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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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2026.06.17
  • 더 깊어진 박해영 월드…‘버려진 존재’를 향한 환대의 기록
    더 깊어진 박해영 월드…‘버려진 존재’를 향한 환대의 기록

    박해영 작가의 세계관을 집대성한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의 여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24일 종영됐지만, 시청자들은 무가치함과 싸우는 극중 황동만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말한다. <나의 아저씨>에서 <나의 해방일지>를 건너 다시 <모자무싸>로 이어지는 동안, 매번 새로워지는 표면 아래에는 세 작품을 떠받치는 골격이 있다. 세상의 기준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봐 주며 끝내 존엄을 건져올린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이 주는 위안은 크다.박해영의 세계는 늘 버려진 사람들에서 출발한다. 빚과 과거에 짓눌린 이지안(아이유 분), 죄책감과 알코올에 스스로를 가둔 구씨(손석구 분), 20년째 영화감독 데뷔를 못 한 황동만(구교환 분)이 그렇다. 세상의 잣대로는 무가치해 보이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누구보다 속 깊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서로의 오점을 비난하지 않고 존재 그대로 인정한다. 나를 알...

    1683호9시간 전

  • 차영훈 감독 “‘모자무싸’는 너만 후진 게 아니니까 그냥 살아보라는 얘기”
    차영훈 감독 “‘모자무싸’는 너만 후진 게 아니니까 그냥 살아보라는 얘기”

    <동백꽃 필 무렵>, <웰컴투 삼달리>처럼 따뜻한 동네 사람들을 그려온 차영훈 감독에게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는 낯선 도전이었다. 어둡고 무거운 도시 서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그것도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등 명작을 쓴 박해영 작가와 처음 호흡을 맞춰 뛰어들었다. 쉬어가는 장면 하나 없이 신마다 감정이 격렬해 매번 전력을 다해야 했다.6월 6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에서 만난 차 감독은 “박해영의 깊이에 차영훈의 대중성을 더해보자. 그런 욕심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자무싸)는 행복이란 완성된 무엇이 아니라 불행하지 않은 상태라는 얘기”라며 “톱배우 오정희(배종옥 분)도, 큰 제작사 최동현 대표(최원영 분)도, 20년째 영화 한 편 못 만든 황동만(구교환 분)이도, 매일 죽으려는 황진만(박해준 분)도 모두 자기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너만 후진 게 아니니까 그냥 살아...

    1683호9시간 전

  • [문화캘린더]뮤지컬-해몽가-정조, 불면의 이유
    [문화캘린더]뮤지컬-해몽가-정조, 불면의 이유

    [뮤지컬] 해몽가일시 6월 25일~9월 13일 장소 예스24스테이지 1관 관람료 R석 7만원 S석 5만원 A석 4만원정조가 불면증에 시달렸다는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허구의 인물 ‘유견’을 더해 상상력으로 완성한 사극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 불면을 단순한 증상이 아닌 심리적 트라우마와 정치적 불안이 얽힌 문제로 풀어내며, 왕세손 ‘이산’이 이를 극복하고 진정한 왕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마주한 왕세손 ‘이산’과 해몽가 ‘유견’,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깊은 공감과 여운을 전한다.영화진흥위원회의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인 영화 <잠의 왕(가제)> 시나리오를 각색해 무대화한 뮤지컬 <해몽가>는 지난해 시범 공연을 통해 신선한 소재와 배우들의 호연, 라이브 연주로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번 공연에서는 서사와 주요 넘버를 보강하고 새로운 무대와 연출을 더해 더욱 높은 완성도로 관객을 만난다.1776년...

