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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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2026.08.19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75) 죽어도 죽지 않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이주영의 연뮤덕질기](75) 죽어도 죽지 않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삶이 있고 죽어도 죽지 않는 죽음이 있다.” 뮤지컬 <헤이그>(김도희 작·작사, 김보영 작곡, 박지혜 연출)의 대표 넘버인 ‘특사들의 호소’ 가사다. 1907년 나라를 지키기 위해 네덜란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급파된 3인의 특사 이준, 이상설, 이위종의 긴 여정을 담고 있다. 고생 끝에 다다른 헤이그에 정의는 없었다.힘의 논리에 점거된 상태로 일본을 지지하는 서구 열강은 대한제국 특사들의 호소에 무관심했다. 비분강개한 이준 열사는 모략에 빠진 대한제국의 위기를 세계에 알리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누구도 억울하게 짓밟히지 않고 태어난 게 죄가 되지 않는 나라’를 위해 자결을 한다. 이준은 헤이그에서 죽었지만 오늘까지 기억된다. 대한제국은 사라졌지만 그를 기억하는 역사는 남았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증언의 시작이 된다. 죽어도 죽지 않는 죽음이다.역사는 누구를 기억하는가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한 작품이 줄을 잇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

    1685호2026.06.26 14:26

  • [김우재의 플라이룸](80) 돈이 안 돼도…기초과학은 국가의 품격이다
    [김우재의 플라이룸](80) 돈이 안 돼도…기초과학은 국가의 품격이다

    나는 동물행동학자가 되고 싶었다. 콘라트 로렌츠가 갓 부화한 회색기러기 새끼들 앞에 쭈그리고 앉아 자신을 어미로 각인시키는 흑백 사진을 본 순간부터였다. 한 사내가 풀밭에 앉아 있고, 그 뒤를 새끼 거위들이 줄지어 따라가던 사진에는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어떻게 인식하고 따르게 되느냐는 거대한 질문이 통째로 들어 있었다. 1973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그 질문을 던진 세 사람, 로렌츠와 니콜라스 틴베르헌, 카르 폰 프리슈에게 돌아갔다. 동물의 행동을 연구한 학자들이 의학상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당시 노벨상 위원회의 기초과학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폰 프리슈가 평생을 바쳐 해독한 것은 꿀벌의 춤이었다. 일벌이 꽃밭을 발견하고 돌아와 8자를 그리며 추는 춤, 그 각도가 태양에 대한 꽃밭의 방향을, 엉덩이를 흔드는 시간이 거리를 알려준다는 사실. 곤충이 동료에게 추상적 공간 정보를 상징으로 전달한다는 이 발견은 인간만이 언어를 가진다는 오래된 믿음에 처음으로 균열을 냈다...

    1685호2026.06.26 14:26

  • 최재천 “AI시대, 먹고사는 걱정부터 없애야 선도국 된다”
    최재천 “AI시대, 먹고사는 걱정부터 없애야 선도국 된다”

    “AI·기후·저출생 복합위기 속 먹고사는 문제부터 사회가 보장해야”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기본생존은 복지 차원의 혜택이 아니라 사회가 구조적으로 적어도 먹고 자는 문제를 걱정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6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차 국가미래전략 세미나’에서 “선진국을 넘어 선도국이 되려면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국가전략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이날 토론회는 NRC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이사장 이한주)와 기획예산처가 주최하고 NRC 국가미래전략연구위원회(위원장 김호기)가 주관했다. 주제는 ‘기본생존과 한국사회의 미래’였다. 최 교수는 발제에서 한국이 경제 규모와 문화적 영향력에서는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국민 삶의 질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0위권 경제 대국이고 문화도 세계적으로 부러워하는 나라가 됐지만 삶의 질은 전혀 그렇지...

