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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색깔을 찾는 게 먼저죠”

입력 2005.04.19 00:00

가수들의 연기자 겸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 최근 공중파 방송3사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본업이 가수인 배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만능엔터테이너를 요구하는 요즘 굳이 한 분야에만 집중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과 가수는 노래에 전념해야 하며 연기자는 연기에 전념해야 한다고 의견도 있다. 특히 연기력이 모자라는데도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 가수와 연기자를 겸업하는 것에 대해 교보증권 직원들이 의견을 나누었다. <편집자>

[시사수다]“자기 색깔을 찾는 게 먼저죠”

교보증권 편 박상재(33·자산관리영업지원부), 오준혁(29·정보시스템실), 우혜진(28·증권관리영업지원부), 김대식(28·인재개발실), 권지은(28·종합기획실), 오주식(28·홍보팀)

권지은 : 최근 새로 시작하는 ‘신입사원’이라는 드라마에서 에릭의 연기는 좋지 않나요? ‘불새’에서의 멜로 연기도 좋았는데 이번의 코믹 연기도 잘 해내는 것 같아요. 다양한 연기를 소화하고 있죠.

오준혁 :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에릭의 팬이어서 좋게 보는 것 아닌가요?

권지은 : 아니에요. 전 신화 잘 몰라요. 가수보다는 연기자로서의 에릭이 더 좋아요.

우혜진 : 저도 에릭의 연기 괜찮던데요.

권지은 : 요즘 가수들이 드라마에 속속 등장하잖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연기에 도전하려는 가수도 많다고 들었어요. 저는 그런 현상에 찬성해요. 꼭 가수만 하란 법 있나요? 연기에 재능이 있으면 하는 게 좋죠. 팬들을 위해서도 좋잖아요.

오준혁 : 일단 본업에 충실하고 그 다음에 재능이 있으면 연기를 하든 시트콤을 하든 MC를 보든… 그러는 게 좋겠어요. 연기도 안 되는데 드라마에 출연하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MC를 보는 건 시청자들을 짜증나게 만들어요.

김대식 : 이 시대, 진정한 엔터테이너라면 다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전공분야에만 집중해서 일을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투잡스족은 오히려 능력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고요. 평가는 대중의 몫이고 다른 분야에 진출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고 봐요.

오준혁 : 우리가 대중이니까 가타부타할 수 있는 거죠. 우리가 뭐 전문가인가요?

박상재 : 연예계에 진출했을 때는 누구나 그 분야에서 최고를 목표로 했을 거예요. 그런데 그게 여의치 않아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 같아요.

오준혁 : 가수들의 수명이 너무 짧아진 것도 한 요인 아닐까요? 70, 80년대 가수들은 지금도 그들의 노래가 리메이크되고 콘서트에 많은 사람이 몰릴 정도로 오래 인기를 끄는데 지금 가수들은 그야말로 ‘반짝’이잖아요. 요즘은 도대체 댄스그룹이 몇 개인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예요.

우혜진 : 이것저것 하다보면 오히려 자기 색깔을 잃어버리고 전문분야에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우려가 있어요.

권지은 : 돈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음반이 워낙 안 팔리잖아요. 본인도 노래만 하고 싶은데 할 수 없이 연기에 도전하고 오락프로그램에도 나가고…. 뭐 그러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박상재 : 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두루 재능이 있다면 엄격히 말해 뮤지컬을 하는 게 옳죠.

[시사수다]“자기 색깔을 찾는 게 먼저죠”

오준혁 : 먹고살 만하다면야 자기 분야에만 전념하겠죠.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경제적으로 넉넉하다면 다들 자기 하고 싶은 거 하지 뭐하러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일을 하겠어요.

박상재 : 개인적으로 비와 임창정이 가수와 연기자 둘 다 잘 해내는 것 같아요.

우혜진 : 비가 드라마에 나온 게 ‘상두야 학교 가자’였잖아요. 솔직히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그때 연기를 아주 잘했어요.

권지은 : 송혜교와 같이 한 ‘풀하우스’에서는 한층 더 물이 올랐죠.

오주식 : 연기하다가 가수하는 연예인도 있잖아요. 옛날에 ‘더 블루’라고 아세요? 김민종, 손지창이 함께 했던. 근데 김민종 요즘엔 노래 안 하나?

권지은 : 박용하는 노래만 하는 거 같던데.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엄청 인기를 끄는 바람에 박용하가 부른 주제곡도 히트라잖아요. ‘겨울연가’에 직접 출연도 했고요. 류시원도 가수로 활동하고 있고.

오주식 : 변우민도 생각난다. 꽃사슴.

오준혁 : 개그맨 하다가 음반을 낸 사람도 있어요. 이휘재, 박명수.