    1683호9시간 전

  • [시네프리뷰]디스클로저 데이-이야기 장인 스필버그였기에 가능했던 SF영화
    [시네프리뷰]디스클로저 데이-이야기 장인 스필버그였기에 가능했던 SF영화

    제목: 디스클로저 데이(Disclosure Day)제작연도: 2026제작국: 미국상영시간: 145분장르: SF, 미스터리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출연: 에밀리 블런트, 조시 오코너, 콜린 퍼스, 이브 휴슨, 콜맨 도밍고개봉: 2026년 6월 10일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수입/배급: 유니버설 픽처스이 사람 영화는 진짜다, 라고 생각했다. <디스클로저 데이>를 보러 가기 전 아마도 영화와 관련이 있을 거로 예상했던 <미지와의 조우>(1977)를 복습하면서 떠오른 상념이다. 영화가 다루는 내용이 진짜라는 게 아니다.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 연출이 모 유튜버 식으로 말하자면 ‘찐’이다. 새삼 감탄하면서 봤다.진짜 영화장인 스필버그의 새 SF영화굳이 이야기하자면 <미지와의 조우>나 스필버그 영화 중 SF영화 계열-<E.T.>(1982), <우주전쟁>(2005)과 딱히 연관성이 있는 영화는 아니...

    9시간 전

  • [정태겸의 풍경](114) 전북 남원 산내면-노려보는 듯 미소짓는 묘한 얼굴
    [정태겸의 풍경](114) 전북 남원 산내면-노려보는 듯 미소짓는 묘한 얼굴

    식문화 운동을 하는 분을 만나러 전북 남원에 간 길이었다. 몇번을 찾아뵙고 우리의 식문화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떤 것을 어떻게 만들어가는 게 좋을지 등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마다 많은 생각을 했다. 식탁에서 ‘밥’의 의미를 곱씹곤 했다. 그래서 그분을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설렜다. 이번에는 일과 관련해서 그분을 만나러 갔다. 전처럼 깊은 이야기를 듣진 못했지만, 손수 지은 밥과 반찬을 곁들여 함께 식사했다. 공장에서 맛의 밸런스를 잡고 예쁘게 포장해 내놓은 음식에선 좀처럼 느끼지 못한 쓰고 시고 짭짤한 식재료의 맛이 오롯이 살아 있었다. ‘살아 있는 밥상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근처에 있는 실상사에 들르기로 했다. 걸어가는 길, 절로 들어가는 길가에 늘어선 장승이 보였다. 아, 장승이라는 걸 본 게 얼마 만인가. 사라져가는 물건이 그곳에 툭툭 놓여 있는 게 그리도 반가웠다. 무심한 듯 깎아 만든 투박한 외양. 그 장승의 행렬 한쪽에는 돌로 만든 석장승도 있었다. 코...

    1683호9시간 전

  • [신간] 전력이 합리적 상품이라고? 에너지 전환의 뼈아픈 진실
    [신간] 전력이 합리적 상품이라고? 에너지 전환의 뼈아픈 진실

    가격이라는 함정브렛 크리스토퍼스 지음·이동구 옮김·여문책·3만8000원재생에너지가 저렴해지면 기후위기가 해결될까.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화석연료보다 낮아지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 에너지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현실은 냉혹하다.세계 전력 생산의 60% 이상은 여전히 화석연료가 지배하고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는 속도도 터무니없이 느리다. 발전 비용이 낮아진다고 해서 투자 주체가 얻는 상업적 이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본주의의 작동 원리를 통해 기후 문제를 분석한 책이 나왔다. 저자는 “경제성 자체가 여전히 중요한 장애물”이라며 “문제의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수익성과 예측 가능성에 있다”고 말한다.저자는 전력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합리적인 상품’이라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진단한다. 전력은 공급과 수요가 실시간으로 일치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고, 저장 비용도 비싸 시장의 힘만으로는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흔히...

    1683호2026.06.15 06:00

  • [신간] “사람들이여 ‘선한 야망’을 가져라”…세상을 바꿀 도발적 제안
    [신간] “사람들이여 ‘선한 야망’을 가져라”…세상을 바꿀 도발적 제안

