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하면 떠오르는 것은 역시 여행이다. 여행 중에서도 해외여행이다. 물론 대한항공 전 직원이 해외여행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보다는 많이 여행을 하지 않았을까? 때문에 이번 주 대한항공 편에서는 여행을 주제로 수다를 떨어봤다. 어쩌면 사치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이 우리 삶을 풍족하게 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무역외수지에서 해외여행으로 큰 적자를 보고 있지만.... 〈편집자〉
유현주:여행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그쪽 문화를 미리 공부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인데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인 예의만 지켜준다면 그냥 몸으로 부딪쳐보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요? 기본적인 예의마저 지키지 않기 때문에 특히 유럽을 여행할 땐 그쪽 사람들이 동양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 같아요.
오석중:서양 사람들은 동양 사람들을 괜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전 경험이 있는데요. 독일이었던가? 기차를 타고 가는데 웬 사람이 술 잔뜩 취해서 시비를 거는 거예요. 티켓을 보여달라구요. 직원도 아닌 녀석이 무슨 티켓이냐고, 넌 뭐냐고 하면서 같이 험악하게 따졌죠. 그랬더니 혼자 중얼거리면서 지나쳐 가더라구요..
선주현:근데 일본 사람들에게는 잘해주지 않아요? 돈이 많아서 그런가... .
이항기:그건 편견이 아니고 배려 아닙니까?(웃음)
김선아:유럽에선 특히 중국인 이미지가 안 좋아요.
유현주:중국인은 시끄럽고 냄새나고 더럽고 등등 그런 인식이 팽배해 있으니까요.
선주현:맞아요. 다른 건 모르겠는데 중국인 정말 시끄럽더라구요.
이항기:저기 황 대리가 중국에 자주 가잖아요.
황성원:중국 문화를 많이 겪어봐야 왜 그렇게 시끄럽고 예의 없고 더러운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이항기:거긴 세치기 안 하는 사람이 바보라든데?
유현주:맞아요. 중국인들은 아무리 눈치를 줘도 기어코 세치기를 하더라구요.
김선아:기내에서도 중국인들은 장난이 아니에요. 얼마나 시끄럽고 더러운지.
선주현:장사꾼 기질도 다분한 것 같아요.
황성원:그것도 일종의 문화예요. 물건값을 흥정하는 데 중국인들은 일단 원래 값의 10배를 부르고 봐요. 중국에 가서 부르는 대로 돈을 치르는 사람은 진짜 바보죠. 몇 번씩 안 산다고 돌아서야만 그나마 원래 값에 근접하게 살 수 있어요.
오석중:정말 일본이 가장 알려져 있는 것 같아요.
선주현:일본은 문화로, 중국은 한자로 외국에 잘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김선아:아니에요. 무슨 말씀을. 우리 음식이 얼마나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기내에서도 안내지를 설명할 필요 없이 비빔밥 같은 것은 서양 사람들도 다 알아서 잘 먹어요. 김치도 그렇구요.
선주현:그 사람들이 정말 다 알아서 먹어요?
김선아:네. 그거 설명하려면 무지 길고 번거로운데 알아서 먹어주니 편해요(웃음).
오석중:홍콩에도 공항 근처에 비빔밥 음식점이 많이 생겼다고 하더라구요. 그러고보니 우리나라는 음식이 제일 많이 알려져 있네요. 그런데 그것보다는 여행객들에 대한 배려가 가장 절실해요. 외국은 여행객들을 잘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여행문화가 잘 형성돼 있죠. 유스호스텔도 참 싸고 시설도 엄청 좋아요. 그런데 우리는 시설도 부족할 뿐더러 콘도 쓰기도 힘들고....
이황기:저도 호텔보다는 유스호스텔을 이용하는데 친구도 만나고 정보도 많이 얻고, 훨씬 도움이 되더라구요. 올 여름에 동기놈이랑 함께 파리에 간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때가 바로 사스가 한창 창궐할 때였죠. 스위스-로마를 둘러보고 귀국해서 뉴스를 보는데 제가 탄 비행기에 사스 추정환자가 탔다는 거예요. 그 비행기에 탄 사람 모두 연락이 돼서 검사했는데 아직 연락 안 되는 사람이 두 사람 있다는 거예요. 그 두 사람이 바로 저하고 동기놈이었죠.
유현주:어쩐지 아까부터 계속 기침이 나오더라구요. 이 대리 절대 기침하지 마세요. 오늘 이 자리가 갑자기 두려워져요.
선주현:지금은 어떠세요?
이황기:지금도 보건당국에서 가끔 연락이 와요. 괜찮으냐, 별 이상 없느냐 하면서, 하하.
유현주:그때(사스가 맹위를 떨칠 때) 정말 난리였어요. 중국인이 오면 저도 겁나는데 같이 비행기를 타야 할 사람들은 오죽하겠어요. 사람들이 예약할 때도 중국인 옆이나 앞은 절대 주지 말라고도 했어요.
이황기:그때 귀국해서 꼼짝도 못하고 비디오만 수십 편 본 것 같아요. 그 바람에 남은 휴가 다 써버렸죠.
오석중:유현주씨는 국내도 많이 다닌다면서요?
