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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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2026.02.15
  • [정태겸의 풍경](105) 전남 완도수목원-겨울이어서 좋아
    [정태겸의 풍경](105) 전남 완도수목원-겨울이어서 좋아

    땅끝을 지나 섬으로 들어간다. 섬이라고 하지만 연륙교로 이어져서 누군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좀처럼 섬의 느낌을 받지 못한 곳. 전남 완도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 섬에 사는 지인을 만나 물었다. “완도에서는 어딜 가는 게 좋아요?” 그가 말했다. “수목원을 가봐요. 완도의 수목원은 특별해요. 겨울에는 사람이 적어서 더 좋을 거예요.”그의 말을 따라 완도수목원으로 들어갔다. 안내판에 적힌 글을 쭉 읽어보니 그가 이 수목원을 추천해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곳은 국내 최대의 난대림 자생지이자 유일한 난대수목원이었다. 그러니까 제주도가 아닌 이상 난대수종의 숲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말이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겨울인데도 나무 위의 이파리가 꽤 무성하다. 지인의 말대로 겨울이어서 인적이 드물었다. 덕분에 나의 시간을 오롯이 이 숲에서 보낼 수 있겠다 싶었다. 곁으로 붉가시나무니, 구실잣밤나무니 익숙지 않은 이름들이 지나간다. 오래전 보릿고개마다 배를 곯던 사람들에게...

    1665호2026.02.04 06:00

  • K게임 40년의 역사, ‘만드는 자’ 이전에 ‘즐기는 자’ 있었다
    K게임 40년의 역사, ‘만드는 자’ 이전에 ‘즐기는 자’ 있었다

    68.7%. 2020년 기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 가운데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드라마, 영화, K팝 등을 모두 합한 콘텐츠 산업 수출액 중 3분의 2를 게임이 차지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간에서 게임은 ‘중독’이라는 키워드와 엮여 거론되거나 소수 매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한다. 한국 최초의 롤플레잉 게임(RPG)이자 상업용 게임인 ‘신검의 전설’(1987)이 발표된 이후 약 4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국 게임을 역사로서 개괄하는 시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박윤진 감독은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세이브 더 게임>에서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 게임과 게임 사용자의 역사를 개괄했다. 이미 2020년에 16년간 직접 플레이해온 온라인 게임 ‘일랜시아’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를 연출하는 등 게임의 유저(당사자)와 관찰자 사이를 넘나들어온 그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의 한 카...

    1665호2026.02.02 06:00

  • [문화캘린더]안나 카레니나-복합예술로 풀어낸 ‘금지된 사랑’
    [문화캘린더]안나 카레니나-복합예술로 풀어낸 ‘금지된 사랑’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일시 2월 20일~3월 29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람료 VIP석 17만원 R석 15만원 S석 12만원 A석 9만원 B석 7만원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웅장한 무대와 복합예술 형식을 결합한 대형 프로덕션으로 관객을 찾는다. 주인공 안나는 러시아 귀족 사회의 규범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던 중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계기로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명예와 이성을 중시하는 남편 카레닌과의 결혼생활 속에서 억눌려 있던 안나는 브론스키의 격정적인 사랑에 흔들리며 결국 사회적 비난과 가정 해체를 무릅쓰고 자유와 사랑을 선택한다.작품은 안나의 내면 붕괴뿐 아니라 그의 선택이 주변 인물들의 삶에 미치는 파장까지 조명하며 사랑과 자아, 사회적 억압의 경계를 질문한다. 무대는 초대형 LED 스크린을 활용해 광활하고 황량한 19세기 러시아의 겨울 풍경을 구현하며 2.5m에 달하는...

