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인들이 말하는 설과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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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인들이 말하는 설과 고향

입력 2004.01.29 00:00

민족대이동이 일어나는 설이 다가왔다. 꺼질 줄 모르는 경제불황으로 헐렁해진 주머니 사정만큼이나 우울한 한 해를 보낸 직장인. 설을 맞는 그들의 표정은 어떨까. 오랜만에 찾는 고향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을까. 어르신 용돈과 아이들 세뱃돈을 넉넉히 마련하지 못해 못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일까. 고향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은 누구나 같건만,설을 쇠러 고향 가는 느낌은 남자와 여자가 다른데.... [편집자]

현대중공업편

수다 떤 사람들

정황구(44-고압시스템 영엽부 차장)

김소영(35-전기전자시스템 영업지원부 과장)

김정혁(31-재무관리부 대리)

서미선(26-영업부 사원)

엄이정(25-재정부 사원)

정리 / 박주연기자

사진 / 김석구기자

[시사수다]현대중공업인들이 말하는 설과 고향

정황구: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교통대란과 여성들의 명절증후군이에요. 그런데 명절증후군은 여자만 있는 게 아니에요. 아내 눈치 보는 남편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아요. '내 여자의 표정이 어떤가' 살피는 게 습관이 됐죠. 집중적인 심리적 압박은 명절 직후 찾아와요. 일종의 명절후유증인 셈이에요.

김정혁:명절증후군은 과거에도 있었어요. 그게 공론화된 건 여권이 신장됐기 때문이에요. 저는 맞벌이를 하는 결혼 1년차인데 평소 집에서 설거지는 늘 제 몫이었어요. 아내가 요리를 하면 설거지는 제가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역할 분담을 명절 때 광주의 부모님 댁에 내려가서도 유지하려고 하는데 잘 되지 않더라고요. 전 아버지와 말벗이 되느라 앉아 있고 어머니도 슬그머니 부엌일을 아내에게만 맡긴 채 방에 들어와 계시더군요. 그럴 땐 아내에게 참 미안한 생각이 들어요.

서미선: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좀 낫네요.

김정혁:요즘 젊은 남자는 대다수 그렇게 생각해요. 

[시사수다]현대중공업인들이 말하는 설과 고향

서미선:그런데 사람은 참 이기적이에요. 우리 집은 1남4녀인데요. 만약 우리 자매 중 한 사람이 결혼해 남편이나 시댁 식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참지 못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반대로 만약 제가 결혼 후 친정에 왔을 때 제 남동생이 부엌에서 일하고 있다면 올케에게 막 화가 날 것 같아요. 시누이가 이 정도니, 시어머니는 어떻겠어요?

엄이정:전 결혼해 처음 맞는 명절이에요. 새댁이어서인지 대구 시댁에 가는 일이 설레기도 하지만 사실 두렵기도 해요. 우리 같은 직장인에게는 달력의 빨간 날이 오랜만에 쉴 수 있는 기회잖아요. 그런데 그런 날에 남편 집에서 일만 하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와야 한다면 정말 싫을 것 같아요.

김소영:전 명절증후군을 단순히 과중한 일에서 원인을 찾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요. 제 경우엔 인간관계가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거든요.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자주 얼굴을 못봐 서먹서먹한 분들 속에서 명절을 지내는 게 참 힘들어요. 제 시어머니는 특히 말수가 적으셔서 부엌에서 함께 일하다보면, 불편할 때가 많아요. 제가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해서 벽을 허물어뜨려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게 쉽지 않거든요.

[시사수다]현대중공업인들이 말하는 설과 고향

김정혁:동향 사람끼리 결혼하면 여러 모로 좋을 거예요. 본가 간 김에 처가도 갈 수 있잖아요.

김소영:결혼 후엔 명절 때 친정에 가본 적이 거의 없어요. 제가 맏며느리다보니까 동서는 친정에 보내고 전 남아서 뒷마무리까지 해야 하거든요. 보통 명절 연휴가 사흘이다보니 부산의 시댁 가는 데 하루, 서울 오는 데 하루예요. 친정 들를 짬이 없어요. 가끔 그게 서럽게 느껴져요.

