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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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2026.05.21
  • [김우재의 플라이룸](72) 아프리카 모기와 고독한 유전학자들
    [김우재의 플라이룸](72) 아프리카 모기와 고독한 유전학자들

    우리는 종종 첨단 과학기술이 인류 모두의 고통을 평등하게 덜어줄 것이라 낭만적으로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의 과학은 자본과 권력의 지형도를 잔인하리만치 정확하게 반영한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말라리아는 여전히 5세 미만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매년 60만명 이상이 사망하지만, 이 질병은 ‘글로벌 북반구’라 불리는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십년 전에 종식된 과거의 질병으로 치부된다. 제약사와 주류 과학계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철저히 소외돼온 것이다. 최근 ‘네이처’에는 이 끔찍한 무관심과 생물학적 한계라는 이중의 장벽을 맨몸으로 뚫고 나온 위대한 논문 1편이 실렸다. 영국의 유전학자들과 탄자니아의 현지 과학자들이 20년이 넘는 고독한 사투 끝에, 말라리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 모기를 아프리카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잊힌 질병과 싸우는 고독한 유전학자들, 그리고 아프리카...

    1668호2026.02.27 13:08

  • 민희진 “256억 포기할테니 뉴진스 ‘다섯’ 꿈 펼치게 해달라…모든 소송 중단하자”
    민희진 “256억 포기할테니 뉴진스 ‘다섯’ 꿈 펼치게 해달라…모든 소송 중단하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현 오케이 레코즈 대표)가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 1심 승소로 받을 256억원을 포기하는 대신 모든 민·형사상 법정 분쟁을 멈추자고 하이브에 25일 전격 제안했다.민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256억원을 내려놓는 대신 (하이브도)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민·형사 소송과 분쟁을 멈추라”며 “이 제안에는 저 개인, 뉴진스 멤버, 외주 파트너사, 어도어 직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고소·고발의 종료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민 대표는 제안의 배경으로 “모든 이유 가운데 가장 절실한 것은 뉴진스 멤버들 때문”이라며 “누군가는 무대에, 누군가는 법정에 서야 하는 것이 괴롭다. 그렇게 되면 그 누구도 이 상황을 행복하게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 갈가리 찢어진 마음으로는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에서 민 전 대표의 손...

    2026.02.25 15:08

  • 책 수백만권 스캔한 앤스로픽 충격…AI가 뒤흔든 ‘저작권’
    책 수백만권 스캔한 앤스로픽 충격…AI가 뒤흔든 ‘저작권’

    물류센터처럼 천장이 높은 거대한 창고에 종이책을 담은 상자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서 있다. 알파벳과 숫자로 구획된 ‘상자 책장’에는 무수히 많은 책이 꽂혀 있다. 2024년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드(Claude)’를 운영하는 미국 AI 회사 앤스로픽(Anthropic)이 비밀리에 “파괴적 스캔”을 통해 수백만권의 종이책을 컴퓨터에 입력·학습시킨 뒤 폐기한 작업, 이른바 ‘프로젝트 파나마’를 찍은 사진이다. 해당 사진을 포함해 앤스로픽이 과거 법원에 제출했던 자료가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통해 공개되면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만약 어떤 AI 기업이 1000원에 신문을 한 부 구입한 뒤, 이미 신문값을 치렀으니 신문에 실린 사진과 기사, 칼럼 등을 모두 AI 모델에 학습시킨다면 이는 공정한 행위일까? 여기서 ‘신문’을 ‘책’으로 바꾸면 앤스로픽 사건이 된다. 미 캘리포니아 법원은 이와 관련한 소송에서 “공정 이용”이라며 앤스로픽 측의 손을 들어줬...

    1667호2026.02.23 06:00

  • ‘왕과 사는 남자’ 누적 400만명 돌파…‘단종 유배지’ 청령포 관광객↑
    ‘왕과 사는 남자’ 누적 400만명 돌파…‘단종 유배지’ 청령포 관광객↑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설 연휴 기간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400만명을 돌파했다.1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는 지난 14∼18일 닷새간 267만5000여명(매출액 점유율 62.5%)이 관람해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누적 관객은 417만4000여명으로 400만명을 돌파했다. 구교환·문가영 주연의 멜로 영화 ‘만약에 우리’(244만2000여명)를 제치고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왕과 사는 남자’는 조선 단종이 폐위된 뒤 유배지인 강원 영월에서 촌장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과 생애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모습을 그렸다. 배우 유해진이 촌장 역으로 주연을 맡았고 장항준 감독이 연출했다.조인성·박정민 주연의 첩보 액션물 ‘휴민트’는 같은 기간 98만여명이 관람해 2위를 차지했다. 누적 관객 수는 128만4000여명이다.‘신의 악단’(13만여명), 최우식·장혜진 주연의 ‘넘버원’(12만2000...

