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첨단 과학기술이 인류 모두의 고통을 평등하게 덜어줄 것이라 낭만적으로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의 과학은 자본과 권력의 지형도를 잔인하리만치 정확하게 반영한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말라리아는 여전히 5세 미만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매년 60만명 이상이 사망하지만, 이 질병은 ‘글로벌 북반구’라 불리는 서구 선진국에서는 이미 수십년 전에 종식된 과거의 질병으로 치부된다. 제약사와 주류 과학계의 투자 우선순위에서 철저히 소외돼온 것이다. 최근 ‘네이처’에는 이 끔찍한 무관심과 생물학적 한계라는 이중의 장벽을 맨몸으로 뚫고 나온 위대한 논문 1편이 실렸다. 영국의 유전학자들과 탄자니아의 현지 과학자들이 20년이 넘는 고독한 사투 끝에, 말라리아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유전자 드라이브(Gene Drive)’ 모기를 아프리카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잊힌 질병과 싸우는 고독한 유전학자들, 그리고 아프리카...
1668호2026.02.27 1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