김정혁:우리 부부도 그래요. 사실 여자와 달리 남자는 처가 가는 일이 큰 스트레스가 아닌데도 시간 제약으로 처가에 못가게 돼요. 여자는 시댁 가면 일하지만 남자는 처가 가면 씨암탉 잡아주시잖아요.

서미선:똑같이 경제활동하면서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정말 불평등하네요. 갑자기 결혼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황구:전 설이나 추석 때, 그리고 기제사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상차리는 법을 비롯해 조상께 제사지내는 과정이 너무 어려워요.

서미선:올 2월 결혼하는 저도 그게 걱정이에요. 우리집은 기독교 집안이어서 제사 지내는 것을 한 번도 못봤거든요.

정황구:제 할아버지가 지난해에 92세의 연세로 돌아가셨어요. 그런데 그분이 안 계시니까 기제사 지내는 일이 난감해지더라고요. 그분 생전에 훗날을 대비해 기제사 지내는 장면을 제가 비디오로 촬영했는데, 그 비디오를 틀어놓은 채 제사를 지내는데도 우왕좌왕했어요.

[시사수다]현대중공업인들이 말하는 설과 고향

정황구:흥미롭네요. 우린 지난해에 제사를 통합했어요. 증조할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 4대 제사를 한꺼번에 지내죠.

김정혁:제 처가는 통합 문제를 치열하게 논의하더라고요.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때가 설-추석-제사 때뿐인데, 이때만이라도 잘 모이도록 횡적으로 제사를 통합하자는 내용이었어요. 큰아버지와 아버지, 작은아버지, 고모 이렇게 아버지의 4촌까지 한 제사로 모시고, 할아버지대는 할아버지대의 4촌까지 함께 모시는 식이에요. 그럼 아버지 제사 때 자연스럽게 아들대의 4촌까지 모이게 되니까요. 어차피 핵가족 시대이니 자손이 모여도 숫자는 많지 않아요.

김소영:시댁이 있는 부산 한 번 다녀오면 평균 1백만원 정도 들어요. 일단 여비가 있어야 하고, 내려갈 때 빈 손으로 갈 순 없잖아요. 내려가서는 가까운 친지께 인사를 드려야 하고, 세뱃돈도 나가죠. 서울 올라오기 전엔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와요.

서미선:친정은요?

김소영:1백만원 중 70만원 정도가 시댁에, 30만원 정도가 친정에 쓰이죠. 사실 양가에 대한 돈 분배 문제로 자주 다퉜어요. 하지만 친정에도 똑같이 하려니까 지출이 너무 커져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서미선:시댁으로 가는 비용 조금 줄여 친정에 하면 되잖아요.

김소영:시댁엔 제사비용도 보태야 하니까, 그렇게 안 돼요.

[시사수다]현대중공업인들이 말하는 설과 고향

진행자:올해도 교통대란이 일어나겠죠?

김정혁:1년 내내 고향 갈 교통편 티켓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구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비행기표-기차표 다 마찬가지예요. 이번에도 비행기표 예매하려다 실패했어요. 광주까지 버스 타고 가야 할 것 같아요.

김소영: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려가려면 승용차로 보통 16~18시간이 걸려요.

정황구:제 고향은 충남 부여인데, 지금 살고 있는 일산에서 명절 때 그곳까지 가려면 자동차로 7~8시간이 소요되죠.

김정혁:교통체증이 무척 심한 방콕에서는 사람들이 오줌통을 자동차에 넣고 다닌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언젠가 명절 때 내려가면서 보니까 우리나라 휴게소에서도 오줌담는 용기를 팔더라고요. 남자용 여자용 다 있어요. 그만큼 우리나라 교통마비도 심각하단 얘기겠죠.

정황구:오줌 얘기하니까 생각나는 일이 있어요. 언젠가 고모님을 모시고 승용차로 고향에 내려간 적이 있었어요. 차가 꽉 막혀 있는 고속도로에서 고모님이 갑자기 소변을 보셔야겠다는 거예요. 휴게소는 멀고, 고속도로 옆은 철망이 쳐져 있어 난감하더라고요. 할 수 없이 자동차 앞문과 뒷문을 하나씩 열어놓고 그 사이에서 일을 보시게 했어요.