    2026.06.25 17:40

  • [취재 후] 인문학적 소양, 그건 어떻게 키울까
    [취재 후] 인문학적 소양, 그건 어떻게 키울까

    독일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소설집 <깊이에의 강요>에는 ‘문학적 건망증’이라는 제목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과거에 내가 읽은 책인데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을 때 ‘문학적 건망증’이라는 여섯 글자가 위로를 주곤 했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 있다”고, 내용은 까맣게 잊어버렸어도 내 안에 무언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그러니 독서는 쓸모없는 일은 아니었다고. 대학 다닐 때는 소설 읽을 시간에 취업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해야 하나 불안했던 것도 같다.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 대학을 졸업한 기자도 어떤 행동이든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을 내재화했기 때문이다.쓸모가 떨어지는 학문으로 취급받던 인문학이 중요해졌다고 한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인재를 끌어모으는 빅테크 기업가들이 앞장서서 내놓은 전망이다. AI 시대에 기술을 발전시키고, 발전된 기술로 더 나은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고, 기술에 종속되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서 비판적 사고와 질문하는 능력이 중...

    1684호2026.06.24 06:00

  • [문화캘린더]연극-더 헬멧-서울과 알레포는 어떻게 연결됐나
    [문화캘린더]연극-더 헬멧-서울과 알레포는 어떻게 연결됐나

    [연극] 더 헬멧일시 7월 9일~10월 11일 장소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관람료 5만5000원매 시즌 독창적인 공간 연출로 관객의 호평을 받은 화제작 <더 헬멧>이 4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 시즌은 더욱 깊어진 감정선과 섬세한 시선으로 돌아와 관객에게 강렬한 몰입을 선사할 예정이다.<더 헬멧>은 하나의 무대를 스몰룸과 빅룸으로 나눠 공간을 구성한다. 각 룸에서 벌어지는 2개의 이야기, 그리고 하나의 세계는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극의 배경은 민주화 운동의 시대 억압과 혼란 아래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놓지 않으려는 이들의 순간을 얘기하는 ‘룸 서울’과 전쟁으로 무너진 도시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담아낸 ‘룸 알레포’이다.룸 서울의 이야기는 1987년 민주화 운동 중 전경들에게 쫓기던 학생 2명이 숨은 서점 지하의 작은 방에서 시작된다. 이들은 시위를 진압하는 폭력에 데모대를 지키기 위해 꾸려진, 일명 ‘전투조’로 ...

    1684호2026.06.24 06:00

  • [시네프리뷰] 눈동자-동생의 죽음 뒤쫓는 시각장애인의 사투
    [시네프리뷰] 눈동자-동생의 죽음 뒤쫓는 시각장애인의 사투

    제목: 눈동자(The Eyes)제작연도: 2026제작국: 한국상영시간: 105분장르: 미스터리, 스릴러감독: 염지호출연: 신민아, 김남희, 이승룡, 김영아개봉: 2026년 6월 24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2022년 11월 개봉한 <옆집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연출 전공 전문사 과정을 졸업한 염지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었다.경찰공무원 시험 준비생인 주인공은 마지못해 합류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만취하고, 다음날 자신이 살고 있는 원룸의 옆집 침대 위에서 눈을 뜬다. 그런데 옆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시신이 있다.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고, 난 무슨 짓을 한 건가?제9회 롯데 크리에이티브 공모전 입상으로 제작 지원을 받았고, 완성 후에는 첫 공개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NH농협상,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 특별언급(오동민)을 수상했고, 세계 3대 판타스틱영화제 중 하나인 제40회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

    1684호2026.06.24 06:00

  • [신간] 화성에서 제대로 살 수 있을까
    [신간] 화성에서 제대로 살 수 있을까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잭 와이너스미스,켈리 와이너스미스 지음·지웅배 옮김·알에이치코리아·2만9800원기후위기와 반복되는 전쟁 속 세계 각국이 우주로 시선을 돌리며 희망을 찾고 있다. 저자는 우주 개척에 앞서 풀어야 하는 의학, 경제, 법, 정치, 외교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파고든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과 달의 땅을 나누는 기준, 화성에서 갈등이 일어났을 때 해결하는 방식까지 인류의 미래를 과학적인 팩트 체크로 풀어낸다.많은 사람이 화성을 “인류의 새로운 요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화성의 평균 기온은 영하 60도에 달하고 대기밀도는 지구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토양에는 독성물질도 있다. 화성에 도시를 만든다면 인간은 지표면이 아닌, 땅속으로 파고들어가 두더지처럼 살아야 할 수도 있다.생물학적인 문제도 만만치 않다. 미소중력(Microgravity)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달의 먼지를 흡입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밝혀지지 않았다. 우주에서의...

