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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2025.11.14
  • 도박판 기획자서 저승사자로…“한 사람 갱생보다 도박판 박살 내는 게 더 쉽다”
    도박판 기획자서 저승사자로…“한 사람 갱생보다 도박판 박살 내는 게 더 쉽다”

    “한 사람 도박 끊게 하는 것보다 시장 자체를 박살 내는 게 더 쉽다.”조호연 ‘도박없는학교’ 교장(51)은 도박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다. 도박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건 수긍이 간다. 그런데 음지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도박 생태계를 박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원천은 그의 이력이다. 그는 현재 인터넷 불법 도박판의 토대를 만든 1세대 기획자였다. 20여년 전 도박 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 팔았고, 중국 등지에서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 스스로 “어떻게 보면 내가 제일 나쁜 놈”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청소년 도박 근절을 지향하는 시민단체 대표로서는 이런 이력이 도움이 된다. 도박판의 생리를 알고 사이트의 아킬레스건을 안다. 지금까지 도박 사이트가 사용하는 계좌 4500개, 가상계좌 100만개가량을 동결시켰다. 도박없는학교를 거쳐 간 학생·학부모만 800명에 달한다. 그는 치유와 예방 교육에 방점을 둔 정부 정책 방향이 ...

    1653호2025.11.10 06:00

  • “저도 캄보디아 갈까 했어요”···도박이 삼켜버린 교실
    “저도 캄보디아 갈까 했어요”···도박이 삼켜버린 교실

    캄보디아에 갔던 청년들이 누군가는 유해로, 누군가는 범죄 피의자로 돌아왔다. 여전히 돌아오지 않은 이도 많을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이 1000~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개개인이 가해자냐, 피해자냐를 따지는 것은 이 문제를 개인화하는 측면이 있다. 보다 중요한 건 적잖은 수의 한국 청년이 캄보디아행을 선택한 이유를 찾는 일일 것이다. 캄보디아는 범행 장소였을 뿐, 그 원인은 한국에 있다.간단한 답은 ‘돈’이다. 상당수 청년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온라인 구인 광고를 보고, 지인의 권유를 받고 캄보디아로 향했다. 왜, 어떤 이유로 돈이 필요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캄보디아에 간 청년 다수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많은 돈이 급하게 필요했다.캄보디아에 다녀온 이들의 판결문에는 몇 가지 실마리가 있다. 대구지방법원에서 최근 징역형을 받은 청년 A씨는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의 연락을 받고 친구 3명을 데리고 출국했다. 판결문을 보...

    1653호2025.11.10 06:00

  • 40대 싸잡고, 여성은 배제···비뚤어진 ‘영포티 밈’
    40대 싸잡고, 여성은 배제···비뚤어진 ‘영포티 밈’

    영포티 밈이 그리는 40대는 ‘안정된 직장에 다니며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고 고가 브랜드의 옷을 살 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나이는 40대지만 여전히 고용과 주거 불안 등에 시달리는 이가 많은 게 현실이다. 세대론의 치명적인 문제점이 여기에 있다. 세대 전체를 싸잡아 조롱하는 데 집중하면서 세대 내의 다양한 모습과 불평등, 구조적 문제가 가려지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주간경향이 인터뷰한 19명의 청년 중 상당수는 영포티 밈의 유행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MZ, 영포티와 같은 세대론이 불편하다고 했다. 영포티 밈이 어린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는 남성 중심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40대는 다 같은 모습이 아니다40대 남성 A씨는 스투시, 우영미, 슈프림, 솔리드옴므 등 소위 영포티 브랜드 아이템을 갖고 있지 않다. 직장에 다닌 지 10년이 넘었지만, 티셔츠 하나에 20만~30만원 하는 옷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A씨는 유니클로, 자라 같은 스파...

