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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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과학

2026.02.10
  •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6) 각혈과 총성 그리고 내 이름 찾기
    [이주영의 연뮤덕질기](66) 각혈과 총성 그리고 내 이름 찾기

    100년 전이 유행이다. 한쪽에서는 종이에 베인 상처를 토로하며 각혈하는 일제강점기 예술가들이, 다른 한쪽에서는 실업과 굶주림으로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대공황기 서민들이 무대 위를 가득 메운다. 내부로 향한 폭력과 외부로 발사된 폭력을 다루는 이 작품들은 ‘코스피 5000’시대의 명암을 미학적으로 되짚게 한다. 일제강점기 조선 예술가들의 고뇌와 낭만이 교차하던 ‘문예 시대’부터 실업과 자살, 폭력이 일상이던 미국 ‘대공황 시대’까지. 같은 시간대 다른 공간의 폭력적 상황은 무대의 언어로 묻는다. 당신은 지금 시스템이 만들어낸 숫자의 풍요를 만끽하고 있는가?문예 시대 각혈은 억압의 분출심연을 알아주는 팬을 만나면 사랑에 빠지는 게 당연하다. 뮤지컬 <팬레터>(한재은 작·작사, 박현숙 작곡, 김태형 연출, 신선호 안무, 라이브㈜ 제작)는 일제강점기에도 순수예술을 해보자고 결성된 7인회의 천재 작가 해진(에녹·김종구·김경수·이규형 분)의 오랜 팬 세훈(문성일·...

    1666호2026.02.06 14:32

  •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22) 사랑의 불안을 탐색하는 여성 서사
    [거꾸로 읽는 한국 여성문학 100년] (22) 사랑의 불안을 탐색하는 여성 서사

    김지원(1942~2013)은 1997년에 ‘사랑의 예감’으로 제21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지만, 미국 이민자로 한국 문단에서 사실상 이방인적 위치에 있었다. 1970~1980년대 뉴욕의 한인 사회를 배경으로 한 김지원의 소설은 한국 여성이 1960~1980년대에 여성의 사회·정치·경제적 권리 확장을 요구하고 가부장제·성적 규범 같은 성차별 구조를 비판하며 확산한 ‘제2물결’과 조우하며 여성 문제를 파고든 결과였다. 한국 문단은 당시 산업화로 인한 사회적 병폐 해결과 민주화라는 역사적 과제 수행을 요구받고 있었고, 페미니즘을 부르주아 여성 운동으로 낙인찍어 경멸했기에 김지원의 문학은 너무 일찍 도착한 편지처럼 오랫동안 수신자를 기다려야만 했다.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작가인 김지원은 최정희와 김동환의 장녀로 문인 가족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문과 재학 중인 1964년 1월 ‘여원’에 ‘늪 주변’이 당선돼 데뷔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1973년에 도미한 후인 1975년 ‘현대문학’...

    1666호2026.02.06 14:32

  • [김우재의 플라이룸](71) 거미의 엉덩이와 개미의 냄새
    [김우재의 플라이룸](71) 거미의 엉덩이와 개미의 냄새

    대한민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경제 규모로나 문화적 파급력으로나 우리는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은 단순히 국내총생산(GDP) 수치나 K컬처의 유행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선진국이란 인류가 직면한 보편적 문제에 대해 독자적인 해법을 제시할 수 있고, 당장의 국익과 무관해 보이는 인류 공통의 지적 자산을 축적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나라를 의미한다. 문명사적으로 볼 때, 선진국은 ‘소비하는 국가’가 아니라 ‘생산하는 국가’여야 하며, 그 생산의 최상단에는 바로 ‘기초과학’이 존재한다.미국: 유전체 문법의 해독과 인공지능의 결합기초과학의 최전선인 미국은 이제 실험실의 벤치를 넘어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영역에서 생명의 코드를 다시 쓰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최근 발표한 ‘알파게놈’은 기초과학이 기술과 결합해 어떻게 생명 현상의 근본적인 이해를 확장하는지를 보여주는 압도적인 사례다.알파게놈은 1메가베이스에 ...