    1684호2026.06.24 06:00

  • [신간] 미래는 장애를 입었다
    [신간] 미래는 장애를 입었다

    상처를 끄는 존재들수나우라 테일러 지음·송은주 옮김·오월의봄·2만9000원미국 남서부 투손은 사막의 도시로 불린다. 도시 남쪽 소노란 사막은 몬순 시즌에 많은 비가 내려 사막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활력 있는 생태계를 자랑했다. 선주민인 오오담 집단도 이곳을 터전 삼았다. 미국 방산업체 휴즈의 미사일 생산 공장도 있다. 이 회사는 1952년부터 미사일 제조에 사용한 트라이클로로에틸렌을 포함한 유독 화학물질을 인근 연못에 투기했다. 폐기물은 대수층을 오염시켰고, 그 물에 의존해 사는 생명을 병들게 했다.1970년대부터 뇌종양, 백혈병 같은 희소병 진단을 받은 이들이 늘었다. 회사와 시 공무원은 피해자인 멕시코계 주민과 원주민의 ‘병에 취약한 유전자’ 탓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관절굽음증 장애를 유발한 그 오염을 연구하기 위해 고향 투손에 돌아온 저자는 지금 시대를 장애의 시대로 규정했다. 환경의 장애화는 결국 인간의 장애로 이어진다면서 식민주의와 전쟁폭력 같은 거대한 폭...

    1684호2026.06.24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96) 제주 서귀포-바다에 빠진 밥주걱, 주걱치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 (96) 제주 서귀포-바다에 빠진 밥주걱, 주걱치

    제주 바다의 암초 지대를 탐사하다 보면 밥주걱을 닮은 독특한 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이름도, 모습도 재미있는 주걱치다. 주걱치는 제주 연안의 얕은 암초 지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어류다. 몸은 옆으로 납작한 타원형이며 꼬리자루 부분에서 급격히 가늘어져 마치 밥주걱을 연상시킨다. 성체는 보통 18㎝ 안팎까지 자란다.낮에는 암초 틈이나 바위 그늘에 무리를 지어 머물다가 밤이 되면 먹이 활동에 나선다. 주로 작은 갑각류와 저서성 무척추동물을 먹는다. 은회색 몸빛은 암초와 해조류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좋은 위장 효과를 만든다.2025년 가을 제주 서귀포시 문섬에서 주걱치 무리를 만났다. 해조류가 무성한 암초 틈 사이로 수십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납작한 몸을 좌우로 흔들며 느릿느릿 유영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주걱치는 화려한 색을 지닌 물고기는 아니지만 독특한 체형과 습성 덕분에 다이버들의 관심을 끈다. 제주 바다의 얕은 수심, 일정한 곳에 머...

    1684호2026.06.24 06:00

  • 미국·영국 등 정보기관 “AI 해커 공격 수개월 내 이뤄질 것…당장 대응해야”
    미국·영국 등 정보기관 “AI 해커 공격 수개월 내 이뤄질 것…당장 대응해야”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 정보기관이 인공지능(AI)의 사이버 보안 위협이 “수년이 아닌 불과 수개월 내에 일어날 것”이라며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세계 각국 지도자들에게 촉구했다. 정보기관들이 AI에 의한 사이버 안보 위협에 대해 직접 경고를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의 정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는 22일(현지시간) 공동 성명문을 내고 “프런티어 AI 모델은 현재 업계 기대를 뛰어넘어 공격과 방어 양쪽의 사이버 역량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파이브 아이즈 기관들은 “조직과 사회 전체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사이버 리스크는 더는 단순 기술 문제가 아닌 핵심 사업의 위험이고 리더십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위험, 대비 태세 및 책임의 소재를 이해하고 평가할 것, 기본적인 사이버 보안 관행과 통제를 우선시할 것, 사이버 리더에게 권한과 자원을 제공할 것, 위협과 지침의 진화에 따라...

    2026.06.23 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