    1652호2025.11.03 06:00

  • 조롱을 넘어 멸칭으로…2030은 왜 영포티를 긁나 영상 컨텐츠
    조롱을 넘어 멸칭으로…2030은 왜 영포티를 긁나

    직장인 A(여성·29)는 시내를 거닐 때마다 챙이 일자형인 모자, 스투시 티셔츠, 통이 넓은 바지, 나이키 에어맥스 운동화 등을 입은 40대가 자주 보인다고 했다. 이런 패션을 소위 ‘영포티룩’이라 부른다. “옆에 있는 친구한테 ‘야 저기 영포티 지나간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낄낄’대는 거죠. 나이 많은 거 티가 나는데, 어울리지도 않는데 젊은 척하는 아저씨들이요. 되게 부담스럽게 느껴져요.” A에게 “젊어 보이는 게 뭐 어떤가?”라고 물었더니 그가 말했다. “기자님도 ‘긁?’(약점이나 콤플렉스를 건드려 삐졌냐는 뜻).”10여 년 전 ‘트렌드에 민감하고 자기 관리에 적극적인 소비 주체인 40대’를 뜻하던 조어 ‘영포티’는 이제 조롱의 단어가 됐다. 2022년 중반 ‘디시인사이드’ 같은 남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쓰이던 이 조롱의 언어는 지난해 2030세대 전반에 퍼졌고, 올해 하반기부터는 신문과 방송에서까지 언급되는 대중적인 ‘멸칭어’가 됐다. 주간경향은 대학교 1학년인 200...

    1652호2025.11.03 06:00

  • “오래 사는 게 공포가 되지 않도록”···노인인권기본법이 필요한 이유
    “오래 사는 게 공포가 되지 않도록”···노인인권기본법이 필요한 이유

    #1. 헬스클럽 단기 회원 가입 시 65세 이상을 배제한 헬스장, 70세 이상 고령자의 회원권 구매를 제한한 골프장, 65세 이상 관람객의 단독 입장을 제한한 외식 창업 박람회, ‘노시니어존’이라고 써붙인 카페…. 업체들은 안전사고 우려와 노인들의 민폐 행동을 이유로 든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연령을 이유로 한 이용 제한은 차별이라고 판단한다.#2.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공개한 ‘2024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 및 상담을 통해 노인학대로 인정된 사례는 7167건이며, 이는 전년 대비 2% 증가한 수치다. 가정(6323건)에서, 노인 생활시설(595건), 병원(66건), 공공장소(61건) 등에서 노인이 학대받는 일이 늘었다. 학대 사례는 10년 전인 2014년 3532건에 비해 2배 증가했다.#3.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0년 1월 20일부터 2023년 8월 30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 중 국내 사망자...

    1651호2025.10.27 06:00

  • 장기판은 없지만…오늘도 1호선 타고 탑골공원 간다
    장기판은 없지만…오늘도 1호선 타고 탑골공원 간다

    탑골공원 장기판 철거 그 후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고시원에 혼자 사는 김상철씨(83·가명)는 이른 오전에 집을 나선다. 보통 아침은 먹지 않는다. 45분가량 지하철을 타고 3호선 안국역에 내려 근처에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 간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탁구를 하고 센터에서 점심을 먹는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라서 식대는 내지 않아도 된다. 점심을 먹은 후 500m쯤 걸어서 종로3가역 인근 탑골공원으로 간다. 혼자 벤치에 앉아 쉬거나, 얼굴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잠깐 얘기도 나눈다. 약속 없는 만남이기에 못 만나도 개의치 않는다. 장기판이 있었을 땐 자리 날 틈을 기다렸다 장기를 두기도 한다. 탑골공원에서 2~3시간 시간을 보내다 동대문까지 걸어간다. 거기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다시 고시원, 조촐한 저녁 식사를 한다.지난 10월 14일 오후 탑골공원 벤치에 앉아 쉬던 김씨를 만났다. 김씨의 하루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 비슷하다. 복지센터는 ‘빨간날’은 쉬니...

