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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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2026.03.14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24) 연애 서사와 혁명 서사의 불편한 공존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24) 연애 서사와 혁명 서사의 불편한 공존

    1960년 4·19 시민혁명은 한국문학 장에 ‘청년-남성-지식인’ 주체를 혁명의 주인공으로 호명하며 그들의 고뇌를 문학 정전으로 구축했다. 하지만 이 견고한 문학 정전의 틈을 비집고 여성의 목소리로, 혹은 낯익은 대중소설의 양식으로 4·19 혁명 전후를 그린 작품들이 있다. 박경리의 <푸른 운하>·<노을 진 들녘>, 강신재의 <오늘과 내일>, 정연희의 <목마른 나무들>이 그러하다. 1963년 발간된 정연희의 장편소설 <목마른 나무들>은 혁명의 광장 밖에서 다른 방식으로 자유를 꿈꾸었던 여성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소설은 4·19 혁명을 경유하면서 여성들이 겪는 실존적 방황과 욕망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서사를 통해 4·19의 또 다른 풍경을 그린다.<목마른 나무들>은 연애 서사의 문법을 충실히 구현한다. 고아인 불우한 여성이 자신을 돌봐준 ‘아버지 같은’ 약혼자를 두고, 우연히 눈이 마주친 매력적인 남성에게 이...

    1670호2026.03.13 14:55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8) 호명과 명명, 아직 불리지 않은 존재들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8) 호명과 명명, 아직 불리지 않은 존재들

    어떤 아이는 이름을 빼앗긴 채 신들의 목욕탕에서 일한다. 어떤 아이는 꽃의 이름으로 불리며 자신의 혈통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끝내 이름 없이 바다로 향한다.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 세 장면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언제 비로소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는가. 연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튤립>, 뮤지컬 <긴긴밤>은 전혀 다른 세계관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름에 대해 호명과 명명(Naming)의 간극에 대해 사유하게 이끈다.여기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세계가 한 존재를 특정한 자리로 불러내는 방식이며, 동시에 한 존재가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호명’도 그 결이 층층이 나뉜다. ‘진심 어린 호명(Calling)’이 있는가 하면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가 정의한 것처럼 주체를 시스템의 틀 안에 가두는 ‘권력 행위로서의 호명(Interpellation)’도 존재한다. 이 세 작품...

    1670호2026.03.13 14:54

  • [문화캘린더] 관제탑과 등대, 두 사람의 소통
    [문화캘린더] 관제탑과 등대, 두 사람의 소통

    [뮤지컬] ROGER일시 3월 5일~5월 31일 장소 NOL 서경스퀘어 스콘 2관 관람료 R석 6만6000원 S석 5만5000원아메리칸(American) 1475 항공 사고와 관련된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관제사로 살아온 스카일러는 어느 날 뉴욕 JFK 인근 외딴 델레이 공항으로 좌천된다. 그날 밤, 우연히 포착한 주파수 너머에는 바하마 오가르의 항구에서 무자격으로 배를 관제하고 있는 디디가 있다. 스카일러는 그를 비난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이유로 상대가 필요하다.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려면 사고 당시 관제사의 행방을 추적해야 하는 스카일러, 오가르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관제를 배워야 하는 디디. 목적도 성격도 살아온 세계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은 결국 매일 밤 주파수 위에서 관제 수업을 이어가기로 한다.얼굴 없이 목소리만으로 판단하고 책임을 나누는 관제의 세계에서 두 사람의 교신은 때로 불완전하고 오해로 흔들린다. 그러나 반복되는 교신 사이로 각자의 일상에 예...

    1669호2026.03.11 06:00

  • [시네프리뷰] 브라이드!-신부가 루저들의 우상 ‘조커’가 될 수 없는 이유
    [시네프리뷰] 브라이드!-신부가 루저들의 우상 ‘조커’가 될 수 없는 이유

    제목: 브라이드!(The Bride!)제작연도: 2026제작국: 미국상영시간: 126분장르: 액션, 멜로, 드라마감독: 매기 질렌할출연: 제시 버클리, 크리스찬 베일, 피터 사스가드, 아네트 베닝, 제이크 질렌할, 페넬로페 크루즈개봉: 2026년 3월 4일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제공/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영화가 중반쯤 접어들었을 즈음, 이번 주 리뷰 대상으로 왜 이 영화를 주저 없이 선택했는지 곱씹었다.<브라이드!>는 영화사(史)의 고전인 유니버설 픽처스가 제작한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제임스 웨일 감독·1935)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굳이 한 작품을 더한다면 역시 영화사에서 중요한 영화인, 그리고 대공황 시대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우리에겐 내일이 없다>(아서 펜 감독·1967) 이야기를 섞어놓고 있다. 마피아와 결탁한 부패한 공권력에 맞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신부의 비극적이고 낭...