    1664호2026.01.28 06:00

  • [시네프리뷰] 프라이메이트-고전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의 호쾌한 융합
    [시네프리뷰] 프라이메이트-고전적 정서와 현대적 감각의 호쾌한 융합

    <프라이메이트>는 위기를 암시하는 카메라워킹과 편집, 살인 장면에 사용되는 극단적 클로즈업 등 비주얼 면에서 과거 지알로 장르의 기교를 노골적으로 재연한다.제목: 프라이메이트(Primate)제작연도: 2025제작국: 미국상영시간: 89분장르: 공포, 스릴러감독: 요하네스 로버츠출연: 조니 시쿼야, 지아 헌터, 트로이 코처, 빅토리아 와이언트, 제시카 알렉산더개봉: 2026년 1월 28일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루시(조니 시쿼야 분)는 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함께 하와이에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하지만 언어학 교수였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직후 집을 떠나버린 언니에게 섭섭함을 감추지 않는 여동생 에린(지아 헌터 분)과 일에 빠져 자신만의 세계에서 지내는 작가인 아버지 아담(트로이 코처 분) 모두 루시에게는 따뜻한 가족이기 전에 서먹한 감정을 극복해야 할 숙제다.유일하게 그가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대상은 과거 어머니가 연구 목적으로 ...

    1664호2026.01.28 06:00

  • [신간] ‘적자생존’이 아니라 ‘적당생존’
    [신간] ‘적자생존’이 아니라 ‘적당생존’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대니얼 R. 브룩스, 살바토레 J. 에이고스타 지음·장혜인 옮김·더퀘스트·2만5000원물고기가 땅으로 올라오기 훨씬 전부터 일부 물고기는 폐와 다리의 원형을 갖추고 있었다. 산소가 부족한 따뜻하고 얕은 물에서 살던 개체들은 부레를 폐처럼 쓰고, 이동할 때는 지느러미로 바닥을 짚어 다리처럼 활용했다. 이들이 당시 환경에 가장 ‘적합한’ 물고기였다면 결코 육지로 올라올 수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물속의 유산을 한껏 짊어진 채 육지로 나온 그들은 육상 동물로서도 처음부터 ‘완벽한’ 존재는 아니었다.이 책의 원제는 ‘다윈식 생존법’. 현장 생물학자인 저자들은 다윈의 진화론을, 최적의 개체가 살아남는 ‘적자생존’이 아니라 적당히 적합한 존재가 살아남는 ‘적당생존’으로 풀어낸다. “가장 효율적인 변이만을 선택하면 다양성이 줄어들어 조건이 바뀌었을 때 대처하기가 어려워진다. 반면 그럭저럭 충분한 변이를 남기면 다양성이 더 자주 생겨, 앞으로 닥칠 환경 ...

    1664호2026.01.28 06:00

  • [신간] 저항 음악으로 되돌아본 미국 민중사
    [신간] 저항 음악으로 되돌아본 미국 민중사

    노래로 읽는 미국 근현대사임상훈 지음·메멘토·3만3000원“내 안의 작은 빛으로 세상을 밝혀주리라(This little light of mine, I’m gonna let it shine).”올초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 중 총에 맞아 숨진 르네 굿을 추모하는 집회에선 ‘디스 리틀 라이트 오브 마인(This little light of mine)’이 울려퍼졌다. 이 노래는 1963년 미국 민권 운동의 분수령이자 민중 음악사의 한 결절점이 된 워싱턴 행진에서 불렸다.저자는 <노래로 읽는 미국 근현대사>에서 ‘노래’라는 렌즈로 미국의 200년, 그 성장과 모순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노래는 이념보다 한 시공간의 사람들을 서로 단단히 엮고 결집하게 하는 원초적 힘을 지녔다. 그렇기에 역사가 약동하는 중요한 순간엔 항상 노래가 함께했다. 특히 노래는 항상 민중이 움직이는 순간 함께했다. 예를 들어 ‘고 다운 모지스(Go down, Moses)’ 같은 노래는...

    1664호2026.01.28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6) 부산 한국해양대 인근 연안-신비로운 ‘바다의 말’ 왕관해마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6) 부산 한국해양대 인근 연안-신비로운 ‘바다의 말’ 왕관해마

    병오년(丙午年)인 2026년은 붉은색과 불의 기운을 상징하는 ‘병(丙)’과 말을 뜻하는 ‘오(午)’가 만나는 해로, 흔히 ‘붉은 말의 해’라 불린다. 불의 에너지와 말의 역동성이 결합한 해인 만큼 과감한 변화와 강렬한 움직임의 기운을 품고 있다. 병오년을 상징할 만한 생물이 바다에도 있을까 생각하던 중 2009년 5월 국립한국해양대학교 인근 연안에서 발견했던 붉은 체색의 왕관해마가 떠올랐다. 당시 대학 스쿠버 동아리인 ‘Aqua-man’ 팀원으로부터 해마를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약 열흘간 해역을 수색한 끝에 왕관해마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생태를 기록으로 남겨 학계에 공식 보고한 것도 그해 봄의 일이었다.해마는 실고기목 실고깃과에 속하는 어류로, 말과 닮은 독특한 머리 모양 때문에 한자 문화권에서는 ‘해마(海馬)’, 영어권에서는 ‘Sea Horse’라 불린다. 전 세계적 멸종위...

