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미야케 가호 지음·서영찬 옮김·동아시아·1만8000원
책은 일본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한 장면에서 출발한다. 남자 주인공인 영업사원 무기는 야근 후 게임은 하지만 취직 전 즐겨 읽던 소설은 펼쳐보지도 못한다. 같은 시간을 게임에는 쓰는데 독서에는 못 쓰는 이유가 뭘까. 문예평론가인 저자는 이 모순의 간극을 일본 근대 150년의 노동사와 독서사를 오가며 한 사회의 노동이 어떻게 개인의 독서를 잠식하는지 분석한다.
저자는 노동과 책이 양립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책이 노동에 노이즈가 되는 사회”가 출현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1990년대 이후 노동자들에게 체화된 신자유주의가 책 읽기라는 비효율적인 행위를 밀어내도록 만들었다”며 “신자유주의가 컨트롤 가능한 정보만 읽는 태도를 내면화시켜 독서는 자신과 상관없는 타자의 맥락을 받아들이는 비효율적인 노이즈가 됐다”고 지적한다. 또 인터넷 발달이 가져온 노이즈 없는 정보와 자기계발 담론은 ‘무엇이 다가올지 모르는 미지를 받아들여야 하는’ 독서와 정면충돌한다. 이어 “책을 읽을 수 없게 만드는 노동 방식이 ‘보통’인 사회가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일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표현을 빌려 전신전령(全身全靈·자신이 가진 모든 체력과 능력, 정신력을 일에 전부 쏟아붓는 상태)으로 일하는 사회에서 반신(半身)으로 일하는 사회로 천천히 옮겨가자고 제안한다. 전신을 내려놓는 첫걸음은 삶의 모든 것을 일에 바쳐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머리맡 책을 한줄 더 읽는 것에서 시작한다. ‘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오명 속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 동안 책 한권도 읽지 못하는(종합독서율 38%) 한국에 더 절실한 처방이다.
식물이 바꾼 지구의 역사
라일리 블랙 지음·조정남 옮김·세종·2만1000원
식물과 지구의 동반 진화 과정을 담은 책이다. 과학적 사실에 고생물학자의 상상력을 더해 지구의 역사를 바꾼 존재가 식물이었다는 사실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복원하며 인간도 식물과 협업을 통해 탄생한 존재임을 일깨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국경의 지도책
델핀 파팽 외 지음·이수진 옮김·윌북·3만3000원
국경이라는 키워드로 국제 분쟁과 세계 질서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지정학 입문서다. 유럽의 국제 정세 전문가들과 지도 제작자가 협업해 방대한 데이터와 인포그래픽을 바탕으로 국경을 둘러싼 역사와 정치, 경제의 맥락을 정교하게 엮어낸다.
기억을 바꾸는 법
스티브 라미레스 지음·김명주 옮김·김영사·2만4800원
신경과학자인 저자가 기억을 바꾸는 것과 그 의미를 과학적·철학적으로 고찰하며 자신의 내밀한 기억을 풀어놓는다. 이를 통해 기억의 변화하는 힘 때문에 우리가 아픈 기억을 내면의 힘으로 바꾸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