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금융기구) 사태의 책임은 정치적·도의적·행정적인 것에 불과할 뿐이며, 정책 선택에 대해 형사책임을 지운다면 고대 그리스법·제도 이후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200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 될 것.”1999년 6월 서울지방법원(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른바 ‘환란(換亂) 사건’의 결심 공판이 열렸다. 외환위기가 불거진 1997년 경제부총리였던 강경식씨와 청와대 경제수석 김인호씨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혐의(직무유기·직권남용)로 구속기소 됐다. 변호인단은 최후 변론에서 실패한 정책에 대한 형사 처벌이 대의민주주의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수사의 부당함을 강변했다.정책 결정에 대한 검찰 수사의 효시가 된 이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회적 공분이 ‘환란 사건’이라는 초유의 수사를 가능케 했다. 외환위기 직후 열린 대선에서 모든 후보가 “경...
1637호2025.07.14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