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이 앞다퉈 '윤리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재무구조를 투명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기업들은 이윤의 사회환원, 사회봉사활동, 민주적인 기업문화 창달 등을 약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직장인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바디숍 직원들이 각자의 생각을 나누었다. [편집자]
바디샵 편
수다 떤 사람들
김영진(34, 마케팅팀)
박정규(30, 전산팀)
최영옥(29, 경영지원팀)
오혜진(27, 마케팅팀)
홍대성(27, 영업팀)
권남희(24, 기획팀)
정리|임형도기자
사진|김석구기자
오혜진 : 기업의 윤리경영 하면 먼저 사회봉사활동이 떠올라요. 그런데 그것이 꾸준히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말에 반짝, 불우이웃들 찾아서 라면 몇 박스 건네주고 기념사진 촬영하고.... 과시하려는 것만 같아 아쉬워요.
김영진 : 뿐만 아니라 유행도 타는 것 같아요. 어떤 한 가지가 이슈나 트렌드라고 하면 회사 형태가 어떤 것이든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잖아요. 그리고 유행이 지나면 다시 잠잠해지고요. 올 초에 기업 윤리가 큰 화두가 됐잖아요.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윤리와 관련된 부서를 만들고 선포식을 하고.... 근데 과연 시간이 지나서, 혹은 조직개편을 새로 하면 그런 부서가 남아 있을까 의문이에요. 아무쪼록 지속돼야 할 텐데요.
박정규 : 기업이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순수한 의미로 사회봉사활동을 하기보다는 유행에 민감한 것 아닐까요?
권남희 : 봉사활동도 이윤추구와 관련짓는단 말인가요?
최영욱 : 기부 규모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달라요. 회사 규모도 물론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이윤에서 차이가 나니까 그럴 수밖에 없죠. 매출과 이익이 많으면 법인세를 많이 내잖아요. 그런데 기부금으로 지출되면 법인세가 감면되거든요. 어차피 나갈 돈이라면 좋은 일에 쓰는 거죠. 직원들 보너스 먼저 챙겨주고도 남는다면 말이죠.
권남희 : 몇몇 기업 빼고는 이윤이 크게 남지 않기 때문에 연말에도 기업들의 자선활동이 부진해요. 넓게 본다면 얼른 경기가 살아나야 해요. 기업들이 이윤을 많이 남겨야 자선활동도 많이 할 테니까요. 솔직히 자기 배가 고픈데 누굴 돕겠어요?
김영진 : 불우이웃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도 다 불황 탓이군요?
최영욱 : 두말 하면 잔소리죠.
홍대성 : 남모르게 봉사활동을 하는 회사도 많아요. 특히 노조가 있는 회사는 노조 차원에서 정기적이고 장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요.
오혜진 : 돈말고 몸으로 때우는 것도 있잖아요. 사원들이 직접 봉사활동을 하거나.
최영욱 : 몸으로 때우는 거야 누가 말리겠어요. 다만 그에 따른 경비가 나간다면 곤란해하겠죠. 게다가 업무에도 지장이 없어야 심정적으로 지원하겠죠.
김영진 : 그래서 대부분 주말에 봉사활동을 하잖아.
박정규 : 제가 생각하는 기업은 꽤 냉정해요. 이윤이 없다면 자선활동을 하기가 어려울 거예요.
김영진 : 어떤 봉사활동을 하든, 어떤 방식으로 기부를 하든 기업 이미지와 연결될 것 같아요.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이윤과 연결되는 것이겠죠. 단시일 내에 성과물, 성과물이라고 하긴 좀 뭐하지만 하여튼 이윤과 연결되지는 않겠죠.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땐 봉사활동과 기부행위가 기업의 이윤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봐요.
권남희 : 회사와 반대되는 분야에서 좋은 일을 하는 걸로 회사의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가령 화학회사나 제지회사 중에 환경운동에 힘을 쏟는 회사가 있는데 제가 볼 땐 그것은 환경을 파괴한다는 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한 것 같아요.
김영진 :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하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활동을 하면 소비자들의 구매욕도 높일 수 있잖아요.
권남희 : 장기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잘 드러나지 않겠죠.
홍대성 : 설사 장기적으로 해도 그것 때문에 그 제품을 사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박정규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가격이나 맛으로 판단하겠죠.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거예요. 박세리 선수나 박찬호 선수 같은 유명한 운동선수들이 연말에 기부금을 내는데요. '겨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요.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사실 기부하는 거,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여러분이 그만큼 낸다고 생각해보세요. 돈을 많이 번다고 가정하고 말이죠.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혹은 적은 활동이라도 기부나 봉사활동을 칭찬해줘야 해요.
