자신의 권리를 말하고 주장하는 ‘시민’의 출현을 가져왔지만, 이 보편적인 시민의식은 여성에게까지 미치지 못했다. 가정과 일터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가부장적 규범과 보수적인 사회 구조는 여전히 견고했다. 작가는 다양한 계층과 학력, 다양한 사연을 지닌 여성들이 하나같이 고통받고 울부짖으며 집안의 천사가 아닌 노예 상태로, 최후의 식민지로 존재하고 있음을 생생한 날것의 리얼리즘으로 폭로하고 있다.여성의 고통, 성차별적 사회 시스템의 산물<절반의 실패> 초판본에는 총 12편의 단편이 수록돼 있으며, 작품마다 다루는 소재가 무엇인지 명...

    1652호2025.10.31 14:49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4) 슈퍼박테리아, 이젠 AI가 억제한다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4) 슈퍼박테리아, 이젠 AI가 억제한다

    페니실린이 열었던 항생제의 시대는 이제 슈퍼박테리아라는 새로운 도전과 마주하고 있다. 기존의 항생제는 이러한 약물 내성 세균에게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슈퍼박테리아를 무찌르기 위한 새로운 무기를 실험실이 아닌 생성형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만들고 있다. 이제는 AI가 항생제를 디자인하는 시대가 됐다.한때 기적으로 여겼던 약이 있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했을 때, 인간은 드디어 세균이라는 오랜 적에 대항하는 무기를 지니게 됐다. 폐렴, 결핵, 패혈증 같은 병이 페니실린 앞에서는 무기력했다. 그 이후 인류는 다양한 형태의 항생제를 앞세워 수많은 생명을 구해왔다.하지만 세균은 항생제에 순순히 당하고 있지만 않았다. 쉽게 끝날 것만 같았던 이 전쟁을 세균은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었다. 오히려 더 교묘하고 집요한 싸움을 시작했다. 인간이 항생제를 너무 자주, 너무 쉽게 쓴 탓이다. 세균은 살아남기 위해 변했고, 마침내 일부는 인간...

    1652호2025.10.31 1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