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라졌다…한국 청년 ‘연애 무관심’ 세계 최고 수준



주간경향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2024년 5월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 연인이 파란 하늘 아래를 걷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사랑이 사라졌다…한국 청년 ‘연애 무관심’ 세계 최고 수준

입력 2026.08.03 06:00

수정 2026.08.03 09:06

펼치기/접기

[무연애사회] 5개국 8242명 첫 비교조사…한국 청년 연애관, 데이터로 확인

2024년 5월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 연인이 파란 하늘 아래를 걷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24년 5월 2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 연인이 파란 하늘 아래를 걷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금의 삶도 만족스러워서 굳이 연애할 필요성을 못 느껴요. 그런데 연애를 안 해봤다는 말을 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냥 남자친구가 있다고 거짓말한 적도 있어요.”

대학생 이수연씨(가명·22)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자주 연락했던 사람은 있었지만, 집착으로 느껴진 뒤부터는 연애할 마음이 사라졌다. 그런 수연씨에게 연애를 당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는 “돈과 시간을 써가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꾸준히 연락하는 과정이 귀찮다”며 “친구들과 취미생활을 하는 지금 삶이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삶에서 연애가 사라지고 있다. 단순히 연애 경험이 없는 청년들이 늘어난 정도가 아니다. 한국 청년들, 특히 여성 청년들의 연애에 대한 관심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 청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주간경향은 세계 5개국 여론조사를 통해 한국 청년들의 연애관을 다른 나라 청년들과 비교해봤다. 세계 5개국 청년들의 연애관을 데이터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간경향은 한국·중국·일본·미국·스페인 등 5개국, 총 824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했다. 일본·중국 조사는 지식컨텐츠 스타트업 언더스코어가 의뢰해 2026년 7월 데이터스프링코리아가, 한국·미국·스페인 조사는 KDIS 김조은 교수 연구팀이 의뢰해 2024년 5월 퀄트릭스가 실시했다. 분석에 활용한 설문 문항 및 분석 방식은 5개국 모두 동일하다. 집계 결과를 심층 분석하기 위해 한·중·일 청년들은 별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모솔’ 많은 한·중·일

넷플릭스 시리즈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한국 청년들의 특징 중 하나는 연애 경험이 없는, 소위 ‘모솔’(모태솔로)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연애 경험이 전무한 한국 20대 청년(미혼) 비율은 27.5%(남성 31.9%·여성 24.9%)로 여론조사 실시 5개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일본이 41.7%로 가장 높았고, 중국 21.5%, 미국 16.8%, 스페인 7.9% 순이다. 한국 20대 4명 중 1명은 비연애 경험자인 셈이다. 한·중·일 세 나라 모두 서구권 두 나라보다 높아 동아시아적인 특징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한·중·일에서 한 번도 연애하지 않은 청년의 특징은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먼저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들에 비해 실업 여부와 연애 경험의 연관성이 가장 컸고, ‘자신의 계층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등이 연애 경험 유무와 높은 관련성을 보였다.

대표적인 지표가 고용 상태다. 연애 경험이 없는 집단과 있는 집단 사이의 ‘실업’(구직 중+구직단념) 비율 격차를 국가별로 비교한 결과, 한국의 연애 경험 없는 청년(18~39세·이하 청년 기준 동일)의 38.5%가 실업 상태로 나타났다. 반면 연애 경험이 있는 청년의 실업률은 12.9%였다. 두 집단 간 실업률 격차(25.6%포인트)는 스페인의 5.6배, 중국과 미국의 2배였다.

현재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남성 이모씨(28)는 주간경향과 인터뷰에서 “취업 준비 중이라 연애를 하기에는 시기가 애매하다”며 “에너지는 한정적인데 내가 무엇을 더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연애를 하느냐, 안 하느냐가 나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애를 해본 적 없다는 대학교 2학년인 여성 김모씨(22)도 “연애를 안 한다기보다 못 하는 것에 가깝다”며 “학업과 진로 고민만으로도 벅차 연애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간 취업 준비에 몰두하는 과정 자체가 연애 시장에서의 매력도를 떨어뜨려 관계 형성이 더 어려워졌을 가능성도 있다.

AI 생성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소위 ‘수저론’이라고 불리는 계급 인식도 연애 경험 유무와 높은 관련성을 보였다. 한국 청년들은 ‘어린 시절 가족이 어느 계층에 속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연애 경험 없음’ 그룹 평균이 5.16점(10점이 가장 상층·1점이 가장 하층)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연애 경험 있음’ 그룹(6.47점)보다 1.31점 낮은 수치였다. 한국은 미국과 함께 이 격차가 5개국 중 가장 컸다. ‘자신이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났느냐’에 대한 인식이 연애 경험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하지만 자라온 집안의 형편보다는 ‘지금 스스로를 어떤 처지로 보고 있는지’가 연애 경험을 갈랐다. 연애 경험이 없는 일본 대학원생 오카다씨(25)는 “수입이 안정적이면 더 적극적으로 연애 상대를 찾을 것 같다”며 “일본에서는 각 소득에 맞는 상대를 만나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대한 인식이 연애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사례다. 인터뷰에서 일본 청년들은 또 코로나19 유행 이후 혼자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굳이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중국은 자가 보유 여부 등 경제 상황이 연애 경험 유무와 관련성이 높았다. 중국은 연애 경험이 있는 청년의 47.5%가 자가를 보유한 반면 연애 경험이 없는 청년은 22.7%만이 자가를 보유하고 있었다. 중국의 ‘유방유차’(有房有车·집과 차가 있어야 결혼) 문화가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중국 상하이에 거주하는 왕하오위씨(30·가명)는 “맞선 방식으로 상대를 찾는다면 집안 배경, 소득 같은 조건의 비중이 훨씬 커진다”며 “저 역시 상대에게 경제 조건으로 평가받는 걸 전적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일 야근하는데 누가 연애할 마음이 있겠느냐”며 “집에 오면 휴대전화만 보다 자고 싶다”고 말했다.