    1666호2026.02.06 14:30

  •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2) 책 읽기의 안팎과 지역의 미래
    [가장 급진적인 로컬, 동네서점](2) 책 읽기의 안팎과 지역의 미래

    임동과 광천동은 원래 광주의 바깥으로, 공업지대로 개발된 곳이다. 임동에는 방직공장이, 광천동엔 자동차 공장이 있었다. 당연히 그곳에는 노동자들이 살았다. 도시의 하수가 합수되는 광주천 옆 공장에 목구멍을 대고 살던 노동자들에게 책이 있을 리 만무했다.대신 책은 광주의 안쪽에 있었다. 광주 사람들이 “그럼 충장서림에서 만나자”며 모두가 약속을 하던 곳, 매일 5시 18분이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 광장의 기억을 일깨우는 곳에 책이 있었다. 1990년대 ‘충장서림’이 있던 시내에는 ‘나라서적’, ‘삼복서점’이 자웅을 겨루며 광주 향토서점 ‘빅 3’로 자존심을 지키며 군림하던 시절이었다. 충장로 우체국사거리 앞의 ‘나라서적’은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광주에서 공시지가 기준 평당 땅값이 가장 비싼 곳이었다.그러한 대형서점들 사이로 길 잃은 선원들을 유혹하는 세이렌처럼 대학생들을 꼬드기던 인문사회과학 서점들이 있었다. 역시, 광주의 안쪽 전남대와 조선대 주변에 몰려 있었고,...

    1666호2026.02.06 14:30

  • [문화캘린더] 연극 튤립-튤립, 그 뿌리를 향한 탐욕과 사랑
    [문화캘린더] 연극 튤립-튤립, 그 뿌리를 향한 탐욕과 사랑

    [연극] 튤립일시 3월 1~8일 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관람료 4만원전쟁과 폭력이 한 가족과 개인의 영혼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묻는 희곡 <튤립>은 꽃이 아니라 그 뿌리에 주목한다. 튤립은 한 번 꽃을 피우고 나면 수명을 다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잘 키운 튤립은 구근 옆에 또 다른 뿌리를 만든다. <무순 6년>, <왕서개 이야기>, <금조 이야기> 등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온 극작가 김도영의 신작 희곡 <튤립>은 이 같은 이미지에서 출발해 전쟁이 남긴 흔적과 그 이후의 시간을 다룬다.극의 배경은 1920년 도쿄의 한 가정이다. ‘튤립’이라는 일본식 이름을 가진 청년 쥬리프를 중심으로 일본인 가족과 조선인 가족의 이야기가 교차하며 국가 간 전쟁의 양상이 한 집 안에 압축적으로 드러난다. 조선을 침략한 일본은 내선일체를 앞세워 조선을 완전히 흡수하고자 했고, 그 정책은 인물들의 관계와 일상 속에 스며...

    1665호2026.02.04 06:00

  • [시네프리뷰] 노 머시: 90분-‘AI 판결이 잘못됐다면’이란 사고 실험
    [시네프리뷰] 노 머시: 90분-‘AI 판결이 잘못됐다면’이란 사고 실험

    영화 대부분을 차지하는 CCTV나 보디캠 영상만으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주는 영화다. 치밀하게 잘 만든 영화다.제목: 노 머시: 90분(Mercy)제작연도: 2026제작국: 미국상영시간: 99분장르: 액션, 범죄, SF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프출연: 크리스 프랫, 레베카 퍼거슨, 칼리 레이즈, 애나벨 월리스, 크리스 설리번, 카일리 로저스개봉: 2026년 2월 4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수입/배급: 소니 픽처스 코리아그러니까 이건 하나의 사고 실험이다. 10년 전쯤 자율주행 자동차의 ‘공포’를 다룬 영화를 본 적 있다. 고속도로 대신 아무도 다니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로 엄마가 차를 몰고 갔는데, 엄마가 차 밖으로 나간 뒤 하필이면 말도 하지 못하는 갓난아이가 갇혔다. 엄마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필사적이지만, 이 자동차의 방탄 성능은 너무 뛰어난 나머지 그 누구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는다. 리뷰를 ...

    1665호2026.02.04 06:00

  • [신간] 사유로 새롭게 연 ‘논어의 세계’
    [신간] 사유로 새롭게 연 ‘논어의 세계’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김영민 지음·사회평론·1만7000원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오랜 세월 준비해온 논어 연작 중 1권. 이번에 사회평론에서 나온 논어 연작은 총 5권으로 완역본인 <논어-김영민 새 번역>, 공자와 논어의 세계에 대한 해설서인 <논어란 무엇인가>, ‘학이’편과 ‘자로’편 18장에 대한 심층 해설인 <배움의 기쁨>, 기존 논어 한국어 번역서 45종을 체계적으로 비평한 <논어 번역 비평> 등이다. 그중 첫 번째 책인 <생각의 시체를 묻으러 왔다>는 에세이의 형태로 ‘논어의 세계’로 들어가는 프롤로그의 역할을 한다.오늘날 논어는 대체로 ‘삶에 대한 힐링’, ‘깨우침’을 주는 선현의 말씀이라는 차원에서 소비되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논어를 면밀하게 읽고 통과하는 과정을 통해 복잡하고 때론 모순적인 공자라는 인물의 모습을 이해하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스스로의 힘으로 사유해보는 경험이 필요...

