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완공 앞둔 청계천 "하루해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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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완공 앞둔 청계천 "하루해가 짧다"

입력 2005.02.22 00:00

청계천복원공사 D데이 5월로 앞당겨져... 강추위 뚫고 하루 20시간 막바지 작업 한창

[르포]완공 앞둔 청계천 "하루해가 짧다"

기록적인 한파 때문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던 지난 2월 2일. TV에서는 강원도 철원의 체감기온이 영하 40도 아래로 떨어졌다는 뉴스를 전했다. 폭설에 이은 추위로 지방에 있는 몇몇 학교는 아예 임시휴교령을 내렸다는 흔치 않은 소식도 들려왔다. 혹심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쉬지 않고 더운 입김을 내뿜는 곳이 있었다. 청계천복원공사 현장이었다.

"자, 춥다고 웅크리지만 말고 빨리빨리 합시다."

청계천복원공사현장 제1공구 제1구간. 그러니까 청계천이 시작되는 태평로 입구 공사구간에서는 현장 인부들을 독려하는 감독관들의 목소리가 쉴새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쓰다 남은 나무토막을 태우고 있는 드럼통쪽으로 곁불이라도 쬐기 위해 슬금슬금 다가오던 어느 40대 인부는 못 이기는 체하며 다시 돌아서 연장을 손에 쥔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사정이 괜찮은 겁니다. 어제는 어찌나 추운지 철근이 손에 쩍쩍 달라붙는 정도여서 도저히 일하라는 말을 못하겠습디다. 물론 오늘도 만만한 날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업이 가능할 때 조금이라도 더 해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2㎞에 이르는 1공구(태평로~청계4가 광장시장) 시공업체인 대림산업(주) 장형길 공사차장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실려 있다. 2월 현재 이 공구의 공정률은 86%로 전체 1~3공구 가운데 제일 굼뜬 편이다. 5월말로 잡아놓은 완공일을 맞추려면 일손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2003년 7월 청계고가 철거로부터 시작된 청계천복원공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당초 청계천복원공사는 올 12월을 완공 예정일로 잡았지만 공사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된 덕분에 'D데이'를 훨씬 앞당겨 오는 5월말로 수정했다.

총연장 5.8㎞에 달하는 청계천복원공사 현장 가운데 가장 높은 진척도를 보이는 구간은 청계4가에서 황학동까지 이어지는 2공구(2.1㎞)로 이미 진행률 90%를 넘어섰다. 황학동에서 마장동에 이르는 3공구(1.7㎞) 역시 90%대에 육박하고 있다. 공사현장 전체 공정으로 보자면 2월 현재 공정률은 88.95%. 1공구 시공을 맡은 대림측으로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공정률 88.95% 하천 면모 갖춰

[르포]완공 앞둔 청계천 "하루해가 짧다"

상대적으로 1공구의 작업 진행속도가 더디다고 해서 시공업체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청계천을 가로지르는 22개 교량 가운데 9개가 1공구에 집중돼 있는데다 교통량이 많은 도심이다보니 공사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1공구 공사책임을 맡고 있는 석재덕 현장소장은 "청계천은 1공구부터 3공구로 향하며 하천폭이 넓어지는 구조"라며 "이곳 폭이 상대적으로 좁다보니 장비를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여관에서 토막잠 자며 '분투'

겨울철 찬바람과 싸우며 노동을 한다는 게 누구에게나 힘들겠지만 공사 담당자들이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추위뿐만이 아니다. 시간도 결코 이들의 편이 아니다. 아니, 청계천복원공사는 시간과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서울의 심장부를 관통하며 공사를 벌여야 하는 까닭에 크든작든 끊임없이 교통체증을 유발할 수밖에 없으니 이를 감안해야 하고, 현장에서 쏟아지는 먼지와 소음 때문에 청계천 주변 상인들이 터뜨리는 불만의 목소리를 떠올려봐도 그렇다. 이 공사를 놓고 이런저런 정치적 시각이 개입되는 것 역시 공사 관계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용역업체에서 파견된 현장 인부들이야 자신들이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쉬고 싶으면 쉴 수 있다고 해도 시공사나 협력업체에 소속된 직원들의 사정은 또 다르다. 2003년 12월부터 1공구에 투입된 협력업체 상일토건의 이철훈씨(39)가 집에 가는 것은 기껏해야 한달에 한번이 고작이다.

이씨는 "현장 여건이 워낙 빡빡해서 하루 20시간 이상 작업하는 것은 물론 집에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면서 "동료들과 인근 여관에 숙소를 정해놓고 지치면 잠깐씩 눈만 붙이고 나오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얼마 전 이씨는 부인이 5살 난 아들에게 아빠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 예고도 없이 현장으로 찾아오는 바람에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르포]완공 앞둔 청계천 "하루해가 짧다"

공사를 하다보면 돌발상황도 찾아오게 마련이다. 현장에서 문화재와 유적이 무더기로 발굴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던 적도 있었다. 급한 마음에 발굴된 석축이나 교각, 능의 신장석 등을 약간 소홀히 다뤘다가 청계천 발굴조사를 담당한 중앙문화재연구원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현장 책임자급 직원 가운데 문화재 관리소홀로 검찰이나 경찰에 불려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공사를 맡긴 서울시에서는 공사기간을 앞당기라고 재촉하고 문화재연구원에서는 살살하라며 쪼아대는데 정말 난감했다"고 털어놓았다.

논란을 빚었던 청계천의 옛다리 광교와 수표교 복원문제는 지난해 말 문화재위원 및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청계천 문화재보존 자문위원회' 회의 결과 수표교는 원형대로 원래 위치에 복원하고 광교는 이전 복원하면서 '광통교'라는 원래 이름을 되찾아주기로 결정했다.

문화재-유적 보존문제 난감

[르포]완공 앞둔 청계천 "하루해가 짧다"

당연히 1공구 현장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투입되는 곳도 이 구간이다. 최근 1공구에는 하루 150~200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30~50명이 시점부 공사현장으로 배치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이 지점에 분수대와 2단 폭포, 대형 조각품이 설치된 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복원된 청계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청계 미니어처'를 설치하고 다양한 형상의 프로그램 분수에서 아름다운 수경관을 연출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