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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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2026.08.13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34) 페미니스트 소설가의 수행적 자기 쓰기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34) 페미니스트 소설가의 수행적 자기 쓰기

    유명인의 가족이라는 것은 행운일까? 불행일까?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하련(본명 이숙희·옛 필명 이현욱)의 경우는 행운이었다고 하기 어렵다. 그는 월북 작가이기도 하지만 임화(林和·1908~1953)의 아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문학사의 유령을 면치 못했다. 임화의 시인·비평가·프롤레타리아 문학운동가로서의 독보적 이력,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 영화배우를 했을 만큼 빼어난 외모 등 여러 이유로 빗금이 간 존재였던 것이다. 임화가 미국의 스파이로 몰려 숙청되자 치마끈이 풀어진 채 통곡하며 평양 시내를 헤매고 다녔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지하련은 수난에 휩싸인 남성 영웅 서사를 비극적으로 채색해주는 에피소드적 존재가 되기도 했다. 기실 지하련은 연약한 몸 “어디에서 그런 수다스러운 정열이 나오는가”(정태용) 놀랄 만큼 열정적인 다변가이자 수다쟁이로 청순가련형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의 소설은 착 가라앉아 무기력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한시도 사색...

    1690호2026.07.31 13:27

  • [임진모의 K팝 이야기] (3) 라디오 블루스, 그래도 라디오가 살아야 음악이 산다
    [임진모의 K팝 이야기] (3) 라디오 블루스, 그래도 라디오가 살아야 음악이 산다

    라디오가 미국과 영국 음악시장의 중심축이자 유행을 좌지우지하는 핫 미디어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던 1979년 9월에 충격적인 노래 하나가 등장했다. 버글스란 이름의 영국 듀엣이 이전과는 질감이 다른 뉴 웨이브 사운드에 불길한 미래의 메시지를 엮어 꾸려낸 곡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였다. 라디오가 언젠가는 저물 것이라고 여긴 사람들은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었다.2개월 후 미국에도 발표된 이 곡은 차트 순위 40위에 그쳤으나 파장은 엄청났다. “내 마음에서도, 내 차 안에서도 이제 되돌릴 수도 없고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 영상이 나오고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했죠.” 이 노래 후 3개월이 채 안 지나 메시지의 방향을 정반대로 튼 곡 ‘전파의 조종사(Pilot of the airwaves)’가 나왔다.“여기 내 신청곡이 있어요. 꼭 틀어주지 않아도 되지만 최선을 다해주세요. 라디오로 계속 당신의 쇼를 듣고 있답니다. 당신...

    1690호2026.07.31 13:27

  • [이기환의 사래자(思來者)] 공자는 진저리쳤지만…조선에선 김치 뇌물로 정승이 되었다 영상 컨텐츠
    [이기환의 사래자(思來者)] 공자는 진저리쳤지만…조선에선 김치 뇌물로 정승이 되었다

    ‘청국장인가 메주인가.’ 국립중앙박물관이 열고 있는 ‘우리들의 밥상’ 특별전(~10월25일)에서 필자의 눈을 사로잡은 유물이 둘 있다. 하나는 3~5세기 불탄 콩덩어리이고, 또 다른 하나는 젓갈을 사용한 김치 담그는 법이 담긴 가장 오래된 조리서인 <주초침저방>(16세기)이다. 둘 다 K푸드 중 K푸드라 할 수 있는 발효 음식의 역사가 얼마나 뿌리 깊은 지를 보여준다.그 중 2012~2013년 광주 용산동에서 확인된 콩덩어리가 특히 흥미롭다. 낱알이 아니라 덩어리 또는 반죽 형태의 콩 탄화물이 확인되었다. 비단 용산동뿐이 아니다. 장흥 오산 및 강정·홍천 성산리·춘천 율문리 등 강원·전라도의 3~5세기 유적에서도 그와 비슷한 덩어리 혹은 반죽 형태의 콩덩어리가 보고되었다.이것은 콩 발효 식품의 등장과 연결 지을 수 있다. 삶은 콩을 찧어 덩어리로 빚은 게 메주다. 이것을 자연 발효 시켜 소금물에 담가 숙성시키면 우러난 액체는 간장이 되고 남은 건더기는 된...

