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의 가족이라는 것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하련(본명 이숙희·옛 필명 이현욱)의 경우는 행운이었다고 하기 어렵다. 그는 월북 작가이기도 하지만 임화(林和·1908~1953)의 아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문학사의 유령을 면치 못했다. 임화의 시인·비평가·프롤레타리아 문학운동가로서의 독보적 이력,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 영화배우를 했을 만큼 빼어난 외모 등 여러 이유로 빗금이 간 존재였던 것이다. 임화가 미국의 스파이로 몰려 숙청되자 치마끈이 풀어진 채 통곡하며 평양 시내를 헤매고 다녔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지하련은 수난에 휩싸인 남성 영웅 서사를 비극적으로 채색해주는 에피소드적 존재가 되기도 했다. 기실 지하련은 연약한 몸 “어디에서 그런 수다스러운 정열이 나오는가”(정태용) 놀랄 만큼 열정적인 다변가이자 수다쟁이로 청순가련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소설은 착 가라앉아 무기력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한시도 사색...
1690호2026.07.31 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