    1651호2025.10.27 06:00

  • “서울은 슈퍼사이클…거대한 분양시장 조속히 열어야”
    “서울은 슈퍼사이클…거대한 분양시장 조속히 열어야”

    근본적으로는 지나치게 낮은 보유세를 현실화해야 한다. 보유세를 올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종합부동산세를 폐지하고, 보유세 실효세율을 0.3%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도시계획 전문가인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요즘 부동산 전문가, 유튜버로 더 유명하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부동산을 연구한 그는 2021년부터 빅데이터와 거시경제 환경에 기반한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지난해 서울 부동산의 슈퍼사이클 진입을 경고한 그는 올해 한강벨트와 강북 지역 부동산의 도미노 상승을 예측하기도 했다. 부동산 폭등장의 기세를 꺾기 위해 정부가 세 번째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은 지난 10월 15일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수요를 통제하려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거대한 분양 시장을 조속히 여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서울 부동산 가격의 상승, 슈퍼사이클에 대해 예측하고 경고했다. 많은 사람이 인구가...

    1650호2025.10.20 06:00

  • “이래도 안 먹혀?” 초강력 카드···불붙은 한강벨트 식힐까
    “이래도 안 먹혀?” 초강력 카드···불붙은 한강벨트 식힐까

    “매물이 싹 사라졌어요. 지금 있는 매물들은 2팀, 3팀씩 같이 들어가셔야 집을 볼 수 있습니다.”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10월 12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 A 부동산은 오전부터 간판에 불을 환하게 밝히고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김세준 대표(공인중개사)는 “추석이 지났다고 예전처럼 막 몰려드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면서도 “최근 가격이 워낙 급등하다 보니 집주인들이 집을 거둬들이면서 일부 단지는 매수자들이 ‘줄을 서야’ 집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지하철 2호선 금호역 3번 출구 앞에 있는 1976세대 규모의 이 아파트는 지난 9월 전용면적 59㎡(24평)가 22억9000만원에 팔렸다. 지난 6월 20억원대에 팔리던 물건이 석 달 새 3억원 가까이 올랐다. 김 대표는 “6, 7월이 아니고 9월 들어 일주일에 딱 1억원씩 올랐다”면서 “24평형이 25억원에 거래된 것도 있는데 아직 등기는 안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옥수사거리 인...

    1650호2025.10.20 06:00

  • 조희대의 침묵…사법개혁 어디로 가나
    조희대의 침묵…사법개혁 어디로 가나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강하게 밀어붙이자 법원은 방어에 급급한 모습이다.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전례 없는 초고속으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 환송한 판결이 큰 논란이 됐음에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현재까지 이 판결 과정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사법개혁안에 대해서도 사법부의 논의 참여와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을 뿐 자체 안을 내놓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은 없다. 과거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건이 터진 뒤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에 대한 개혁 요구가 많았던 만큼, 법조계에선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등 큰 틀에서 근본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행정처 “사법부 의사 존중해야”민주당은 대법원의 이재명 판결 직후부터 사법개혁안을 쏟아냈다. 지난 8월 12일 출범한 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특위)는 구체적으로 대법관 증원, 대법관 후보 추천방식 개선 등 5개 안건을 선정했다. 대법원 산하 법원...

    1649호2025.10.06 06:00

  • 의혹 제기와 음모론 사이···공론장이 사라졌다
    의혹 제기와 음모론 사이···공론장이 사라졌다

    정당한 의혹 제기인가, 근거 없는 음모론인가. 정치권이 ‘음모론 공방’으로 들끓고 있다.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선 전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만나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 처리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사실관계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강하게 압박하며 사법개혁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음모론이라며 의혹 제기 의원들을 경찰에 고발하고 징계를 요구했다. 정작 국민의힘도 부정선거론을 끊지 못하고, 혐중(중국 혐오) 음모론까지 동원하는 상황이다.이 같은 공방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의혹 내용이 진실이냐, 거짓이냐의 차원을 넘어선다. 양극단의 진영으로 갈라져 팬덤을 이루고, 각자의 정치적 목적에 맞는 정보만 편향 취득하는 구조는 점차 강화되고 있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시민을 위한 개혁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하는 공론장은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이대로...

    1649호2025.10.06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