    1665호2026.02.04 06:00

  • [정태겸의 풍경](105) 전남 완도수목원-겨울이어서 좋아
    [정태겸의 풍경](105) 전남 완도수목원-겨울이어서 좋아

    땅끝을 지나 섬으로 들어간다. 섬이라고 하지만 연륙교로 이어져서 누군가 얘기해주지 않으면 좀처럼 섬의 느낌을 받지 못한 곳. 전남 완도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 섬에 사는 지인을 만나 물었다. “완도에서는 어딜 가는 게 좋아요?” 그가 말했다. “수목원을 가봐요. 완도의 수목원은 특별해요. 겨울에는 사람이 적어서 더 좋을 거예요.”그의 말을 따라 완도수목원으로 들어갔다. 안내판에 적힌 글을 쭉 읽어보니 그가 이 수목원을 추천해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곳은 국내 최대의 난대림 자생지이자 유일한 난대수목원이었다. 그러니까 제주도가 아닌 이상 난대수종의 숲을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말이다.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겨울인데도 나무 위의 이파리가 꽤 무성하다. 지인의 말대로 겨울이어서 인적이 드물었다. 덕분에 나의 시간을 오롯이 이 숲에서 보낼 수 있겠다 싶었다. 곁으로 붉가시나무니, 구실잣밤나무니 익숙지 않은 이름들이 지나간다. 오래전 보릿고개마다 배를 곯던 사람들에게...

    1665호2026.02.04 06:00

  • K게임 40년의 역사, ‘만드는 자’ 이전에 ‘즐기는 자’ 있었다
    K게임 40년의 역사, ‘만드는 자’ 이전에 ‘즐기는 자’ 있었다

    68.7%. 2020년 기준 국내 콘텐츠 산업 수출액 가운데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드라마, 영화, K팝 등을 모두 합한 콘텐츠 산업 수출액 중 3분의 2를 게임이 차지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여전히 세간에서 게임은 ‘중독’이라는 키워드와 엮여 거론되거나 소수 매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지곤 한다. 한국 최초의 롤플레잉 게임(RPG)이자 상업용 게임인 ‘신검의 전설’(1987)이 발표된 이후 약 4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국 게임을 역사로서 개괄하는 시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박윤진 감독은 지난해 12월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세이브 더 게임>에서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 게임과 게임 사용자의 역사를 개괄했다. 이미 2020년에 16년간 직접 플레이해온 온라인 게임 ‘일랜시아’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 <내언니전지현과 나>를 연출하는 등 게임의 유저(당사자)와 관찰자 사이를 넘나들어온 그다. 지난 1월 27일 서울 중구의 한 카...

    1665호2026.02.02 06:00

  • [문화캘린더]안나 카레니나-복합예술로 풀어낸 ‘금지된 사랑’
    [문화캘린더]안나 카레니나-복합예술로 풀어낸 ‘금지된 사랑’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일시 2월 20일~3월 29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관람료 VIP석 17만원 R석 15만원 S석 12만원 A석 9만원 B석 7만원러시아 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가 웅장한 무대와 복합예술 형식을 결합한 대형 프로덕션으로 관객을 찾는다. 주인공 안나는 러시아 귀족 사회의 규범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던 중 젊은 장교 브론스키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계기로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진다. 명예와 이성을 중시하는 남편 카레닌과의 결혼생활 속에서 억눌려 있던 안나는 브론스키의 격정적인 사랑에 흔들리며 결국 사회적 비난과 가정 해체를 무릅쓰고 자유와 사랑을 선택한다.작품은 안나의 내면 붕괴뿐 아니라 그의 선택이 주변 인물들의 삶에 미치는 파장까지 조명하며 사랑과 자아, 사회적 억압의 경계를 질문한다. 무대는 초대형 LED 스크린을 활용해 광활하고 황량한 19세기 러시아의 겨울 풍경을 구현하며 2.5m에 달하는...

    1664호2026.01.28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