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 출신이 기업에 와서 성공한 사례는 흔치 않다. 김종창 기업은행장(55)은 이런 점에서 상당히 돋보이는 인물이다. 32년간 공직생활을 한 김 행장은 부임 전 관치금융-낙하산인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오히려 부임 후 '김종창 주가'란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산 69조9천억원과 순이익 5천8백14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김종창 주가'란 신조어도 만드는 등 세간의 평가가 좋은데....
"CEO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자기 기업이나 은행의 주식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은행 내부적으로 사업부제 개편, 수익마인드 제고, 인사혁신 및 성과주의 시스템 정비 등 기반구축 작업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직원들로부터 e-메일로 의견접수를 하는 등 열린 경영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기업은행이 수익을 내는 은행이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은행 내부 분위기가 밝아져야 하고 내부 고객 만족을 최우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이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취임 초부터 직접적인 대화나 e-메일, 'CEO 메모랜덤'을 통해 직원들과 대화하고 애로 및 건의사항을 가감없이 수용했다. 그리고 대화의 폭을 고객에게까지 넓혀 주요 대출기업과 대화창구 마련을 위한 e-메일 시스템도 구축했다. 고객을 외면해서는 결코 수익을 낼 수 없다."
거래소 이전 계획을 지난해에 발표했다. 진행 상황은?
"오는 12월 중에 공모를 실시해 연내에 코스닥에서 거래소로 옮기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거래소로 간다고 해서 무조건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좀더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주가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얘기 같은데....
"물론 현재 주가는 상당히 저평가돼 있는 상태다. 기업은행은 우량 중소기업 위주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수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고 모든 건전성 및 수익성 지표 또한 타행 못지않을 정도로 양호하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업은행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선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주가도 부양하고, 또 주주와 개인고객에게는 수익을 통해 보답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대형화되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산업은행 혹은 다른 시중은행과 합병할 생각은 없나?
최근 외국계 펀드들이 국내 은행들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펀드들에 은행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은행을 단기적인 이윤만 추구하는 외국계 펀드에 매각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물론 외국계 펀드에 은행을 매각함으로써 선진금융기법을 전수 받을 수 있고 국내 금융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며, 금융 글로벌화의 계기가 마련할 수 있는 면도 있다. 그러나 외국 자본의 성격을 잘 따져봐야 한다. 외환 위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부 은행을 매각한 측면도 있었지만, 이제는 우리 경제도 안정을 되찾았고 금융기관들도 괄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단기적인 이윤만 추구하는 헤지펀드 성격을 가진 외국계 펀드에 매각하는 것은 그만큼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 전담은행인 기업은행의 입장에서 보면 상업적 논리가 우선시되고 수익성만 추구하는 외국계 펀드에 경영을 맡길 경우 중소기업금융에 대한 지원이 위축되어 중소기업에 신용경색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동안 기업은행을 이끌며 느낀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
"안으로는 역시 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수행해준 점을 들고 싶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노력하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며, 고객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또 성과를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 보상을 해줄 수 있었던 것도 보람으로 남는다."
중요한 업적을 꼽는다면....
"대출지원이란 용어를 없애고 중소기업이라는 명칭을 '파트너기업'이나 '드림기업'으로 바꾼 것을 제일로 꼽고 싶다. 또 행장실을 축소해 직원휴게실로 개방한 것과 결재시스템을 전화보고 또는 전자결재로 전환하여 업무 효율화를 시도한 것도 그 중 하나다. 이밖에 조직개편을 실시하여 기능별 조직을 고객 중심,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꾸는 사업부제 실시 등도 중요한 사건이었다."
불황기에 CEO가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인가?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 그들을 비롯한 공로자를 하나씩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또한 어려울 때 자기 자신에게 패인을 찾으며, 겸손해하는 것이 CEO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본다. 뛰어난 CEO들은 한결같이 겸손한 사람들이다."
약력
▲경북 예천 출생(1948년생)
▲서울대 상학과
▲행정고시 8회
▲재무부 금융정책과장
▲주 영국 재무관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장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금융감독원 부원장
<인터뷰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사진 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