김정혁:명절 때면 보게 되는 장관이 있죠. 여자들이 만드는 인간방패 말예요. 차들이 꼼짝도 안 하는 상황에서 남자는 일렬로 도로에 서서 소변을 보잖아요. 그런데 여자들은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버스에서 한꺼번에 내려 원을 만든 후 한 사람씩 그 안에 들어가 일을 보더라고요.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도 단합 잘되데요. 그때 뒷줄에 서 있는 승용차에서 뛰어내려 거기에 합류하는 여자분도 많이 봤어요.

정황구:그렇게 난리를 치면서 가도, 고향을 간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져요. 아이들 정서에도 좋은 것 같더라고요.

[시사수다]현대중공업인들이 말하는 설과 고향

서미선:대학 다닐 때 명절을 지내기 위해 고향에 가는 게 전 싫었어요. 그러다가 어느해 설에 집에 안 내려가고 친구들과 스키장으로 놀러 갔거든요. 그런데 그 이듬해 설이 돌아오니까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1년이 없어진 것 같은 느낌, 피폐함이 밀려들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이유는 지난해 설을 고향에서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정황구:제 고향인 부여엔 감나무가 참 많아요. 시골 정취가 물씬 나죠. 제발 제 고향은 도시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얼마 전 갔더니 고속화도로를 만든다며 공사 중이던데 마음이 씁쓸했어요.

김소영:아스팔트 포장길이 생기면 고향의 정취가 반감되죠.

일동:정말 그래요.

정황구:저희 형제들은 이번 설에 납골당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 같아요. 굳이 묘를 쓸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예요.

엄이정:우리 세대는 납골당에 뼈를 묻는 사람이 더 많아지겠죠. 그럼 설에 성묘 안 가고 납골당 가서 묵념하겠네요.

서미선:사람들은 시간이 넉넉해질 테니 더 놀러다니겠죠. 그런데 전 아직 결혼을 안 해서인지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의 의미가 퇴색될 것 같아서요. 흔히 미국과 같은 나라가 대가족 개념이 없다고 하지만 그곳은 크리스마스에는 다 모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설에 온 가족이 모이는 풍습이 사라지면 너무 삭막해질 것 같아요. 설령 훗날 차례 지내는 풍습이 사라진다고 해도, 할아버지부터 어린 손자까지 한 자리에 모이는 설의 의미만이라도 길이 남아 있으면 좋겠어요. 놀러가도 다 같이 가자는 얘기예요.



우리 회사는요~

선박용 엔진 시장 세계 1위

[시사수다]현대중공업인들이 말하는 설과 고향

현대중공업 조선소는 설립 10년 만인 1983년 선박 수주와 건조량 부문에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조선소로 선정됐다.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정상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이 만들어온 배들은 1983년부터 지금까지 20년 연속 세계 최우수 선박으로 선정되는 기록을 세웠다.

또 1974년 한국 최초의 초대형 유조선 아틀란틱배런호를 인도한 이래 80년 한국 최초의 자동차운반선 현대넘버원호, 86년에는 세계 최대 화물선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36만5천t급 화물선 베르게스탈호, 94년 한국 최초의 LNG선 현대유토피아호, 2001년 31만5천t급으로 세계 최초의 초대형 쌍축유조선 스테나비전호를 건조하는 등 끊임없이 기록을 세워나갔다. 역시 같은 해에 '바다 위의 원유공장'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FPSO(부유식원유생산저장선)를 만들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등 '조선명가'로서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연간 60여 척의 선박을 건조하며 세계 대형 선박 시장의 20%를 공급해오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선박용 엔진의 국산화에도 성공해 대형 엔진 시장 35%를 점유함으로써 세계 1위의 자리에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기술력의 우위에서 나온 결과인데, 조선 부문만 보더라도 설계 인력이 1,300여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조선 부문 외에도 굴삭기 등을 생산하는 건설장비 사업 부문도 현대중공업의 자랑거리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중국 건설 시장에서 세계 유수의 메이커들을 제치고 당당히 판매 1위 자리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대중공업이 자랑하고 있는 것은 든든한 노사협력관계이다. 9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함으로써 선주사와 주주들에게 깊은 신뢰를 주고 성공적인 노사관계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광회〈현대중공업 홍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