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국의 루스 켈리 교육부장관이 교육제도의 신뢰회복을 위해 학력평가시험과 대입자격시험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작년에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자 이에 대한 비판이 영국 평등교육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프랑스에서도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수많은 학생과 교사들의 반대시위로 잠시 논의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프랑수아 피용 교육부장관은 현행 바칼로레아 시험은 벼락치기 공부를 조장하므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라파랭 총리도 학생들이 대학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으려면 바칼로레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1세기가 지식중심의 경쟁사회가 된다는 것이 미래학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대입제도와 중등교육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우리의 교육제도는 21세기에 적합한가?
외국에서 보면 우리처럼 중등교육이 획일화된 나라도 없을 것이다. 미국-영국-일본 등 어느 나라에도 평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립학교와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립학교가 공존한다. 우리는 명목적으로는 사립학교가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공립학교와 차이가 없다. 작년에 기독교 계통의 사립고교 학생회장이 예배와 성경시간을 거부하는 1인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되었다. 학교당국을 상대로 한 저항정신을 높이 평가하는 보도는 있었지만, 사립학교의 설립정신에 의한 교육의 특수성 문제는 크게 논의되지 않았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는 교육의 기회균등이라는 이념 하에서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은 획일적인 교육만 받아왔다. 실제로 산업사회는 대량생산 체제에 적합한 보편적 지식과 대중교육이 필요한 사회였다. 따라서 균등한 내용을 가르치는 평등교육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그곳에서는 학생 개인의 특성에 따라 가르치기보다 정형화된 교육을 일방적으로 제공해야 했다. 학원의 암기 교육은 이런 교육을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매우 기능적인 시스템이다. 하지만 21세기는 자율성에 바탕을 둔 창의적인 인재를 요구한다. 과연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미래에 맞는 교육인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가 산업사회의 틀 안에서 획일적인 암기교육으로 어린 학생들을 희생시키는 어리석음을 계속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교육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고민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지엽적인 개혁으로 교육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 중등교육의 획일적인 평준화가 사교육비의 증대 및 연간 70억달러에 달하는 유학경비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장 규제가 심하면 암시장이 형성되게 마련이다. 외환거래가 엄격히 규제되었을 때 암달러상이 많았지만 규제가 완화되어 손쉽게 은행에서 거래할 수 있는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엄청난 사교육비를 탓하기 전에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교육 규제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수업시간에는 잠을 자고 야간에 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교육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제대로 접근할 때가 온 것 같다. 수능성적으로 전국의 학생들을 줄 세우고, 대학의 순위도 수능성적으로 매겨지는 상황에 대해 함께 반성할 때가 온 것이다.
더 이상 이런 교육으로 국가 및 개인의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열심히 공부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가 더욱 중요하다.
염재호[고려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