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병준 정책실장·박기영 보좌관·진대제 장관과 정례회담… 한국의 미래 논의
“성공하려거든 성공한 친구를 사귀어라.”
미국 격언이다.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 한국 과학의 성가를 드높인 서울대 황우석 석좌교수와 정·관계 인사들의 인연이 속속 드러나 흥미를 끈다. 백신 발견과 비견되는 황 교수의 업적은 단지 한 개인의 집념에서 얻은 성취만은 아니다.
황 교수는 올 1월 3일 서울 동교동 자택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새해인사를 갔다. 이날 방문은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국민의 정부’ 당시 두뇌한국(BK21) 사업을 받아 경이적인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었던 데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복제소 ‘영롱이’를 탄생시킬 당시만 해도 황 교수가 컨테이너를 개조한 시설에서 젖소 체세포 복제에 몰두했던 것은 잘 알려진 일.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한국무역협회장)이 2000년 4월 동원육영재단을 통해 지원한 연구비 3억원으로 현미경 등 연구장비를 마련해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전폭적인 정책 지원 이외에 김 전 대통령의 황 교수에 대한 심정적 후원 역시 대단했다. 복제 한우의 ‘진이’라는 이름도 김 전 대통령이 직접 지은 것. 황 교수는 연구에 지치면 안방에 걸어놓은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김 전 대통령의 휘호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서울대 동기 정동영 장관과 돈독
‘두뇌한국’ 사업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 또 있다. 바로 교육부장관으로 BK21사업을 기획·추진했던 이해찬 국무총리다. 이 총리는 “바이오 산업이 생소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 BK21을 통해 지원했다”면서 “교육부장관 때 추진했던 BK21사업을 통해 황우석 박사 같은 과학자가 나오는 성과를 거뒀다”고 감격했다.
이 총리와 황 교수는 20년 지기다. 두 사람의 만남은 황 교수가 이 총리를 찾아 이뤄졌다. 두 사람은 서울대 72학번 동기지만 학창시절 교분은 없었다. 이 총리는 황 박사가 대전고등학교 출신이고 친구들 가운데 대전고 출신이 많아 황 교수를 알고는 있었지만 왕래는 없었다. 이 총리는 “대학 때 데모에만 정신을 쏟는 내가 궁금했는지 1984년 어느날 황 박사가 찾아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알게 된 황 교수는 서울대 문리대 72학번 모임인 ‘마당’에도 가끔 참석하며 친분을 쌓아왔다. ‘마당’ 회원 가운데 정계 인사는 이 총리를 비롯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등이 있다. 지난 2월 인간줄기세포 복제 연구성과가 나왔을 때 황 교수는 이 총리에게 먼저 이 사실을 알려줄 정도로 막역지우다. 이 총리는 지난 주말 황 박사의 초청으로 과외의 연구결실인 ‘맛있는 쇠고기’ 시식회에도 참석했다.
이런 친분은 황 교수의 정계 입문으로 이어질 뻔했다. 정 장관은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 2004년 4·15 총선을 앞두고 황 교수를 비례대표 1번으로 추천하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했다. 하지만 황 교수가 “이 자리에 머물게 해달라”고 사양해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정 장관은 지난해 황 교수 후원회 발족식 인사말에서 “‘지난 연말 당을 만들 때 과학기술입국에 기여하는 정당을 만들자’면서 ‘황 교수를 영입하자’고 의견을 모았다”면서 “그러나 오명 과학기술부장관이 ‘그렇게 하면 큰일난다’고 해서 단념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황 교수의 관계는 이 총리나 정 장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천하다. 두 사람은 박 대표가 2004년 4월 황 교수 후원회 발족식에 참석한 이후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황 교수는 답례로 지난해 12월 박 대표의 동생 지만씨의 결혼식에도 참석했다. 한나라당에서 외부인사 영입을 담당하고 있는 김형오 의원은 “황 교수를 영입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었다.
중부권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심대평 충남지사도 황 박사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 지사와 황 교수의 관계는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심 지사는 지사가 된 뒤 부여로 황 교수의 모친 댁을 찾아 “제가 충남도 지사인데 황 교수는 저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오명 과기부 장관 든든한 후견인
황 교수의 정계진출을 극구 막았던 오명 장관은 황 교수의 ‘든든한 후견인’이다. 올해 예산 가운데 265억원을 ‘황우석 연구팀’에 투입한 것도 오명 장관의 노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일. 황 교수팀을 위한 의·생명연구 공학동 건립, 황 교수의 연구기반을 서울대에 두되 연구·회계 등을 분리시켜 연구센터로 확대하는 등의 아이디어와 구상이 오 장관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게 정설이다. 얼마전 노벨상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 외국인사가 황 교수의 연구실을 직접 방문하고 돌아간 것도 사실은 오 장관의 글로벌 인맥이 가동된 결과였다고 한다. 오 장관은 또 ‘황우석 노벨상 추진위’를 준비하고 있다.
황 교수는 관계인사와 특별한 정례모임도 갖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이 모임의 목적은 친목이 아니다. 황 교수와 IT의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청와대 김병준 정책실장, 박기영 정보과학기술보좌관 등이 멤버인 이 자리에서는 ‘한국의 미래’가 논의된다. 황 교수의 ‘황’, 김 실장의 ‘금’, 박 보좌관의 ‘박’에 진 장관의 성씨 발음과 비슷한 ‘쥐‘를 모아서 ‘황금박쥐‘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여기서 논의된 아이디어가 국가정책으로 반영된 사례도 많다. 배아복제 금지 논란을 벌인 UN에 우리 대표단을 급파해 여론을 돌려놓자는 생각도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황 교수가 ‘척추병원’ 구상을 처음 밝힌 곳도 바로 이 모임이다. 매월 한번씩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앞으로 한국은 어떤 기술로 먹고 살 것이냐”를 주제로 얘기하는 것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