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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신을 말하는 유시민·김어준에게

입력 2026.08.05 06:00

수정 2026.08.0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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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의원(왼쪽)이 지난 2월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어준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공장 캡처

유시민 전 의원(왼쪽)이 지난 2월 ‘뉴스공장’에 출연해 김어준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공장 캡처

2005년 7월 무렵, 열린우리당을 출입할 때다. 친분이 있던 인사에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여당 의원들과 모임에서 ‘연정’을 꺼냈다는 첩보를 들었다. 회사에 바로 보고했지만, 추가 확인되지 않아 기사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날 서울신문 1면에 관련 기사가 보도되면서 쟁점화된 연정론은 정치권을 뒤덮었다. 뼈 아팠지만, 경험과 취재력 부족을 탓하며 후속 보도를 쫓았다.

관련 뉴스를 쫓아 의원회관을 돌다 당시 열린우리당 문희상 국회의장 측근이었던 한 의원을 만났다. 이 의원은 확인해보라며 기삿거리를 던졌다. “노 대통령이 말한 것은 소연정이 아니고 한나라당과 대연정이다.” 새천년민주당과의 소연정을 떠올렸던 기자는 이 아이디어를 납득하지 못했다. 회사에 보고했지만, 기사화는 안 됐다. 며칠 뒤 대연정은 또 서울신문 1면에 보도됐다. 연정으로 인한 두 번째 좌절이었다.

노 대통령이 직접 제안한 대연정의 핵심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연립정부 구성 및 선거구제 개혁이었다.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선거제도가 바뀌는 걸 야당이 동의해준다면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임명권을 한나라당에 넘기겠다는 제안이었다. 어떻게 잡은 정권인데 퇴행적 보수 한나라당에 내각 구성권을 넘기겠다는 건가. 한나라당의 거절로 무산됐지만, 지지층은 배신감으로 들끓었다.

당시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 속내를 모르겠다고 했다. 한 중진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분은 초현실주의자니까요.” 노 대통령을 대선에서 지지했던 지인들은 배신감을 토로했고, 기자도 그랬다. 대연정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은 진보 지지층 이탈을 부추겼고, 이는 정권 재창출 실패의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의 진의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게 된 것은 문재인 정부 중반쯤이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부는 물론이고 촛불집회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분열은 심화했다. ‘이대로라면 우리 사회는 한 걸음도 나갈 수 없겠구나’ 생각했고, 대연정을 떠올렸다. ‘만약 그때 내각 구성권을 내주고 선거구제 개혁을 이뤄냈다면 양극단의 대립은 조금 해소되고 타협의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았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구조적 다수’를 언급하며 ‘중도 확장론’을 펴고 있다. 보수 인사를 쓰고, 필요하면 보수 정책 채택도 마다하지 않는 듯하다. 그런데 여권 내 기득권층 반발이 거세다. 유시민 전 의원은 지지층 허락 없는 재건축은 참혹한 실패로 끝날 것이라 했고, 김어준 뉴스공장 대표는 코어 지지층은 정체성을 부정하는 사람을 바로 버린다고 협박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지지층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표한다. 대통령에게는 선거 승패보다 사회와 국가발전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노 전 대통령이 지지층 분열을 감수하며 대연정을 제안했던 것도 그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노무현 정신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던 두 사람이 정작 노 전 대통령도 시도했던 통합 노력을 흔드는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이용욱 편집장

이용욱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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