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사회를 구현하는 '도구' 신용카드가 '죽음의 덫'으로 변했다는 말은 이미 구문이 됐다. 많은 사람이 카드로 인해 자살을 택했다. 돈 몇 푼 얻기 위해 강도짓은 물론 연쇄살인까지 벌이고 있다. 그동안 '이런 사회에 내 자식을 남길 수 없다'며 부모가 아이와 동반자살한 경우는 있었다. 하지만 자식에게 수면제를 먹여 한강에 던지는 충격적인 일은 없었다.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추락하는가.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카드빚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은행에서 카드발급을 하고 때로 신용불량자에게 결제를 독촉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기업은행 편
수다 떤 사람들
신경호(42-기업은행 휘경동지점 팀장 20년차)
이성희(40-기업은행 휘경동지점 대리 18년차)
전병완(46-기업은행 휘경동지점 팀장 23년차)
엄명자(43-기업은행 휘경동지점 차장 23년차)
성창현(46-기업은행 휘경동지점 부지점장 26년차)
정리 / 황인원 기자
사진 / 김석구 기자
엄명자:어? 오늘 모이는 사람들이 전부 40대네. 같이 앉기만 해도 좀 짜릿한 사람 좀 없나?
성창현:나 있잖아.
엄명자:부지점장님하고는 손을 잡아도 배터리가 작동을 안 해. 배터리가 작동해야 전기가 오지.
전병완:그럼 나는?
엄명자:어머, 전 팀장님은 배터리조차 없어. (일동 웃음)
이성희:엄 차장님보다는 내가 영계니까 그런 말 할 자격이 더 있는 거 아닌가요?
엄명자:그래. 이 대리가 여기 있는 사람 다 가져. 내가 양보할게.
엄명자:근데 얼마 전에 한강에 아이 두 명 버린 사람 있잖아. 그 사람 정신병자지?
전병완:아니야. 정신병자가 아이들에게 수면제 먹이고 현장검증까지 할 수 있나.
신경호:정신병자라면 사전에 그렇게 치밀한 계획을 세울 수 없어. 한강에 빠지면 반드시 죽는지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사건 5일 전에 사전답사까지 했다잖아. 그게 정신병자야? 미친 놈이지.
엄명자:미친 놈이 정신병자 아냐?
신경호:정신병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는 거고 미친 놈은 정상적인 것처럼 생활은 하면서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놈이지.
성창현:그 말에도 일리가 있네. 그 사람 정신과 전문의들이 말하는 걸 보면 정신병자라기보다는 인격장애자라고 하잖아.
이성희:근데 그 사람 원인이 카드빛이었다며? 이럴 때는 괜히 우리가 카드발급하는 게 찔린다니까.
전병완:우리가 찔릴 게 뭐 있어.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이성희:그래도 카드빚으로 인해 그런 일이 벌어졌잖아요. 요즘 무슨 사고가 터졌다 하면 다 카드빚 때문이잖아.
엄명자:문제는 능력없는 사람에게 무작위로 발급을 한다는 거지. 보라고, 그 사람도 자기 직업 없이 부모한테 50만원씩 타서 썼다잖아.
신경호:그러면 그 사람이 성인인데 지금 제도로 어떻게 카드발급을 안 해?
엄명자:그러니까 그게 문제라는 거지. 소득이 있어야 결제를 하지. 길에서 대학생들에게 카드 만들면 돈 1만~2만원 준다는 데 누가 안 만드냐고. 만들면 쓰게 되고 그러면 결제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거야.
전병완:아버지가 목회자라고 하던데? 집안도 부유하고.
엄명자:근데 난 이상한 게 엄마 스물세 살 아빠 스물다섯 살인데 어떻게 아이들이 여섯 살, 다섯 살이야?
성창현:준비 안 된 부모 만나서 애들이 고생하다 간 거네.
이성희:아이들이 불쌍해. 난 그 보도를 보는 순간 눈물이 막 나더라고.
전병완:문제는 이런 사람들보다 경제적으로 능력도 있는 사람이 무너진다는 거야.
신경호:능력 있는 사람이 왜 무너져요?