    1690호2026.07.31 13:25

  • 히가시노 게이고, 최근 10년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해외 작가 1위
    히가시노 게이고, 최근 10년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해외 작가 1위

    지난 23일 세상을 떠난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가 최근 10년(2016년 7월 27일~2026년 7월 26일) 동안 한국 독자들이 가장 사랑한 해외 작가로 조사됐다.29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의 소설 판매량 집계에서 히가시노 게이고가 해외 작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국내외 소설가를 통틀어도 한강 작가의 뒤를 이어 2위였다.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가운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 본 작품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국내에서 200만부 가량 팔려나간 것으로 전해진다. <가면산장 살인사건>과 <가공범>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용의자 X의 헌신>이 5위권을 형성했다. 그 뒤로도 <라플라스의 마녀> <녹나무의 파수꾼> 등도 고르게 팔렸다.성별로는 여성 구매자가 59.7%를 차지해 남성(40.3%)을 크게 앞질렀다. 연령별로는 30대(30.0%)가 가장 많았고, ...

    2026.07.29 14:56

  • [취재 후] 노벨문학상보다 비싼 것
    [취재 후] 노벨문학상보다 비싼 것

    “압도적인 성량으로 끊임없이 세계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던 여름이 갔다.”(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중에서)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사람들이 몰려든 곳은 한강 작가의 책방이었다. 인증샷을 찍고 축하 꽃다발과 쪽지를 남겼다. 그건 책방이 한 작가와 연결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공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관심은 누군가의 일상을 훼손했다. 한 작가의 책방은 한동안 영업을 쉬어야 했다.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와 관련한 취재를 하면서 이 사안을 어떻게 하면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기사로 상처받는 사람이 없도록 할 것인지 고민했다.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사실을 검증하고, 데이터를 찾아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부지런히 서촌 일대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났다.서촌 사람들에게서 어떻게 이 골목이 바뀌고 있는지를 들었다. 고즈넉한 인왕산 풍경을 유리창에 품은 서점과 갤러리가 사라지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과 카페가 들어온다고 했다. 책...

    1689호2026.07.29 06:00

  • [신간] 오늘도 펴지 못한 책, 정말 내 탓일까
    [신간] 오늘도 펴지 못한 책, 정말 내 탓일까

    책 읽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미야케 가호 지음·서영찬 옮김·동아시아·1만8000원책은 일본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한 장면에서 출발한다. 남자 주인공인 영업사원 무기는 야근 후 게임은 하지만 취직 전 즐겨 읽던 소설은 펼쳐보지도 못한다. 같은 시간을 게임에는 쓰는데 독서에는 못 쓰는 이유가 뭘까. 문예평론가인 저자는 이 모순의 간극을 일본 근대 150년의 노동사와 독서사를 오가며 한 사회의 노동이 어떻게 개인의 독서를 잠식하는지 분석한다.저자는 노동과 책이 양립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책이 노동에 노이즈가 되는 사회”가 출현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1990년대 이후 노동자들에게 체화된 신자유주의가 책 읽기라는 비효율적인 행위를 밀어내도록 만들었다”며 “신자유주의가 컨트롤 가능한 정보만 읽는 태도를 내면화시켜 독서는 자신과 상관없는 타자의 맥락을 받아들이는 비효율적인 노이즈가 됐다”고 지적한다. 또 인터넷 발달이 가져온 노이즈 없...

    1689호2026.07.29 06:00

  • [시네프리뷰] 어떻게 해야 했을까?-조현병으로 무너진 가족의 잃어버린 20년
    [시네프리뷰] 어떻게 해야 했을까?-조현병으로 무너진 가족의 잃어버린 20년

    제목: 어떻게 해야 했을까?(What Should We Have Done?)제작연도: 2026제작국: 일본상영시간: 101분장르: 다큐멘터리감독: 후지노 토모아키개봉: 2026년 7월 29일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수입·배급: ㈜엣나인필름누나의 병이 발병한 것은 1983년. 누나 마사코씨가 1958년생이니까 만 24세였다. 대학 재학 중이었던 누나는 어느 날 방에서 소리를 질렀다. 구급차로 정신과에 실려갔지만 누나는 “전혀 문제없다”는 진단과 함께 돌아왔다. 왜 그랬을까. 답은 영화를 찍은 동생(토모아키 감독)과 누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였다. 부모는 모두 대학교수였고, 그것도 꽤 저명한 의학·약리학 전공 교수였다. 아버지는 후배 의사에게 진단을 의뢰했고, 후배는 “정신병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20년간 치료받지 않은 누나의 기행누나는 조현병 증상이 뚜렷했지만, 부모는 필사적으로 그걸 부인한다. 아예 말을 꺼내는 것도 꺼린다. 늦깎이 영화감독...