최영욱 : 우리 머리에는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요. 돈이나 몸으로 때우는 것 외에 다른 방법도 있을 거예요.
오혜진 : 그것 말고 뭐가 있어요?
최영욱 : 그건 생각 좀 해봐야죠. 하하....
권남희 : 자발적인 행동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하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해요.
홍대성 : 그래도 어느 정도의 강제성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발적으로 하라고 하면 몇 명이나 할지 모르겠네요. 저라도 내가 힘들거나 바쁘면 남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니까요.
박정규 : 우리나라는 특히 그래야 해.
오혜진 : 우리나라 너무 미워하지 마.
최영욱 : 솔직히 쉬는 날 강제성을 띠면 짜증이 많이 나겠죠. 하지만 업무시간에 팀별로 돌아가면서 하는 건 그다지 거부감이 없을 듯해요.
김영진 :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주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윤리경영 아닌가요? 자국 노동자는 물론 외국 현지법인에 있는 회사가 노동력이 싸다고 해서 외국 현지 노동자들을 혹사하는 것은 잘못된 거죠. 그들의 인권을 보장해주고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것 말이죠.
권남희 : 정화시설을 잘 한다거나 폐수처리를 제대로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홍대성 : 그건 당연히 지켜야 할 기업의 책무죠. 그것을 윤리경영과 연결시킬 수 있을까요?
오혜진 : 그래서 넓게 보자는 거죠.
최영욱 : 직원들을 다 잘 먹고 잘 살게 하면 알아서 하지 않을까?
김영진 : 과연 그럴까?
오혜진 : 그건 아닌 것 같은데.
홍대성 : 그냥 라면이나 가전제품을 갖다주는 것보다는 회사와 관련된 것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게 좋죠. 예를 들어 컴퓨터 회사라면 프로그래머들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못 배운 사람들이 자격증을 딸 수 있게 도와주는 거예요.
최영욱 : 재고 제품이나 조금 흠집이 난 제품 같은 것도 그냥 폐기처분하지 말고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 쓰는 것도 고려해볼 만해요.
박정규 : 이왕 도울 거면 새것으로 도와줘야죠. 그런 거 줬다가 받는 사람의 기분을 더 상하게 만들 수 있잖아요.
오혜진 : 그냥 버리기보다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는 게 좋죠.
박정규 : 난 중고 받으면 굉장히 열받던데.
권남희 :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박정규 : 아까도 말했지만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해요. 기업이 자선활동을 하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먼저 칭찬할 줄 알아야 한다고요. 그 의도를 캐내려 애쓰고 목적이 어디에 있다고 비난하기 전에요.
김영진 : 기업 대표의 의식이 중요한 것 같아요. 최고경영자가 사회적 책임이나 참여에 대한 의식과 의지가 있어야 직원들이 따라오죠.
우리 회사는요~
영국에서 온 자연주의 화장품
바디샵은 페이스, 보디, 헤어 케어까지 다양하고 전문적인 제품, 흥미롭고 즐거운 제품을 컨셉트로 모든 종류의 화장품을 취급하는 영국의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다.
'적극적인 기업활동을 통해 사회와 환경의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한다'는 경영철학 아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식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기업의 사회 참여 활동에 큰 획을 그은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예로 바디샵은 '커뮤니티 트레이드(Community Trade)'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오지의 원주민들로부터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에서 재배된 품질 좋은 원료를 공급받고 있다. 바디샵은 합리적인 가격에 천연원료를 구매함으로써, 원료 공급자들의 생계 유지를 위한 소득 기반을 제공한다.
현재 바디샵 커뮤니티 트레이드는 전 세계 25개국에서, 니카라과의 참깨농부에서 인도의 수공 액세서리 생산자에 이르기까지 40여개의 커뮤니티와 함께 전개되고 있다. 바디샵이 커뮤니티 트레이드를 통해 얻는 원료들은 캐리비안산 바나나, 잠비아의 자연재배 유기농 꿀, 브라질의 바바수 오일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김영진[마케팅팀장]
권남희 : 대표가 바뀐다고 되나요. 전체적으로 바뀌어야죠.
김영진 : 의지는 있는데 방법을 몰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회사도 있을 것 같아요. 흔한 방법말고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싶은데 그걸 모르는 회사도 있을 테고요. 그런 것들을 컨설팅해주는 사람이나 단체도 많이 나왔으면 해요. 일종의 길잡이가 꼭 필요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