전병완:생각해봐. 2001년부턴가는 신용한도액이 엄청 늘어났어. 그러면 그 사람들의 경제생활은 한도액 수준에 맞춰진다고.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한도액을 줄이면 그 사람들 못살아.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작은 기업을 경영하는데 잘 됐대. 근데 돈이 돌지 않을 때는 카드 여러 개로 서비스받고 해서 월급을 줬다는 거야. 돈 나오면 그걸로 갚고. 근데 한도가 줄어들면서 융통이 막혀버린 거야. 그러다보니 카드를 더 만들어야 하고 들어올 돈은 제때 안 들어오고 미치는 거지. 그러다가 갑자기 신용불량자가 돼서 회사가 날아갔잖아.
신경호:현금서비스는 사실 별거 아니야. 진짜 문제는 무이자할부지. 신용불량자의 상당수가 할부로 물건을 산 사람들이거든. 마일리지며 연말정산이며 각종 혜택을 준다고 하니까 불필요한 것을 마구 사는 경우가 많았잖아. 그러니 2001년인가에는 카드사가 엄청난 이익을 얻었고 직원들 보너스도 막 줬어. 이때부터 아까도 말했지만 카드도 여러 개 만들 수 있었고. 한 사람이 카드 20장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니까.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경쟁적으로 회원 유치하고 사람들은 일단 유사시에 쓰자며 신나게 만드는 거야. 그게 다 자기 망하는 일인데.
성창현:외상으로는 소도 잡아먹는다는 옛말이 맞는 거지 뭐.
전병완:지금 서른 살 된 내 조카가 스물여섯 살 때 일인데 한 번은 5천만원 결제가 나온 거야.
전병완:술값으로. 미치지. 집안이 발칵 뒤집어졌잖아. 학교 다니면서 자기 아버지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말하자면 친구들한테 폼 잡다가 그렇게 된 거야. 매형의 성격이 깐깐해서 모른 척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 참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버지가 값더라고. 능력 없는 집이었으면 아마 조카는 죽었을 거야.
이성희:어째 분위기가 누나 집 부자라고 자랑하는 것 같다?
전병완:할 게 없어서 나도 아니고 누나집 돈 자랑을 하나?
이성희:가끔 그런 사람들 있어.
전병완:그래도 날 그렇게 봤다면 섭섭하네.
이성희:섭섭할 것 없어요. 이거나 먹어요(탁자 앞에 있던 식은 붕어빵을 하나 집어준다).
성창현:어째 사랑싸움 같은 느낌이네.
이성희-전병완:(동시에) 웩!
엄명자:나이가 들어도 하는 짓은 어린 애들하고 똑같아요. 내 경험인데 어떤 남자가 찾아왔어. 아내가 카드를 많이 썼다는 거야. 원래 아내가 소비벽이 좀 있다나. 근데 이 사람 결제해야 할 금액이 장난이 아닌 거야. 한 번에 3천만원을 쓴 거야. 남편 말에 의하면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대. 왜 그런 사람하고 사는지 모르겠어. 아무튼 그 남자가 와서 다시는 카드 못쓰게 해달라고 하면서 그러면 이 돈을 갚고 그렇지 않으면 안 갚겠다고 하는 거야.
엄명자:여자의 카드 정지시켰지 뭐. 또 2년 전쯤 일인데 정상적으로 카드결제를 하는 사람이었어. 근데 가족이 전화를 해서 이 사람 카드 못쓰게 해달라는 거야. 능력도 없고 집에도 안 들어오면서 카드만 쓰고 다닌다고. 완전히 딜레마에 빠진 거야. 생각해봐. 그 사람이 신용불량자도 아니고 집에서 갚았건 어쨌건 정상적인 사람이잖아. 근데 카드를 정지시키면 그 사람이 항의를 해요. 왜 카드를 못쓰게 했냐고. 자기는 신용불량자가 아니라는 거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가족의 통장으로 연결시켜놓고 그냥 놔뒀지 뭐. 한참 지난 후에 그 남자 찾아온 거야. 자기를 믿어줘서 고맙다고. 와서는 정기예금도 하고 갔어.
성창현:나는 연체자 집으로 찾아간 적이 있어. 집에 가니까 부모는 도망가고 아이들 둘만 3층 옥탑방에서 지내는데 부엌을 보니까 밥 먹은 흔적이 없는 거야. "너희들 언제 밥먹었니?" 물었더니 "1주일 됐어요. 요즘 라면만 먹어요. 1주일 후에 이모가 밥 해서 온다고 했어요." 그러는 거야. 그냥 나오자니 불쌍하고 해서 아이들한테 몇만원 쥐어주고 왔다니까.
신경호:돈 받으로 갔다가 돈 주고 왔네.
전병완:그런 일 많아.