    2026.02.19 14:01

  • [시네프리뷰]귀신을 부르는 앱: 영-서브컬처적 주체의 피해 서사가 침투한 21세기 청춘 공포물
    [시네프리뷰]귀신을 부르는 앱: 영-서브컬처적 주체의 피해 서사가 침투한 21세기 청춘 공포물

    제목: 귀신 부르는 앱: 영제작연도: 2026제작국: 한국상영시간: 87분장르: 공포, 스릴러감독: 형슬우, 고희섭, 이상민, 선종훈, 손민준, 김승태출연: 김영재·김주아, 양조아·김희정, 박서지·김영선, 아누팜·임예은, 손민준·이승연, 김규남·김아천개봉: 2026년 2월 18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제작: ㈜하트피플배급: ㈜삼백상회유튜브 쇼츠, 페이스북 릴스를 점령한 ‘공포 영상’들을 보며 심드렁해진 지 오래다. 간혹 ‘진짜’가 섞여 있을지 모르지만 딱 봐도 AI로 만들었군, 하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른바 폐가 탐험 전문 유튜버들이 무섭다며 호들갑 떠는 영상들을 봐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내놓은 ‘증거 영상’이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신뢰성이 의심되는 유령 발견 장치에 이상 신호가 잡혔다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영화 제목을 들었을 때 떠오른 건 이쪽 장르 유튜버들 사이에서 지난 4~5년 사이에 유행을 탄 란더노...

    1667호2026.02.18 06:00

  • [정태겸의 풍경] (106) 전남 완도군 주도-잘 지켜낸 ‘섬 앞의 섬’에 봄이 온다
    [정태겸의 풍경] (106) 전남 완도군 주도-잘 지켜낸 ‘섬 앞의 섬’에 봄이 온다

    새벽이 밝아왔다. 전남 완도에 사는 지인이 이른 아침부터 불러냈다. “가자.” 나보다 나이가 한참은 많은 그는 나를 친구라고 여겼다. 그는 완도의 새벽에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완도항으로 걸음을 옮긴 그는 항구 앞에 떠 있는 섬을 가리켰다. “저게 주도라는 거야. 귀한 거니까 잘 살펴 봐봐.”섬은 섬인데, 대체 뭐가 다르다는 건지 그때는 몰랐다. 항구 뒤편 언덕에 올랐다. 그곳에서 비로소 주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구슬처럼 완벽한 동그라미. 그래서 주도(珠島)였다. 지인은 말했다. 저 안에만 약 137종의 상록수가 있다고. 모밀잣밤, 붉가시나무, 돈나무, 참식나무, 다정큼나무, 광나무, 감탕나무 등 익숙한 것과 처음 들어보는 것이 혼재해 있었다. 섬의 중앙에는 성황당도 있었다. 나무가 다치지 않도록 기도하는 곳이라 했다. 그래서 이 섬은 원시림 그대로 살아남은 거라고.그제야 지인이 무얼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알 것 같았다. 이 섬에서 태어나...

    1667호2026.02.18 06:00

  • [신간]  우리가 몰랐던 금융자본주의 진실
    [신간] 우리가 몰랐던 금융자본주의 진실

    트레이딩 게임게리 스티븐슨 지음·강인선 옮김·사이드웨이·2만5000원하루에도 수조원 규모를 거래하는 세계적 금융회사의 트레이더는 어떤 사람들일까?영국의 서민층 출신인 저자는 천재적인 수학적 두뇌 덕에 가난한 집안 환경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부호 자녀, 엘리트들이 모여드는 런던정경대(LSE)에 입학했다. 남들이 금융 대기업에 수십 곳씩 인턴십 구직 활동을 하고 있을 때, 그는 아무것도 모른 채 학교 공부만 한다. 우연히 한 은행이 주최한 트레이딩 게임 공모전에 참여해 우수한 성적으로 인턴십 기회를 따내고 정규직 자리를 얻는다. 주위 동료들의 신뢰와 호감을 얻은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를 걸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몇 년 뒤 그는 투자 광기의 현실을 직시하고 도덕적 갈등에 시달리다가 결국 그곳을 박차고 나온다.저자는 경험을 토대로 한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지만, 영화보다 박진감 넘치는 내용에 책을 놓기 어렵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늘날 금융자본주의의 진실에 대해 다시...