    1669호2026.03.11 06:00

  • [신간] 트럼프가 전쟁을 서슴지 않는 까닭은
    [신간] 트럼프가 전쟁을 서슴지 않는 까닭은

    미국은 왜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가윌리엄 D. 하텅, 벤 프리먼 지음·백우진 옮김·부키·2만5000원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다룬 뉴스는 토마호크 장거리 순항미사일의 발사 장면, F-35 같은 전투기 출격 모습,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거처에 폭탄이 투하되는 장면 등을 내보낸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제거’를 위해 미 국방부가 인공지능(AI) 기업인 팔란티어와 앤스로픽의 AI 기술을 활용해 정보 수집, 표적 식별, 전투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등을 벌였다는 뉴스 꼭지도 보인다. 1분 30초짜리 미국 무기 광고를 보는 것 같다.이어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에 공습 이후 팔란티어와 앤스로픽의 주가가 상승했다는 뉴스까지.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다. 도대체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65년 전 미국의 대통령 아이젠하워는 고별 연설에서 군과 방산업계가 결합한 ‘군산복합체’의 정치적 영향력을 지적하고 우려했는데, 실리콘밸리의 AI 기업까지 결합한 오늘날의 군산복...

    1669호2026.03.11 06:00

  • [신간] 여전히 살아 있는 우생학의 망령
    [신간] 여전히 살아 있는 우생학의 망령

    미국의 우생학N. 오르도버 지음·김현지 옮김·오월의봄·3만2000원“여러분은 여러분이 키우는 소 품종에 대해 이야기하지요…. 하지만 내 형제여, 인간 품종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로즈 트럼볼은 1920년 한 신문에 ‘미국인들에게’라는 제목의 시를 싣는다. 사람들은 흔히 우생학을 나치 독일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20세기 초반 우생학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곳은 바로 미국이다. 그리고 우생학은 과학이면서도 정치와 꼭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붙어다니며, ‘더 나은 유전자’라는 미명하에 이민자, 퀴어, 장애인 등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백인의 불안을 자극하며 마치 이런 존재들이 도시 빈곤, 범죄, 질병의 온상인 것처럼 부추겨왔다. 하지만 이는 과연 100년 전 과거의 문제에 불과한 것일까?퀴어, 젠더정체성, 이민 문제 등을 연구하고 또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저자는 우생학의 논리는 오늘...

    1669호2026.03.11 06:00

  • [정태겸의 풍경](107) 경기 안성시 칠장사-소원탑도 탑이다
    [정태겸의 풍경](107) 경기 안성시 칠장사-소원탑도 탑이다

    설 명절이 지나니, 바야흐로 봄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계절이 순환한다. 삭풍 몰아치던 시간이 끝나면 비로소 따사로운 햇볕이 쏟아지게 마련. 이번에는 경기도 안성 칠장사로 향했다. 봄날의 기운을 느껴볼까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생각 같지는 않았다. 안성의 산자락 안쪽에는 아직 동장군이 발끝을 디디고 서 있는 듯했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바람은 쌀쌀했다.그럼에도 햇볕이 들자, 이내 따스함이 경내로 깃든다. 그제야 절 마당을 거닐며 둘러볼 마음이 들었다. 대웅전과 맞은편 응향각 사이 한가운데에 안성죽림리삼층석탑이 섰다. 여기까지는 여느 사찰과 다름없는 풍경. 한데 그 바로 옆에 소원탑도 섰다. 겨우내 이 절을 찾았던 사람들이 각자의 소원을 긴 띠에 적고 매달아 쌓아 올린 탑인 듯했다. 색색의 띠가 한데 모여 이룬 탑은 그 자체로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석탑 곁에 서 있기에 더욱 그리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원탑도 탑이다. 주변을 돌며 수도 ...

