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도 스펙? 한국 청년 ‘외모·경제력’ 부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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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도 스펙? 한국 청년 ‘외모·경제력’ 부담 커졌다

입력 2026.08.04 06:00

수정 2026.08.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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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애사회] 5개국 청년 첫 비교조사…연애도 등급 따지는 시대

불안 심리 커지며 신분 보장되거나 조건 확실한 연애 추구하는 경향

2025년 9월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카페에서 10:10 ‘로테이션 소개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20명의 성인남녀가 1명당 10분씩 대화한 후 자리를 바꾸는 방식으로 단체 소개팅이 이뤄진다. 러브홀릭 제공

2025년 9월 서울 강서구 염창동의 한 카페에서 10:10 ‘로테이션 소개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20명의 성인남녀가 1명당 10분씩 대화한 후 자리를 바꾸는 방식으로 단체 소개팅이 이뤄진다. 러브홀릭 제공

한국 청년 남성의 50.9%가 연애 상대의 조건으로 ‘외모’를 1순위로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청년 남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한국 청년 여성은 52.9%가 ‘성격·가치관’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선택했다. 심층 인터뷰에서 청년들은 연애에서 요구되는 조건들에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원하지만 실제로는 소개를 통해 상대를 만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연애가 스펙 경쟁처럼 변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주간경향이 KDIS 김조은 교수 연구팀과 지식콘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가 의뢰한 한국·중국·일본·미국·스페인 등 5개국, 총 8242명 대상 여론조사(한국·미국·스페인은 2024년 퀄트릭스, 중국·일본은 2026년 데이터스프링)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다.

한국 청년 남성 중 성격·가치관을 1순위로 꼽은 사람은 38.0%로 외모 다음 두 번째로 많았고, 다음으로는 키(5.7%), 개인소득(1.9%), 가족정서(1.9%), 가족경제력(0.9%), 학력(0.6%) 순이었다. 한국 청년 여성은 성격·가치관 다음으로 외모(33.9%), 키(7.2%), 개인소득(2.2%), 가족정서(1.9%), 가족경제력(1.4%), 학력(0.5%) 순으로 응답자 비율이 나타났다. 남성은 여성을 평가할 때 외모를, 여성은 남성을 평가할 때 성격·가치관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꼽은 셈이다.

‘이성적 끌림’ 때문이라지만…이성은 “부담”

이상형 조건 1순위 비율. 경향신문·언더스코어 자료

이상형 조건 1순위 비율. 경향신문·언더스코어 자료

외모와 성격을 가장 중요하게 꼽는 현상 자체는 세계적으로 비슷했다. 차이는 그 강도였다. 외모는 한국 남성 50.9%, 스페인 남성 38.3%, 미국 남성 37.6%, 일본 남성 36.4%, 한국 여성 33.9% 순으로 1순위를 꼽은 비율이 높았다. 성격·가치관은 스페인 여성 60.0%, 미국 여성 55.7%, 한국 여성 52.9%, 스페인 남성 51.7%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 남성들은 외모를 1순위로 꼽는 이유에 대해 ‘이성적인 끌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취업준비생인 이모씨(28)는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외모는 당연히 중요한데 사람마다 기준이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단순히 예쁘다 아니다를 떠나 외모를 보고 서로 이성적으로 끌리지 않으면 친구로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여성들은 지나치게 외모를 따지는 사회적 분위기에 부담을 느꼈다. 대학생 여성 김모씨(22)는 “연애를 할 때 외모가 중요한 기준이 돼 부담스럽다”며 “보통 첫인상에서 마음에 안 들면 쉽게 호감을 느끼지 못하지 않나. 그래서 저도 첫인상을 위해서 굉장히 신경을 쓰고 다닌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 여성 라우씨(29)는 “남성과 여성이 연애에서 요구받는 기준이 다르다”며 “남성은 외모에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는데 여성은 항상 잘 관리해야 한다는 기대를 받는다”고 말했다.

남성들 역시 외모에 대한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본인의 외모에 자신감을 느끼는 여성일수록 상대 남성의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이 남성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과거에는 여성의 경제활동이 제한적이어서 ‘직업은 별로여도 성실한 남성’을 택할 유인이 있었다면, 남녀 간 소득 격차가 좁혀진 지금은 여성 역시 남성에게 경제력 외에 외모까지 함께 요구하게 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남성들은 경제적인 안정감을 갖춰야 한다는 압박도 느꼈다. 자가를 보유하고 있고 교직에 있는 남성 이모씨(35)는 “여성들이 일단 1번은 외모를 가장 많이 따지는 것 같고 두 번째는 경제력인 것 같다”며 “결혼관을 얘기할 때 ‘시작을 신축 아파트 32평에서 하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상형 조건과 연애 경험의 관계를 비교해 보면 여성들이 이상형 1순위로 가장 많이 꼽은 성격·가치관보다 ‘경제력’이 남성의 연애 경험과 더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응답자들이 말한 이상형과 실제 연애 시장에서 작동하는 조건 사이에는 간극이 있던 셈이다.