엄명자:그러니까 카드를 무리하게 만들게 하고 아무런 대안 제시도 안 해주고 한도를 내린 게 잘못이라니까. 내 조카가 학생인데 처음에 한도가 2백만원인가 하더라고. 한 3개월 정도 결제 잘하니까 한도액이 6백만원으로 3배가 오르는 거야. 그러다가 갑자기 한도를 줄이니까 돌려막기도 못하는 거야. 왜 경제적 능력도 없는 학생에게 한도를 그렇게 올리고 내리고 마음대로 하냐고. 은행-카드사간에 한도액을 내리는 게 경쟁이 붙으니까 조금만 늦게 내리면 손실이 자기들한테 올까봐 서로 빨리 내린 거 아냐. 시작은 자기들이 해놓고.
신경호:잠깐만.
엄명자:잠깐만은.... 내 얘기 더 들어봐.
신경호:아냐. 가만 있어봐. 나도 얘기하고 싶어. 얘기 좀 하게 해주라.(일동 웃음)
신경호:카드 얘기하다보니 잘못이 전부 카드 발급하는 우리에게 있다는 것처럼 들리네. 그게 아니잖아. 이거 잡지에 나가면 독자들이 진짜 우리 잘못인 줄 안단 말야.
엄명자:그런가?
신경호:카드로 인한 순기능이 얼마나 많아요. 성인에게 카드를 발급했으면 자기들이 알아서 관리를 해야지. 관리 잘못을 카드발급한 곳에 미루면 안 되지.
전병완:IMF 외환 위기를 극복한 동기가 카드라잖아. 카드를 많이 사용하면 할수록 내수가 늘어나고 국내 경기가 좋아지는 거지. 요즘 수출 경기는 좋은데 내수가 나쁜 거라며.
신경호:이제 카드가 없으면 생활할 수 없는 시대야. 버스니 지하철이니 하다 못해 밥 한 끼 막고도 다 카드로 결제해. 이렇게 보편화된 상황에서 금융기관을 욕해서는 안 되지. 자신의 문제로 돌려야지.
전병완:우리 사회는 왜 이런 문제가 많이 나타나지?
성창현:졸부 근성 때문이겠지. 외국의 경우는 이렇게 심하지 않아. 천천히 경제 성장 하면서 돈의 의미를 제대로 배우고 크거든. 그런데 우리는 급격한 경제 성장 속에서 졸부가 많이 나오니 돈의 의미가 뭔지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바가 없는 거야. 그러니 돈에 끌려다니는 거지.
엄명자:천민자본주의의 폐해라고나 할까? 그래도 요즘은 잘되고 있는 것 같아.
이성희:그래도 아직은 아냐. 개인과 금융기관과 정부가 서로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진짜 신용 사회를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할 것 같아.
성창현:자, 이제 밥먹으러 갑시다.
우리 회사는요~
국내 은행 중 무디스 신용등급 최고
기업은행은 외형적으로는 창립 당시 자본금 2억원, 점포 31개, 직원 수 935명에서 2003년 9월 말에는 총자산 74조원, 총수신 38조원, 총여신 51조원, 당기순이익 1천3백55억원, 직원 수 6,400여 명, 점포 수 396개(해외 5개 포함)의 대형 은행으로 성장했다. 질적으로도 한국신용평가정보 선정 '한국 100대 기업' 중에 14위, 산업정책연구원(IPS) 브랜드 가치 조사 결과에서 금융산업 중 은행 부문 브랜드 가치 1조6백68억원으로 3위, 2003년 '대한민국 가장 신뢰받는 기업' 등에 선정됐다. 또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로부터 A3 신용등급을 획득, 국내 은행 최고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우량은행으로 발돋움했다.
기업은행은 지난 40여 년간 중소기업금융 한 길만 걸어온 은행으로서 중소기업금융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유-무형 자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또 기업협력사업을 통한 각종 정보 제공과 중소기업의 판매-경영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자를 위한 프라이빗뱅킹(PB)업무의 확대, 중소기업을 위한 인터넷 종합포털서비스 개통, 프로젝트 파이낸싱업무의 확대 등도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2003년에 증권거래소 이전과 해외 DR(주식예탁증서) 발행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 금융 역사상 최초로 국내외 동시상장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으로 자산운용 등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자율경영의 기반이 강화돼 42년간 쌓인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토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털 파이낸셜 네트워크 뱅크(Total Financial Network Bank)'로 변모해 국내는 물론 세계 속의 일류은행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유영천[기업은행 문화홍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