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주간경향

문화·과학

2026.03.09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 (3) 서점이 있는 마을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 (3) 서점이 있는 마을

    나의 어린 시절에 서점이란 이마트였다. 경상북도 최북단 봉화군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우리 마을에는 서점이 없었다. 일상에서 접하는 책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는 학교도서관이 전부였다. 화요일이면 재밌고 다양한 책이 많이 실린 봉화군 도립도서관 버스가 왔지만, 초등학생이 하교하는 시간보다 훨씬 전에 떠났기에 방학에만 도서관 버스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중학생이 된 즈음에는 이용자가 적다는 이유로 우리 마을을 영영 떠났다. 도서관 담당자가 버스 애용자였던 아버지의 딸인 나를 알아보고, 아버지가 읽을 만한 새로운 무협소설을 추천해줄 때의 기쁨과 뿌듯함을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돼버렸다.이런 형편이니 나와 우리 마을 아이들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골라 제 손으로 사본 경험이 극히 드물었다. 어머니가 근처 도시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동안 베스트셀러와 아동학습만화 위주로 전시된 도서 코너를 재빨리 훑어보는 게 서점에 가는 것이었다. 장난감 코너도 들러야 했기 때문에 책을 찬찬...

    1669호2026.03.06 14:57

  • ‘왕사남’ 장항준 “상상해본 적 없는 천만…‘관객으로 들어가 백성으로 나온다’는 평 인상적”
    ‘왕사남’ 장항준 “상상해본 적 없는 천만…‘관객으로 들어가 백성으로 나온다’는 평 인상적”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지난 6일 1000만 관객을 돌파히면서 장항준 감독이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장 감독은 6일 배급사 쇼박스를 통해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상황이고, 저와 저희 가족들 모두 기쁘면서도 조심스러운 마음”이라며 “이렇게 좋은 일이 있으면, 반대의 일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게 조금 조심스러워진다”는 소감을 밝혔다.‘왕과 사는 남자’를 본 관객들이 남긴 후기 가운데 연출자로서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도 언급했다.장 감독은 “워낙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관객으로 들어가서 백성으로 나온다’라는 평이 인상적이었고, ‘역사의 빈틈을 온기로 채웠다’라는 말도 좋고 감사했다”고 떠올렸다.‘왕과 사는 남자’는 폐위된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가 강원도 영월의 유배지로 떠나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내용을 담았다.단종 폐위와 유배 등 주요 뼈대는 역사적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단종이 촌장 엄흥도(유...

    2026.03.06 10:37

  • “돈 더 벌고 싶었다” 김선태, 채널 개설 이틀만에 70만명대 구독
    “돈 더 벌고 싶었다” 김선태, 채널 개설 이틀만에 70만명대 구독

    충북 충주시청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를 이끌다 사직한 김선태씨가 개인 채널 개설 이틀만에 7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4일 오후 2시 40분 기준 김씨의 개인 유튜브 채널 ‘김선태’ 구독자는 74만명이다.개설 직후 수 천명에 머물던 구독자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그가 활동한 충TV(77만4000명)도 추월할 태세다.일부는 구독자 증가 추이를 추적·중계하는 ‘체크 채널’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김씨의 후임인 충주시 뉴미디어팀 최지호 주무관이 전날 충TV에서 드라마 ‘추노’의 명대사를 패러디한 “선태야, 나의 선태야”라는 댓글을 남기면서 화제에 불을 붙였다.김씨의 메시지도 주목받고 있다.그는 채널에 올린 첫 영상에서 ‘충주맨’ 생활을 접은 것에 대해 “나가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돈을 더 벌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단기간의 급격한 구독자 수 증가를 놓고 ‘대리 탈출구’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충TV에 대한 논문을 썼던 정장용 국립...