    1664호2026.01.28 06:00

  • “이재명 대통령에 BTS 추가공연 요청”…멕시코 대통령, 서한 발송 공개
    “이재명 대통령에 BTS 추가공연 요청”…멕시코 대통령, 서한 발송 공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일정에서 멕시코에서의 추가 콘서트 배정 타진을 요청하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K팝 아티스트인 BTS의 공연이 멕시코에서 5월에 열리는데, 수많은 젊은이가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고 들었다”라며 “(멕시코에서) 티켓 15만여장이 팔렸지만, 자리를 구하고 싶었던 이들은 100만명 이상”이라고 말했다.멕시코 정상은 BTS 콘서트 멕시코 지역 기획사 측 책임자와 대화했다면서 “멕시코시티에서 3회 공연만 확정된 상황에서 저는 한국의 총리께 BTS를 더 자주 오게 해 달라는 정중한 외교적 요청을 했다”고 강조했다.셰인바움 대통령은 이후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께 서한을 보냈다”라고 정정했다.그는 그러면서 “(한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이 오거나 아니면 스크린 상영을 허용해 주길 바란다”라며 “전 세계, ...

    2026.01.27 14:29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65) 지워지는 상실, 되살리는 무대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65) 지워지는 상실, 되살리는 무대

    고통스러운 기억을 없앨 수만 있다면 삶이 나아질까?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의식의 전이 등 심리치료 시스템이 전면에 등장하는 고통 완화 작품이 다양하다. 근미래 과학기술이 병풍처럼 펼쳐지면서 감정의 근원인 ‘상실’을 파헤치는 방식이다. 한국사회는 지난 수십년간 ‘설명할 수 없는 죽음’과 ‘충분히 애도하지 않은 이별’을 반복적으로 경험해왔다. 국가는 사건을 종결했지만, 감정은 해결되지 않은 채 사회의 무의식 속에 퇴적됐다. 유가족과 관계자들에게, 사회 전반의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증식하는 상실의 고통은 어디로 향하는가. 고통의 더께를 인식하고 직시하는 연극 <튜링머신>·<풀>(POOL)·<시뮬라시옹>, 뮤지컬 <캐빈> 등은 상실의 본질을 해체한다. 우리가 상실을 어떻게 다뤄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놓쳐왔는지를 되짚는다.AI의 근간이 된 상실연극 <튜링머신>(브누아 솔레스 작, 박다솔 번역, 신유...

    1664호2026.01.23 15:00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21) 일하는 신체, 쓰는 주체…여성 노동자 수기의 출발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21) 일하는 신체, 쓰는 주체…여성 노동자 수기의 출발

    석정남의 ‘불타는 눈물’이나 유동우의 <어느 돌멩이의 외침> 같은 노동자 소설을 읽으면서, 또 주말이면 경인공단이나 구로동을 취재하면서 이런 것들을 놔두고 어떻게 그냥 지나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아직도 이루지 못한 ‘난장이의 꿈’: 조세희 ‘난쏘공’ 출간 30주년, 경향신문 2008년 11월 11일 기사 일부)<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출간을 회고하는 자리에서 작가 조세희는 1970년대 석정남과 유동우의 노동자 소설(엄밀하게는 수기)이 자신의 창작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이 인터뷰 기사에서 언급한 ‘불타는 눈물’은 ‘월간 대화’에 실린 석정남의 ‘어느 여공의 일기’의 일부이다. 제목처럼 온전히 스무 살 여성 노동자의 일기로만 이뤄진 이 수기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1976년 11월)와 ‘불타는 눈물’(1976년 12월)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됐다. ‘어느 여공의 일기’에서 발화한 여성 노동자 수기는 송효순의 <서울로 가는 길>(...

    1664호2026.01.23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