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를 테러리스트로, 건설노동자를 마약사범으로…졸지에 범죄자가 된 ICE 희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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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를 테러리스트로, 건설노동자를 마약사범으로…졸지에 범죄자가 된 ICE 희생자들

입력 2026.07.31 13:28

수정 2026.07.31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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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의 끊임없는 과잉 단속의 역풍…요원들 자질도 도마 위에

지난 7월 1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사망한 멕시코 운전자 로렌소 살가도 아라우호를 추모하는 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촛불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7월 1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사망한 멕시코 운전자 로렌소 살가도 아라우호를 추모하는 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촛불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오늘은 알렉스가 세상을 떠난 지 6개월이 되는 날입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고, 사과하지도 않았고, 정부 관계자나 병원 직원, 경찰로부터 단 한 통의 전화도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7월 24일(현지시간) 수잔 프레티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손편지에서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힘이 없다는 걸 알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며 이같이 적었다. 그는 지난 1월 24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에 맞아 숨진 미국 시민 알렉스 프레티의 모친이다.

알렉스는 재향군인 병원 중환자실에서 참전용사들을 돌보던 간호사였다. 그는 앞서 ICE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또 다른 미국인 르네 굿의 죽음 이후 거세진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ICE 총에 맞아 숨졌다. 그의 죽음이 알려지며 공분이 일자, 국토안보부(DHS)는 알렉스가 소지했던 총 사진을 공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DHS는 그가 총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그를 ‘테러리스트’로 몰아갔다. 알렉스가 총기를 꺼내지도 않았다는 사실과 ICE 요원들이 알렉스의 총을 압수한 후 그를 향해 여러 차례 발포했다는 사실이 이후 영상 증거에서 드러났다.

수잔은 지난 6개월이 고통과 트라우마가 롤러코스터처럼 반복되는 시간이었다고 적었다. 실제로 그랬다.

프레티 사건 이후 6개월 사이 ICE 총격으로 2명의 희생자가 목숨을 잃었다. 지난 7월 7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는 멕시코 국적의 로렌소 살가도 아라우호(56)가, 13일에는 메인주 비드퍼드에서 콜롬비아 국적의 호안 세바스티안 두란 게레로(25)가 각각 숨졌다.

두 사건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희생자들은 애초에 ICE 단속 작전의 대상자가 아니었고, 합법적으로 체류 중이거나 체류 허가를 취득하는 과정에 있었다. ICE는 총기 사용의 근거로 희생자들이 차량으로 요원을 들이받으려 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에 있던 요원들이 보디캠을 착용하지 않아 이를 뒷받침할 영상 증거는 없었다.

간호사를 테러리스트로, 건설노동자를 마약사범으로

연방 정부는 알렉스를 테러리스트로 몰았던 것처럼, 아라우호를 마약사범으로 몰아갔다. 아라우호 사망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FBI는 그의 차량에서 불법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질을 발견했다며 법원에 차량 수색영장을 신청했다. 영장 신청서에는 차량에서 흰색 결정체로 보이는 물질이 담긴 비닐봉지가 발견됐고, 포장과 외관이 메스암페타민과 유사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FBI의 영장 신청서가 공개된 경위와 의도에 의심의 눈초리가 잇따랐다. 불리한 국면을 여론몰이로 돌파하려 했던 연방당국의 전적 때문이었다. 지난 7월 24일 미 의회 히스패닉 의원 모임인 히스패닉 코커스(CHC)가 연 아라우호 사건 청문회에서 숀 티어 해리스 카운티 지방검사는 “영장이 발부된 당일 바로 공개되는 일은 20년 검사 생활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작 사건의 핵심 쟁점인 차량 충돌 경위에 대해 FBI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방검찰청은 사고 발생 전 15초간의 조향, 속도, 제동 기록 등 차량 충돌 데이터나 차량 외부를 만진 사람을 확인할 DNA 검사를 FBI가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다.

검사 결과 마약은 검출되지 않았다. FBI가 지목한 흰색 가루는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수분 보충을 위해 물에 타 먹는 전해질 음료 분말이었는데, 이는 아라우호의 아내가 현장 동료들과 나눠먹으라고 챙겨준 것이었다. 유족 측 변호사 데이비드 도나티는 “정부는 발부받은 수색 영장을 공개하는 이례적 조치를 취하며, 진실보다는 왜곡에 관심이 더 있음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메인주 비드퍼드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게 총격당해 숨진 콜롬비아 국적의 호안 세바스티안 두란 게레로를 위한 추모공간을 지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메인주 비드퍼드에서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에게 총격당해 숨진 콜롬비아 국적의 호안 세바스티안 두란 게레로를 위한 추모공간을 지키고 있다. AFP연합뉴스

ICE 요원 자질 논란 불붙어

게레로에게 총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진 ICE 요원 데이비드 브루일렛을 둘러싸고는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그의 전처 애슐리 브루일렛은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데이비드가 게레로에게 총을 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전하면서, 과거 자신에게 끓는 물을 붓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반복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전처인 루신다 브루일렛 역시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당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는 대규모 이민 단속을 앞두고 ICE가 수천명 단위로 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한 지난 9월 이후 신규 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양극성 장애, 주의력 결핍 장애 진단을 받았고, 군 제대 후 소방관 훈련 중 발생한 뇌진탕 사고로 기억력 및 인지기능 저하, 두통과 현기증 등을 겪어왔다. 그의 가족은 “아프가니스탄 파병 생활이 그를 망가뜨렸다. 군대가 극심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사람을 살인 기계로 만들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이번 총격 사건 이후 논란을 의식한 듯, 전처에게 연락해 학대 피해 등을 공론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과정에서 게레로 사살 사실을 인정했다.

ICE “차량 검문 중단”, 트럼프 “계속해라”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ICE는 한때 차량 검문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국경 차르 톰 호먼은 “차량 검문 관련 교육 과정이 상당히 광범위하다”며 중단 경위를 설명했다. 이 발표 12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ICE의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범죄 퇴치 수단 중 하나인 차량 검문을 절대 포기해선 안 된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방침이 하루 만에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고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프레티 사망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연방 당국은 사건 발생 6개월 후인 지난 7월 13일에서야 관련 증거 자료를 헤너핀 카운티 검찰에 넘겼다. 아라우호 사망을 수사 중인 휴스턴 검찰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연방당국으로부터 자료를 전달받지 못해 작전에 참여한 ICE 요원의 신원이나 발포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국토안보부가 주장한 ‘차량이 요원을 치려 했다’는 내용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알렉스가 숨진 미니애폴리스 니콜렛 애비뉴에는 계절이 2번 바뀌는 동안에도 그를 추모하는 꽃과 리본, 사진과 팻말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휴스턴과 비드퍼드에서도 애도의 발길이 이어지는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자 강제추방 기조의 고삐를 더 강하게 죄고 있다. 거리의 단속에서 나아가, 공항에서 비자 만료를 문제 삼아 영주권 신청자와 취업비자 연장 대기자까지 체포하는 그물망 단속을 벌이고 있다. ICE의 과잉 단속이 끊이지 않으면서 미국 전역으로 애꿎은 희생을 애도하는 촛불이 하나둘 퍼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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