    2026.03.04 14:59

  • [시네프리뷰]다이 마이 러브-불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격정적 사랑
    [시네프리뷰]다이 마이 러브-불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격정적 사랑

    태생적으로 우울한 스릴러 작품일 수밖에 없지만, 단순히 파국적인 드라마가 아니라 혼란스럽고 정신없는 블랙 코미디라는 점에서 제작·출연진들은 이 영화의 ‘진가’를 확신한다.제목: 다이 마이 러브(Die My Love)제작연도: 2025제작국: 영국, 캐나다, 미국상영시간: 118분장르: 드라마, 코미디감독: 린 램지출연: 제니퍼 로렌스, 로버트 패틴슨, 닉 놀테, 씨씨 스페이식개봉: 2026년 3월 4일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1969년 12월 5일생인 스코틀랜드 출신의 여성 감독 린 램지는 흔들림 없는 뚜렷한 자기 색을 드러내온 감독이다. 1996년 졸업 작품으로 만든 단편 <작은 죽음들>부터 칸 영화제 단편 영화 부문 심사위원상을 받으며 남다른 시작을 알린 그는 작품마다 관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충격을 안겨왔다.1973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배경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잡초처럼 거칠게 휘둘리는 소년의 성장을 그린 장편 데뷔작 <...

    1668호2026.03.04 06:17

  •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8) 필리핀 아포섬-코가 길어 유능한 사냥꾼, 롱노즈 호크피시
    [박수현의 바닷속 풍경](88) 필리핀 아포섬-코가 길어 유능한 사냥꾼, 롱노즈 호크피시

    산호초는 다양한 해양 생물이 공존하는 터전이자, 바다 생태계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햇빛이 스며드는 얕은 바다에서 다채로운 산호와 물고기가 어우러진 풍경을 마주하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다. 이곳의 생명체는 색과 형태,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환경에 적응해왔다. 2010년 봄, 필리핀 두마게티시티 아포섬 해양보호구역에서 만난 ‘롱노즈 호크피시(Longnose Hawkfish)’ 역시 그러한 진화의 결과를 잘 보여주는 어종이다.롱노즈 호크피시는 이름 그대로 ‘긴 코’를 지닌 매 같은 물고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몸의 형태는 촘촘히 자라난 산호 가지 사이를 오가며 작은 물고기와 새우를 사냥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매가 나뭇가지 사이에 몸을 숨긴 채 먹잇감을 노리듯, 산호 가지와 어우러진 ‘롱노즈 호크피시’는 재빠르게 돌진해 작은 물고기나 새우를 낚아챈다.이들의 매력은 주둥이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몸 전체에 새겨진 선명한 적색 격자무늬 또한 강렬하다. 흰...

    1668호2026.03.04 06:17

  • 무속은 어떻게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나…예능에서 앱까지 접수한 ‘K무속’
    무속은 어떻게 젊은 세대를 사로잡았나…예능에서 앱까지 접수한 ‘K무속’

    지난 2월부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에서 방영 중인 <운명전쟁49>는 49인의 운명술사가 모여 다양한 미션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시험하는 예능이다. 무속을 중심에 두고 서바이벌 프로그램 형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지만, 최근엔 특정 미션이나 출연자의 부적절한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비극적인 죽음을 점술가 서바이벌의 자극적인 예능 소재로 소비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제작진의 부적절한 만듦새가 자초한 논란으로 콘텐츠 제작의 윤리적 기준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이와 별개로 최근 무속이라는 소재가 콘텐츠의 중심에 서는 현상 역시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2024년 1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파묘> 역시 무속을 소재로 했다.이런 유행은 비단 콘텐츠 영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젊은 세대 사이 ‘액막이 북어 키링’(민속신앙에서 액운...

    1668호2026.03.02 06:00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23) 여성의 욕망, 여성의 목소리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23) 여성의 욕망, 여성의 목소리

    김자림(金玆林·1926~1994)은 한국 최초의 여성 극작가다. 물론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나혜석, 박화성, 장덕조 같은 여성 작가가 희곡을 발표한 적은 있다. 그러나 이들은 기본적으로 화가이거나 소설가였지 전문적인 희곡작가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출판한 희곡 작품의 수가 적고 창작활동도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못했기에 여성 희곡사에 의미 있는 파장을 남기는 수준에까진 이르지 못했다.한국 여성 희곡사에서 본격적인 여성 희곡작가가 탄생한 것은 1959년이다. 김자림은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돌개바람’이 입선되고, 1961년 ‘유산’이 당선됨으로써 한국문학사에서 여성 극작가 부재의 시대를 종결시킨 최초의 인물이다. 또한 그는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국립극단에 작품을 올린 작가이기도 하다. 1966년 국립극단이 무대에 올린 김자림의 <이민선>(전세권 연출, 백성희·최불암·김금지·고설봉 등 출연)은 국립극단 사상 처음으로...