유현주:산을 참 많이 다녀요. 우리나라 산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파리에 갔을 때 산이 없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그 유명한 몽마르트언덕도 굉장히 낮더라구요. 근데 프랑스 사람들은 그게 높은 거라고 해요. 얼마나 웃기던지.
오석중:네팔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한국에 오면 산이 없다구요. 구릉밖에 없대요.
이항기:김선아씨는 아무래도 비행을 많이 하니까 여러 나라를 다닐 텐데 추천해줄 만한 곳이 있다면?
오석중:전 스페인 하면 먼저 여자들이 떠올라요, 가장 예쁘지 않나요?
선주현:웬 여자요?
오석중:하하. 말이 그렇단 거죠. 근데 유럽 남자들이 동양 여자에게 정말 많은 호감을 보이나요?
유현주:프랑스가 제일 심한 것 같아요. 심지어 슈퍼마켓 주인조차 그냥 판매만 하는 사람이 없어요. 저는 외국에 가서 슈퍼마켓-약국-문구점, 뭐 그런 데 가는 걸 좋아하거든요.
선주현:저랑 취향이 비슷하네요. 저도 그런 데가 재밌어요.
유현주:한편으로 느낀 건 한국 제품이 제일 좋다는 거예요.
이항기:휴대전화나 MP3 플레이어 같은 건 메이드 인 코리아가 제일 좋다고 알려져 있대요.
유현주:외국 가서 한국 회사의 간판을 보면 뿌듯해요. 자카르타의 경우 공항부터 시내까지 한국 상품 간판들로 쭉 이어져 있는데 얼마나 뿌듯했던지....
황성원:요즘은 웬만한 사람은 여행을 자주 가는 것 같아요. 어제도 봤는데 공항에 짐은 별로 없고 골프채만 상당히 많더라구요(웃음).
오석중:가족여행이 많은 것 같아요.
유현주:전 요즘 중국에 가고 싶어요. 그 유명한 '기적의 발마시지'를 받고 피부가 백옥 같아진 직원이 있거든요. 엄청 부러워요.
황성원:거기는 마사지 학교가 있어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녀요. 근데 열여덟 살부터 시작하면 스물여섯, 스물일곱 살이 되면 누르는 힘이 없어서 은퇴해야 돼요.
이항기:중국은 우리보다 더 하네요? 20대에 퇴출당하니까. '이태백'은 아니고 그럼 그건 뭐라고 불러야 하나? 마사지 한 번 받는데 얼마죠?
황성원:평균 2시간 정도 받는데 7,000~8,000원 정도, 비싼 곳은 만원 정도 해요.
선주현:중국에선 음식을 못 먹겠어요.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먹어야 할지 몰라서요.
황성원:그럴 땐 그냥 옆 사람이 시키는 거 보고 저거 달라고 하면 돼요?
유현주:조금 알뜰하게 유럽 여행을 즐기려면 햇반-라면 등을 포함해 되도록 많이 싸가지고 가서 조리기구가 있는 민박집에 투숙하는 거예요. 전 그렇게 해본 적 있는데 저녁마다 정말 진수성찬으로 먹었어요. 대한민국의 인스턴트식품이 그렇게 위대한지 처음 알았죠.
김선아:유럽에서는 소매치기들을 조심해야 해요.
이항기:이탈리아는 사람도 잃어버린다잖아요. 동양 여자가 인기가 좋은데 여자친구를 먼저 택시에 태우고 트렁크에 짐을 싣는 순간 그대로 달아나는 일도 있대요. 그래서 이탈리아를 여행할 땐 절대 여자친구를 먼저 태우지 말라는 말이 있어요.
오석중:남자가 먼저 타도 문제겠네요? 혼자 남은 여자친구를 납치해갈 수도 있으니까요.
이항기:그럼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항상 붙어다니는 수밖에요.
김선아:상파울루 택시도 횡포가 엄청 심해요. 어디든지 택시에 대한 불만은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택시기사의 통역이 가장 큰 문제라잖아요.
오석중:외국 관광객들의 말을 들어보면 통역 외에도 많은 문제가 있어요. 요금 횡포-불친절.... 여행객들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수단을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이 가장 절실해요.
선주현:특히 새벽에 도착하는 여행객들을 위해서는 보다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이 필요할 것 같아요.
유현주:파리 갔을 때 제일 편했던 것이 메트로였어요. 정말 부럽더라구요.
오석중:맞아요, 메트로.
오석중:그런데 여행갔다가 귀국해서 우리나라 신문을 보면 여행에서 얻은 감흥이 싹 사라질 정도예요. 욕밖에 안 나와요.
이항기:외국 사람들은 한국이란 사회가 재밌다고 해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끊임없이 일이 터지니까. 뉴질랜드 같은 경우는 일이 거의 없거든요. 교통 사고가 신문 톱 기사로 나올 정도예요. 해외여행하다보면 우리나라가 그립기도 하지만 땅이 참 좁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렇게 좁은 땅에서 계속 일이 생기는 것이 신기하지 않아요?
오석중:참 신기하죠.
유현주:그래서 요즘은 신문보는 사람이 거의 없잖아요. 아침에 전철 타면 전부 무가지로 발행되는 일간지를 들고 있어요.
오석중:제발 조용히 살고 경제도 얼른 좋아져서 편한 맘으로 여행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