    모럴 앰비션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이정민 옮김·인플루엔셜·2만2000원‘야망’의 사전적 의미는 ‘크게 무엇을 이뤄보겠다는 희망’이다. 현대사회에서 사람이 품은 야망은 주로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부를 향할 때 따라붙는다. 고학력, 고소득자라고 해도 내 발등의 불에만 집중한다. 당연한 것 같지만, 다른 선택지도 가능하다. 공동체를 위해 무언가 애쓰는 사람, 한 명이라도 떠오르지 않는가. 네덜란드의 젊은 사상가인 저자는 다른 행동이 ‘선한 야망’에서 비롯된다고 본다.전작 <휴먼카인드>에서 “위기의 순간에 인간의 선한 본성이 발현된다”고 주장했던 저자는 이 책에서는 각자의 능력을 높은 연봉이나 안정적인 경력을 추구하는 데 쓰지 말고 기후위기, 불평등, 빈곤 등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하자고 제안한다. 평범한 사람 누구라도 자신과 상관없는 질병 퇴치를 위한 자선사업에 앞장설 수 있다는 생각이고, 실제 그런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는 선한 야망을 품는 것에서 ...

    1683호2026.06.15 06:0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74) 서로에게 뮤즈인 사람들
    [이주영의 연뮤덕질기] (74) 서로에게 뮤즈인 사람들

    서브병이 시작됐다. 주인공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 같은 서브, 즉 조연들의 활약상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경북 칠곡 할머니들의 문해 과정을 다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과 러시아 혁명 이후 파리로 망명한 여성 화가의 삶을 그린 <렘피카>, 1980년대 영국 광산촌 소년의 성장담 <빌리 엘리어트>, 그리고 판소리의 비극적 계승을 다룬 <서편제> 등이 대표적이다. 국적도 시대도 다르지만, 작품들은 격변하는 근현대를 살아낸 인물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예술로 승화해 목소리를 찾는지 보여준다. 곁에서 응답하며 이들의 영감을 끌어낸 뮤즈들이 있기에 가능한 성장이다.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김재환 원작, 김하진 극작, 오경택 연출, 김혜성 작곡, 신선호 안무, 이엄지 무대, 원유섭 조명, 박상연 영상)은 실제 칠곡군 문해 학교 할머니들 이야기를 모티브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팔순 전후 네 할머니는 세상 두려울 게 없다. ...

    1683호2026.06.12 15:11

  •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14) It’s me, 루카
    [김정호의 생명과 환경] (14) It’s me, 루카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의 처음은 어떤 모습일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조상은 같을까? 깊은 바다의 검은 굴뚝 같은 열수구에서 뜨거운 물이 솟구친다. 햇빛은 닿지 않고, 산소도 거의 없으며, 주변은 금속과 황 성분이 뒤섞인 낯선 세계다. 그런데 바로 이런 장소가 지구 생명의 가장 오래된 기억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 인간, 고래, 소나무, 버섯, 대장균까지 오늘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를 거꾸로 추적하면 어느 순간 조상이 되는 한 생명체에 닿게 된다. 과학자들은 그 존재를 루카(LUCA·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루카는 정말 지구 최초의 생명체였을까, 아니면 수많은 실패와 소멸 뒤에 살아남은 단 하나의 계통이었을까?우리의 조상은 누구인가?지구의 모든 생명체를 하나의 가계도로 그리면, 우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친척들 사이에 살고 있다. 인간은 침팬지와 약 600만~700만년 전 공통 조상을 공유한다. 더 거슬러 ...

    1683호2026.06.12 15:09

  • [문화캘린더]연극-베니스의 상인-법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문화캘린더]연극-베니스의 상인-법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연극] 베니스의 상인일시 7월 8일~8월 9일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관람료 VIP석 11만원 OP석 9만9000원 R석 8만8000원 S석 6만6000원 A석 4만4000원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 <베니스의 상인>을 재구성한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베니스의 상인>은 희극으로 시작해 비극의 질문으로 끝나는 법정극이다.베니스의 상인 안토니오는 친구 바사니오를 위해 샤일록과 위험한 계약을 맺는다. ‘기한 내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자신의 살 1파운드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조건.’ 한편 바사니오는 인근 도시 벨몬트에서 결혼할 사람을 찾는 포셔의 시험을 통과해 그의 사랑을 얻는다. 그사이 베니스에서는 샤일록의 딸 제시카가 아버지의 재산을 들고 로렌조와 함께 달아나면서 사건은 점차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안토니오의 배가 난파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샤일록이 계약의 이행을 요구하며 법정에 서면서 극은 절정으로 향한다. 베니스의 공작이 주재...

    1682호2026.06.10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