    1669호2026.03.11 06:00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 (3) 서점이 있는 마을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 (3) 서점이 있는 마을

    나의 어린 시절에 서점이란 이마트였다. 경상북도 최북단 봉화군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우리 마을에는 서점이 없었다. 일상에서 접하는 책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는 학교도서관이 전부였다. 화요일이면 재밌고 다양한 책이 많이 실린 봉화군 도립도서관 버스가 왔지만, 초등학생이 하교하는 시간보다 훨씬 전에 떠났기에 방학에만 도서관 버스를 만끽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중학생이 된 즈음에는 이용자가 적다는 이유로 우리 마을을 영영 떠났다. 도서관 담당자가 버스 애용자였던 아버지의 딸인 나를 알아보고, 아버지가 읽을 만한 새로운 무협소설을 추천해줄 때의 기쁨과 뿌듯함을 더 이상 맛볼 수 없게 돼버렸다.이런 형편이니 나와 우리 마을 아이들은 읽고 싶은 책을 직접 골라 제 손으로 사본 경험이 극히 드물었다. 어머니가 근처 도시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동안 베스트셀러와 아동학습만화 위주로 전시된 도서 코너를 재빨리 훑어보는 게 서점에 가는 것이었다. 장난감 코너도 들러야 했기 때문에 책을 찬찬...

    1669호2026.03.06 14:57

  • ‘왕사남’ 장항준 “상상해본 적 없는 천만…‘관객으로 들어가 백성으로 나온다’는 평 인상적”
    ‘왕사남’ 장항준 “상상해본 적 없는 천만…‘관객으로 들어가 백성으로 나온다’는 평 인상적”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지난 6일 1000만 관객을 돌파히면서 장항준 감독이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장 감독은 6일 배급사 쇼박스를 통해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상황이고, 저와 저희 가족들 모두 기쁘면서도 조심스러운 마음”이라며 “이렇게 좋은 일이 있으면, 반대의 일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모든 게 조금 조심스러워진다”는 소감을 밝혔다.‘왕과 사는 남자’를 본 관객들이 남긴 후기 가운데 연출자로서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도 언급했다.장 감독은 “워낙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관객으로 들어가서 백성으로 나온다’라는 평이 인상적이었고, ‘역사의 빈틈을 온기로 채웠다’라는 말도 좋고 감사했다”고 떠올렸다.‘왕과 사는 남자’는 폐위된 단종 이홍위(박지훈 분)가 강원도 영월의 유배지로 떠나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인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내용을 담았다.단종 폐위와 유배 등 주요 뼈대는 역사적 사건에서 출발하지만, 단종이 촌장 엄흥도(유...

    2026.03.06 10:37

  • “돈 더 벌고 싶었다” 김선태, 채널 개설 이틀만에 70만명대 구독
    “돈 더 벌고 싶었다” 김선태, 채널 개설 이틀만에 70만명대 구독

    충북 충주시청 공식 유튜브 채널 ‘충TV’를 이끌다 사직한 김선태씨가 개인 채널 개설 이틀만에 7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4일 오후 2시 40분 기준 김씨의 개인 유튜브 채널 ‘김선태’ 구독자는 74만명이다.개설 직후 수 천명에 머물던 구독자는 폭발적으로 늘었고, 그가 활동한 충TV(77만4000명)도 추월할 태세다.일부는 구독자 증가 추이를 추적·중계하는 ‘체크 채널’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김씨의 후임인 충주시 뉴미디어팀 최지호 주무관이 전날 충TV에서 드라마 ‘추노’의 명대사를 패러디한 “선태야, 나의 선태야”라는 댓글을 남기면서 화제에 불을 붙였다.김씨의 메시지도 주목받고 있다.그는 채널에 올린 첫 영상에서 ‘충주맨’ 생활을 접은 것에 대해 “나가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돈을 더 벌고 싶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단기간의 급격한 구독자 수 증가를 놓고 ‘대리 탈출구’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충TV에 대한 논문을 썼던 정장용 국립...

    2026.03.04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