    1666호2026.02.11 06:00

  • [시네프리뷰]넘버 원-상투적 한계를 거부한 현대적 신파
    [시네프리뷰]넘버 원-상투적 한계를 거부한 현대적 신파

    제목: 넘버 원(Number One)제작연도: 2026제작국: 한국상연시간: 104분장르: 드라마감독: 김태용출연: 최우식, 장혜진, 공승연개봉: 2026년 2월 11일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사진제공: ㈜바이포엠스튜디오만약 생존 그 자체에만 가치를 부여한다면 모든 인간의 삶은 비극이다. 하지만 삶은 다양한 사건과 관계를 통해 운명적 유한성의 비애를 잊게 만드는 최면도 선물한다.어쩌면 다수의 현대 관객이 ‘신파’라는 단어를 극도로 혐오하는 것은 이런 부정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새삼 일깨우는 일면 때문인지도 모른다.하지만 창작자들에게 신파란 이름의 비애와 눈물은 여전히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확실한 무기임이 분명하다. 장르를 망라해 ‘웃기다가 울리면 성공한다’는 한국 영화계의 불문율 역시 변함없이 견고하다.언제부턴가 하민(최우식 분)의 눈앞에 알 수 없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숫자들은 엄마 은실(장혜진...

    1666호2026.02.11 06:00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7) 필리핀 세부섬 오슬롭-고래상어와의 잊을 수 없는 추억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7) 필리핀 세부섬 오슬롭-고래상어와의 잊을 수 없는 추억

    현존하는 어류 가운데 가장 큰 종인 고래상어는 최대 길이가 20m에 달하는 대물이다. 워낙 희귀해 스쿠버다이버들에게는 고래상어와의 조우가 로망에 가까운 경험으로 여겨진다. 이런 고래상어를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필리핀 세부섬 동남쪽의 작은 어촌 오슬롭이다.2011년 12월 마을 앞바다를 찾은 고래상어들에게 주민들이 먹이를 주기 시작하면서 고래상어들이 이 해역에 머물게 됐다. 그 결과 오슬롭은 하루 수백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명소로 급부상했다. 주민들은 크리스마스 무렵 나타난 고래상어를 산타가 안겨준 선물처럼 여기며, 고래상어 관광은 마을의 중요한 수입원(스노클링 30분 기준 1000페소)이 됐다. 하지만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에 대한 환경단체의 비판도 이어졌다. 이에 필리핀 정부는 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을 택했다. 해양생물 전문가를 초빙해 고래상어를 연구하는 한편, 관광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면서 규제와 관리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1666호2026.02.11 0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6) 각혈과 총성 그리고 내 이름 찾기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6) 각혈과 총성 그리고 내 이름 찾기

    100년 전이 유행이다. 한쪽에서는 종이에 베인 상처를 토로하며 각혈하는 일제강점기 예술가들이, 다른 한쪽에서는 실업과 굶주림으로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대공황기 서민들이 무대 위를 가득 메운다. 내부로 향한 폭력과 외부로 발사된 폭력을 다루는 이 작품들은 ‘코스피 5000’시대의 명암을 미학적으로 되짚게 한다. 일제강점기 조선 예술가들의 고뇌와 낭만이 교차하던 ‘문예 시대’부터 실업과 자살, 폭력이 일상이던 미국 ‘대공황 시대’까지. 같은 시간대 다른 공간의 폭력적 상황은 무대의 언어로 묻는다. 당신은 지금 시스템이 만들어낸 숫자의 풍요를 만끽하고 있는가?문예 시대 각혈은 억압의 분출심연을 알아주는 팬을 만나면 사랑에 빠지는 게 당연하다. 뮤지컬 <팬레터>(한재은 작·작사, 박현숙 작곡, 김태형 연출, 신선호 안무, 라이브㈜ 제작)는 일제강점기에도 순수예술을 해보자고 결성된 7인회의 천재 작가 해진(에녹·김종구·김경수·이규형 분)의 오랜 팬 세훈(문성일·...

    1666호2026.02.06 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