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칼럼] 데이터보다 헬스장 형의 조언을 더 믿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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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칼럼] 데이터보다 헬스장 형의 조언을 더 믿는 이유

입력 2026.08.01 06:00

수정 2026.08.0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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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국현 과학기술평론가
오젬픽 제품 이미지. Unsplash의 David Trinks

오젬픽 제품 이미지. Unsplash의 David Trinks

필수 아미노산이라는 말은 누구의 귀에나 익다. 몸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지 않으니 먹어야 해서다. 생명을 만들어내는 단백질은 이들 아미노산이 결합해 만들어진다. 우리 세포들은 흡수된 아미노산을 마지 레고 블록을 이어 붙이듯 단백질로 만든다. 그 과정에서 2개 이상의 아미노산이 이어진 그 부분을 펩타이드라고 부르는데, 만약 누가 초벌 조립을 미리 해준다면 단백질을 만들기가 쉬워진다.

콜라겐 단백질 전체는 분자 구조가 너무 커 흡수하기 힘들고, 아미노산 하나하나는 너무 원자재 느낌이라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아미노산 몇개가 이어 붙은 펩타이드라면 체내 흡수가 쉬우면서도 우리 몸이 이걸 가지고 뭘 해야 하는지 알아차리기가 쉽다. 피부에 콜라겐 펩타이드를 발라 흡수시키면 우리 몸이 알아서 ‘어, 콜라겐이 조각났나?’ 하고 콜라겐을 만들어버리는 식이다.

가장 유명한 펩타이드로는 GLP-1, 즉 오젬픽이나 위고비와 같은 비만치료제가 있다. P가 펩타이드의 P다. 우리는 배가 부르면 장에서 GLP-1이 분비돼 ‘그만 좀 먹어. 그리고 혈당 오르니 인슐린 분비해’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되는 이들에게 인공적인 펩타이드를 주입해 그 메시지를 보낸다.

근래 인기 급성장 중인 펩타이드로 BPC-157이라는 것이 있다. 부상 회복 속도가 <엑스맨>의 울버린 급이 된다는 풍문 덕분에 ‘울버린 펩타이드’라 불린다. 근육 재생에 좋다며 운동 좀 한다는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지만, 아직 인체 임상 근거는 부족한 회색지대다. 회색지대는 회색시장을 만든다. 펩타이드 또한 결국 분자이니 연구용·실험용 화합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 공급망에서 또한 중국이 활약한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바이오 해킹, 해시태그 ‘#biohack’으로 다양한 펩타이드에 대한 간증이 흘러넘친다. 브로사이언스(Broscience)라는 말도 있다. 과학적 임상 데이터가 아닌 온라인이나 헬스장 형씨(bro)의 경험 및 일화를 더 믿는다는 말이다. 체중 감량 펩타이드를 먹으면 근육량이 감소하는데, 이를 다시 재생 효과가 뛰어나다는 여러 펩타이드를 쌓아 올리듯 혼합 투여하는 스태킹(Stacking) 기법으로 벌충한다. 정말 각자의 몸을 해킹하고 있다.

그중 어떤 성분은 암세포가 증식하는 데 도움을 주고 만다며 그 기전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효험을 봤다는 ‘브로’들의 열정이 이를 압도한다.

원래 실리콘밸리 테크 브로로부터 시작한 바이오 해킹 트렌드는 지금 미국 전역으로 파급 중이다. 미 보건복지부 장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주도로 펩타이드 및 각종 건강기능식품 관련 규제 완화를 본격화하려 하고 있어서다. 백신 음모론자 장관이 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미국을 다시 건강하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웰빙 선동가들에게 휘둘린다는 비판도 있지만, 결국 FDA 자문위원회는 6종의 펩타이드에 대해 약국에서 조제 가능한 약물 목록에 포함하도록 권고했다.

대개의 국가에서 헌법으로 보호받는 신체와 삶에 대한 자기 결정권 덕에 내 몸에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이들을 막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는 중병에 걸린 절실함에 대체 치료나 민간요법에 빠졌다. 최신 트렌드는 더 건강해지고자 나름 각자 몸을 해킹하려 든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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