연애 무관심도 세계 최고 ‘한국’

연애 무관심도. 주간경향 자료

연애 무관심도. 주간경향 자료

한국 청년 여성(연애 중이 아닌 미혼 18~39세)들은 무려 10명 중 6명(60.8%)이 ‘연애에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5개국 남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 청년 남성들의 무관심 비율도 47.7%로 높은 편에 속했다. 연애 무관심도를 국가별로 보면 한국 55.4%, 일본 54.2%, 미국 35.8%, 스페인 29.2%, 중국 24.7% 순으로 나타났다. 일본도 무관심도가 높은 편이지만 남성 52.1%, 여성 57.2% 모두 ‘연애에 관심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높아 남녀 간 격차가 크지 않았다.

같은 무관심이라고 하더라도 성격은 달랐다. 한국에서 여성은 연애를 경험한 후 굳이 다시 연애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남성은 애초에 연애 경험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연애 무관심 청년 중 연애 경험이 없는 비율이 여성은 48.1%, 남성은 70.9%로 나타났다. 실제 인터뷰에서도 한국 여성들은 “자기계발이나 취미생활이 더 즐겁다”, “이미 가족과 친구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굳이 찾아다니며 연애하고 싶지는 않다”는 응답이 반복적으로 나온 반면 남성들은 취업 준비나 경제적 부담을 먼저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에서 연애에 무관심한 청년들은 공통적으로 저소득, 자신의 경쟁력에 대한 저평가가 관찰됐다. 한국 청년을 소득순으로 4등분해보면 소득 하위 25% 구간의 무관심 비율은 66.2%인 반면 상위 25% 구간은 37.5%에 그쳤다. 소득이 낮을수록 연애에 무관심하다고 답하는 비율이 뚜렷하게 높았다.

또 연애 무관심층은 성격, 외모, 경제력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자신을 낮게 평가했다. 5점 만점 기준 성격 경쟁력 자가평가 점수는 연애 관심층이 3.39점, 무관심층이 3.04점이었고, 외모(2.95점 대 2.64점)·경제력(2.74점 대 2.43점)도 마찬가지로 무관심층이 낮았다. 대학생 김모씨(22)도 “연애를 안 한다고 하면 궁금하게 여기는 분위기 때문에 괜히 내가 좀 하자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연애 무관심층이 소득도 낮고 스스로의 매력에 대한 평가도 낮다는 점은 이들이 처음부터 연애에 무심했다기보다 조건이 부족해 연애 시장에서 밀려난 상태를 ‘관심 없다’는 말로 표현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즉 상당수는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 하는’ 상태에 가까울 수 있는 셈이다.

연애 관심 없어도 행복할 수 있을까

연애 관심 유무에 따른 행복도 격차. 주간경향 자료

연애 관심 유무에 따른 행복도 격차. 주간경향 자료

5개국 청년들은 대체로 연애에 관심이 있을수록 행복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연애 무관심층이더라도 연애 관심층보다 행복도가 높거나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스페인 남성은 ‘연애에 관심 없다’고 답한 사람의 행복도가 6.62점, ‘관심 있다’고 답한 사람은 6.20점(10점 만점)이었다. 미국 남성과 스페인 여성도 ‘연애에 관심 없다’고 답한 사람의 행복도가 ‘관심 있다’고 답한 사람과 비슷했다.

연애에 관심이 없어도 행복한 삶은 어떤 경우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주간경향은 이번 조사 대상국 외에도 서구권인 프랑스 청년들을 추가 인터뷰했다. 인터뷰에서 프랑스 청년들은 연애를 하지 않는 삶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들은 연애를 안 하는 것이 젊은 세대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계 가구회사에 다니는 프랑스 여성 라우씨(29)도 태어나서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 없지만 지금 삶에 대해 “완전히 괜찮다”고 답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가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제가 원하는 대로 정확히 시간을 쓰는 게 좋다”며 “연애를 안 하는 건 100% 제 선택”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랑스 여성 위에위에씨(26)도 “연애에 관심도 없고 찾을 생각도 없다”며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코랄리씨(26)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고, 여행을 다니고, 콘서트도 많이 다니면서 인생을 정말 즐기고 있다”며 “부족한 마지막 한 점은 제가 아직 발견해야 할 게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한국·미국·스페인 ±2.1%포인트, 일본·중국 ±3.1%포인트다. 성별·연령·혼인 여부 등으로 나눈 하위 집단 비교는 표본이 작아 오차범위가 5~10%포인트까지 커질 수 있다. 또한 이번 조사는 이성 간 연애를 전제로 설계돼, 성소수자 청년 등의 연애 경험은 반영돼 있지 않다.
※ 본 기사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사랑이 사라졌다…한국 청년 ‘연애 무관심’ 세계 최고 수준
사랑이 사라졌다…한국 청년 ‘연애 무관심’ 세계 최고 수준
  • 주요 기사
    • 많이 본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