우혜진 : 본업보다는 다른 분야에 더 어울리는 사람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신정환씨와 탁재훈씨는 가수보다는 MC가 더 어울려요. 말을 아주 잘 하잖아요. 이런 말 하면 본인들이 별로 안 좋아할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오주식 : 조금 인기 있다고 하는 연예인이 많은 분야에 두루 활동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그만큼 다른 연예인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해요. 노래, 연기, 코미디, MC 가릴 것 없이 전 분야에서 활동하면 신인들의 진출 기회도 줄어들고요.

김대식 : 그건 연예계가 상업성과 대중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봐요. 네티즌들도 종종 상업적인 면을 욕하던데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잖아요. 요즘은 아나운서들도 오락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잖아요. 아나운서들도 오락프로그램을 이끄는 판국인데 원래 연예인인 사람들은 더하죠. 아나운서들 자체적으로 단속하겠다는 기사를 본 적 있는데요. 얼마나 자주 출연하면 자체적으로 그런 노력을 하겠다고 말하겠어요.

우혜진 : 아나운서들이 오락프로그램에 자주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가수나 연기자들에게 MC자리를 빼앗기니까 설 자리가 없어지잖아요. 예쁘면서 똑똑하기도 하니까 오락프로그램에 나오면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거죠.

오준혁 : 제 생각엔 아나운서들이 내부적으로 자정노력을 하겠다는 것은 경직된 판단 같아요. 예전 잣대로 오늘날을 재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김대식 : 본업에 충실해야 하는데 외부환경에 너무 신경 쓰다보니까 아나운서들이 본업에 충실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거예요. 무엇보다 아나운서들은 신뢰성이 있어야 하잖아요.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시청자들이 자꾸 그들이 오락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모습을 연상한다면 보도의 신뢰성이 떨어지겠죠. 그래서 자정노력을 한다는 것 같아요.

박상재 : 문제는 전문성이에요. 뭘 하든지 간에 전문가가 된다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있고 대중에게도 큰 인기를 끌거예요. 하지만 요즘은 전문성을 떠나서 스타성만 따지는 것 같아요. 어린 스타들이 가요프로그램 같은 진행할 때 하는 거 보면 너무 실수를 많이 해서 신경질이 날 정도예요. 적어도 자기가 그 프로그램의 MC를 맡았다고 하면 철저히 준비를 해야죠. 한두 번의 실수야 애교로 봐줄 수 있지만 실수가 계속되면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해요. 실수를 한다는 건 전문성이 결여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죠. 스타성만 갖고 겸업을 하는 건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권지은 : 요즘 시청자들이 얼마나 예민하고 날카로운데요. 제대로 못하면 신랄하게 비판받아요. 그냥 우롱당하고 있겠어요? 아무리 팬이어도 그 사람이 그 분야에 어울리지 않으면 외면하더라고요. 한 예로 신랑이 이효리 팬이거든요. 얼마 전에 이효리가 출연한 드라마 있잖아요. 신랑이 피곤해도 그 드라마는 꼭 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이효리가 나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요. 근데 1, 2회 보더니 그 다음부터는 보지 않더라고요. 이효리의 열광적인 팬인 제 신랑이 그 정도니 일반 시청자들은 더하겠죠. 그 드라마 시작하기 전의 화제만큼 시청률이 오르지 못한 걸로 알고 있어요.

[시사수다]“자기 색깔을 찾는 게 먼저죠”

오주식 : 실력과 재능보다는 외모에 너무 치중하다 보니까 그런 부작용도 생기는 거예요.

우혜진 : 탤런트들이 대개 영화에 진출하고 영화에 한번 진출하면 좀처럼 드라마로 돌아오지 않으니까 탤런트가 부족하잖아요. 그러다보니 얼굴 예쁜 가수들을 기용하는 것이죠.

김대식 : 아무튼 검증과정을 거쳤으면 해요. 지금 시청자들은 웬만한 전문가 못지않아요. 사학자료까지 들이대면서 사극의 잘못된 점을 조목조목 따지는 시청자도 있다니까요.

박상재 : 결국 시청자들이 엄격하게 재단해야겠네요. 방송사나 기획사들이 스타성과 상업성을 좇아서 만드는 영화나 드라마들의 내용이나 연기자들의 연기가 부족하다면 냉정히 비판해야 해요. 물론 내용이 좋고 연기도 수준급이라면 칭찬해줘야죠.

우혜진 : 맞아요. 평가는 시청자들이 하는 거예요.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라고 무조건 칭찬하는 것은 옳지 않아요. 진정한 팬이라면 부족한 점을 따끔하게 지적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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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임형도기자 사진/김석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