    1668호2026.02.27 13:12

  • [꼬다리] 리뷰의 선을 고민하는 일
    [꼬다리] 리뷰의 선을 고민하는 일

    나는 느린 관객이었다. 지인들로부터 “그 영화 봤어? 좋더라”는 얘기를 몇 번 들어야 ‘한번 봐볼까?’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건 내가 관대하지 못한 편이어서기도 했다. 캐릭터를 쌓다 말고 갑자기 감정선이 널을 뛰거나, 영화라 쳐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반복되거나, 감독의 부적절한 여성관이 의심되는 장면이 거슬리거나. 갖가지 이유로 ‘못 만든’ 영화가 (내 기준에) 많았다. 정보 없이 갔다가 2시간 내내 고통받고 싶지 않았다. 평이 좋은 영화를 뒤늦게 골라보는 이유였다.문화부 영화 담당인 지금 나는 누구보다 빠른 관객이다. 언론 시사회는 대부분 영화를 일반에 처음 내놓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일로 영화를 본다는 건 대체로 호사지만, 좋은 것만을 쏙쏙 편식하던 내게는 그 자유를 잃는 일이기도 했다. 취향에 맞지 않는 영화여도 일단 봐야 하니까. ‘제발 의외로 잘 만들었기를.’ 암전되기 전 시사회장에서 남몰래 기도하게 됐다. 꼼짝없이 2시간을 묶여 있을 나를 위해.그런데 희한했다...

    1668호2026.02.27 13:11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9) ‘사랑과 위로’의 초콜릿, 왜 개에겐 ‘조용한 독’일까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9) ‘사랑과 위로’의 초콜릿, 왜 개에겐 ‘조용한 독’일까

    입학 철이 됐지만 아직은 찬 공기에 스산함마저 감도는 날씨다. 이 시기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이 설렘과 낯섦의 감정이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긴장감이 있다. 이럴 때 우리의 마음을 조용히 다독여줄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초콜릿’이다.초콜릿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가 ‘사랑’이다. 우리 곁에서 초콜릿은 마음을 잔잔하게 흔드는 달콤한 유혹으로 존재해왔다. 수줍은 설렘이 가득 담긴 첫사랑의 고백에서부터, 우울한 날 스스로 건네는 작은 위로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초콜릿이 함께했다. 이 진한 갈색의 조각은 즐거움과 위안의 상징이었기에, 지나간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추억의 형태로 초콜릿에 담아왔다.초콜릿은 문학 작품 속에서도 다양한 의미로 나온다. 로알드 달(Roald Dahl)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초콜릿은 ‘유혹과 선택의 상징’으로 그려졌고, 조앤 해리스(Joanne Harris)의 작품...

    1668호2026.02.27 13:1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7) 죽어야 사는 바다, ‘항해’의 역설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7) 죽어야 사는 바다, ‘항해’의 역설

    아이들을 건사하는 학부모나 학생들과 대면하는 선생에게 3월은 ‘태풍의 눈’ 같다. 새로운 시작을 향한 호기심과 동시에 밀어닥칠 예측 불허의 나날을 상상하며 숨을 크게 들이쉬는, 각오의 시기이기도 하다. 삶의 폭풍우를 헤쳐나가는 여러 형태의 항해가 최근 화제작에 많은 것도 유의미하게 와닿는다. 상상력과 아트 테크놀로지, 연극성이 집약된 항해의 무대화는 바다와 배를 시각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대 위 항해는 주인공의 운명적 전환에서 찾아온다. 떠나지 않으면 죽고, 떠나도 죽은 것과 진배없을 극단의 상황이다. 배에 오르는 순간 작품의 캐릭터들은 새로운 세계를 향한 기대보다 이전의 세계에서 이탈한 고통과 마주한다. 항해는 이동이 아니라 단절의 감각으로 먼저 시작되기 때문이다.<삼국사기> ‘도미 부인’ 설화 모티브한국적인 기개와 비워냄의 정서를 시각화한 <몽유도원>(최인호 원작, 윤호진 연출, 안재승 작, 오상준 작·편곡, 양재선 작사, 서병구 안무, ...

    1668호2026.02.27 1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