이상형 중요도와 실제 연애 성과 비교. 언더스코어 제공

이상형 중요도와 실제 연애 성과 비교. 언더스코어 제공

높아진 기준, 낮아지는 자신감

한·중·일은 전통적으로 성별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 규범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상형 조건에 영향을 미쳤다. ‘여성은 외모’라는 인식이 한국 남성들에게 강하게 나타난 반면 중국 여성들은 남성의 경제력과 집안 경제력을 중시했다.

개별 인터뷰에선 일본에서 ‘여성성’이라고 불리는 성격과 가치관이 강하게 요구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과 일본에서 콘텐츠 제작자로 일하는 A씨는 “일본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몸가짐이나 행동 등이 한국에 비해 더 강한 것으로 느껴졌다”며 “반면 일본은 미에 대한 잣대가 한국에 비해 훨씬 후한 것 같았다. 바꿔 말하면 한국인들이 외적인 것에 굉장히 더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성별 고정관념에 기반한 높은 기대가 연애를 도전할 자신감 자체를 낮춘다는 점이다. 대학원생 남성 오카다씨(25)는 연애를 하려면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애에 있어 상대방의 요구치가 높아진 느낌”이라며 “나 자신도 꾸며야 하고, 상대방에 걸맞은 직업이나 조건이 필요한 것 같은데 피곤하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중국 여성 빈빈씨(38)는 “중국은 여전히 남성 중심 사회이고, 남성이 여성보다 다소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며 “요즘 중국 여성들도 외모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다들 살을 빼려고 한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남성이 집을 마련하고 사랑을 돈과 선물로 표현하는 문화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상하이에 사는 남성 왕하오위씨(30, 가명)는 “많은 경우 어느 정도 외모와 몸매를 갖춘 여성일수록 남성에게 학력, 외모, 키, 집안, 정서적 배려 등 많은 걸 요구한다”며 “게다가 요즘은 여성이 많은 차이리(결혼 예물)를 요구하는 게 관행처럼 됐다”고 말했다. 왕씨는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저 자신에게도, 상대 여성에게도 책임 있는 사람이고 싶다”며 심리적 부담이 크다는 점을 밝혔다.

“부모 노후까지 묻는다”…등급 매겨지는 사랑

일러스트 NEWS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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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연애 상대의 조건을 따지는 문화가 퍼지면서 소개팅에서 ‘스펙’을 따지거나 결혼정보회사에서 정하는 ‘등급’을 정해주는 모습이 일상화됐다. 아파트 거주 여부를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는 2030 전용 소개팅까지 등장할 정도다. 통계적으로도 소위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선호하는 비율(미혼 청년)이 50.2%에 달하지만 실제로 이 방식으로 만나는 비율은 20.6%에 불과했다. 실제 만나는 경로 중 비율은 지인 소개(23.4%), 자연스러운 만남(20.6%), 학교·직장(20.4%) 순으로 나타났다.

다수의 소개팅을 주선해본 경험이 있는 30대 남성 B씨는 “남녀 불문하고 조건을 더 우선시하는 사람들은 소개팅을 선호한다”며 외모, 직업, 취미, 이상형, 출신 학교 등을 기본 조건으로 교환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주변의 시선 등 고려할 게 많은 ‘자만추’는 사실상 전멸”이라며 “소개팅은 깔끔하지 않나. 적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연애를 할 수 있는 가장 편하고 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1년 이용 비용 약 400만원을 내고 결혼정보회사 서비스를 신청한 직장인 김모씨(35)는 총 6등급 중 아래에서 두 번째 등급에 배정됐다. 명목상 ‘등급은 없다’는 것이 결혼정보회사의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지불하는 금액에 따라 상대의 조건이 결정된다. 최고 등급에 들기 위해서는 연 100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김씨는 “소득에 집안 재산은 물론이고 부모님 노후 대비까지 꼼꼼하게 물었다”며 “아래에서 두 번째 등급이라는 게 썩 기분 좋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정보회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현재 업무 환경상 이성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졌다”며 “자만추가 저한테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년들이 처한 구조적 여건이 서로에게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하는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학자인 김조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요즘 세대는 제대로 된 사람을 못 만나면 인생이 망한다는 불안 심리가 크다. 연애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졌다”며 “그러다 보니 연애를 미루기도 하고, 신분이 보장되거나 조건이 확실한 연애를 추구하는 성향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만나고 헤어지는 자체에 대해 청년들이 피로를 많이 느낀다”며 “연애를 하려면 상대에게 에너지를 쏟을 감정적인 자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먼저 내 생활이 풍족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한국·미국·스페인 ±2.1%포인트, 일본·중국 ±3.1%포인트다. 성별·연령·혼인 여부 등으로 나눈 하위 집단 비교는 표본이 작아 오차범위가 5~10%포인트까지 커질 수 있다. 또한 이번 조사는 이성 간 연애를 전제로 설계돼, 성소수자 청년 등의 연애 경험은 반영돼 있지 않다.
※ 본 기사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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