    1689호2026.07.29 06:00

  • [정태겸의 풍경] (117) 경기 수원 경기사진센터-시선을 사로잡은 얼굴
    [정태겸의 풍경] (117) 경기 수원 경기사진센터-시선을 사로잡은 얼굴

    우연히 마주한 것에 마음을 빼앗길 때가 있다. 얼마 전 SNS에서 본 사진전 소식도 그랬다. 사진 속 인물은 법정 스님이었다. 수없이 흔들릴 때마다 마음속 파도를 잠재워 주었던 책들을 쓴 인물. 입적한 지 몇년이 지났지만, 사진 속에서 스님은 살아 숨 쉬며 여전히 맑은 얼굴로 귀 기울일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았다.수원의 경기상상캠퍼스를 찾아간 건 그래서였다. 지난 3월에 개관했다는 경기사진센터가 상상캠퍼스 안에 있었다. 누가 이름을 붙였는지 참 잘 지었다 싶었다. 마치 대학의 교정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건물들이 공원을 이웃해서 한데 모여 있는 곳이었다. 산책하기 좋은 곳이구나, 한 번씩 쉬러 와도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걸었다.경기사진센터에 다다랐을 때 눈앞에 익숙한 또 하나의 얼굴이 보였다. 고 안성기 배우의 젊은 시절의 얼굴이었다. 마치 이 사진전에서도 그의 얼굴이 대표작인 듯, 한국 영화를 대표하던 그가 맑게 웃고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세상과 작별하기 직전...

    1689호2026.07.29 06:00

  • 한국인이 사랑한 추리소설 대부 히가시노 게이고 별세
    한국인이 사랑한 추리소설 대부 히가시노 게이고 별세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널리 사랑받은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별세한 사실이 27일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68세.일본 출판사 고단샤와 현지 언론에 따르면 히가시노는 지난 23일 새벽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졌으며, 고단샤는 유족 취재를 자제해 달라고 밝혔다. 조의금과 조화, 조전도 받지 않기로 했다.1958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히가시노는 오사카부립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자동차 관련 업체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재직 중 집필한 <방과후>로 1985년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듬해 회사를 퇴사하고 도쿄로 거처를 옮겨 전업작가로 본격 활동했지만 오랫동안 무명생활을 했다.그러다 1998년 발표한 <비밀>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받으며 주목받았다. 이어 <백야행>(1999년) 등을 잇달아 발표하며 1990년대 일본...

    2026.07.27 18:21

  • ‘왜 여교사야?’ 의문에서 시작된 K팝 최초 젠더리스 아이돌…‘엑스러브’ 대탐구
    ‘왜 여교사야?’ 의문에서 시작된 K팝 최초 젠더리스 아이돌…‘엑스러브’ 대탐구

    데뷔한 지 이제 막 1년 6개월 된 아이돌그룹 ‘엑스러브(XLOV)’가 심상치 않다. 엑스러브는 K팝 최초로 ‘젠더리스’ 콘셉트를 전면에 내걸었다. 젠더리스는 여성과 남성, 오로지 둘로 나뉜 이분법적 성별 구분을 넘어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콘셉트에 기반한 파격적인 헤메코(헤어·메이크업·코디), 완성도 있는 노래와 퍼포먼스로 K팝 리스너들의 주목을 한껏 받고 있다. 미니앨범 2집 <I, God>은 발매 일주일간 판매량이 22만장을 넘겼다. 유럽 투어, 북미 팬미팅에 이어 최근 아시아 투어를 시작했다.젠더리스 콘셉트를 표방한 아이돌이 활발히 활동하는 것은 그 자체로 K팝의 지평을 넓히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이 그룹의 인기는 성 정체성, 성적 지향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회변화의 증거이기도 하다. 엑스러브의 한 팬은 “엑스러브가 판도를 바꾼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5년, 10년 전에 나왔으면 이렇게까...

    1689호2026.07.27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