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통령, 조선일보에서 딴지일보로 교체”…유시민·김어준 ‘스피커 권력’ 겨눈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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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대통령, 조선일보에서 딴지일보로 교체”…유시민·김어준 ‘스피커 권력’ 겨눈 신간

입력 2026.07.28 14:15

수정 2026.07.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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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규·공희준 대담집 <어게인의 종말> 8월 10일 출간

민주당 전당대회 한복판서 묻는 ‘당심은 누가 움직이는가’

“정청래 대표는 김어준이나 <매불쇼> 진행자인 최욱 같은 사람들의 지원만 받으면 당심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인지 당내 비주류의 의견에 귀를 닫아왔습니다. 이것이 정청래 대표가 그동안 마음 놓고 당을 독단적으로 운영해온 배경입니다.”

신인규 변호사는 정치평론가 공희준 작가와의 대담에서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 방식을 이같이 평가했다. 신 변호사는 “정 대표는 정책과 비전을 중심으로 진지한 태도로 토론하고 설득하는 데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그 대신 자신이 마치 연예인인 것처럼 행동해왔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대담을 엮은 정치비평서 <어게인의 종말―이재명 시대의 승자와 패자>에 실린 대목이다.

공희준 정치평론가, 신인규 변호사 대담집 <어게인의 종말> /잉걸북스

공희준 정치평론가, 신인규 변호사 대담집 <어게인의 종말> /잉걸북스

잉걸북스가 8월 10일 출간하는 이 책은 공 작가가 묻고 신 변호사가 답하는 형식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여권에서 떠오른 인물과 영향력을 잃어가는 인물을 분석한다. 출판사와 저자는 과거의 인물과 구호, 진영의 기억을 반복해서 소환하는 정치를 ‘어게인 정치’로 규정하고, 이를 미래의 삶을 설계하는 ‘기대의 정치’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이 출간되는 시점은 공교롭게도 민주당의 권력 지형이 요동치는 때와 겹친다. 민주당은 8월 17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지난 7월 23일 예비경선을 통과한 김민석 전 국무총리,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의원이 당 대표 자리를 놓고 본경선에서 맞붙는다. 정 전 대표의 당 운영 방식과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 유튜브 등 당 밖의 정치 스피커가 당심에 미치는 영향 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세 후보의 첫 TV토론은 7월 29일 열린다.

특히 최근 유시민 작가가 이 대통령의 중도·통합 노선을 연이어 비판하면서 민주당 전당대회는 단순한 당권 경쟁을 넘어 여권의 노선 투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두고 “필연적인 실패의 길”이라고 말한 데 이어 “아무리 품질 좋은 생선을 갖다 파는 어물전도 비린내는 나기 마련” 등의 발언으로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다.

유 작가의 발언을 바라보는 당권 주자들의 태도도 엇갈렸다. 정 전 대표가 “때로는 침묵하는 것이 더 좋을 때가 있다”며 말을 아낀 반면,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의 ‘노코멘트’를 사실상의 동조라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이재명의 길을 옹호할 것인지 유시민의 길을 옹호할 것인지”를 분명히 밝히라고 정 전 대표를 압박했다. 유시민 논란이 8·17 전당대회의 후보 간 노선 차이를 가르는 시험지가 된 셈이다.

<어게인의 종말>은 이 논쟁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책은 유 작가와 방송인 김어준씨를 ‘오래된 별들’로 분류한다. 신 변호사는 유 작가를 향해 “통합이 아니라 분열을 먹으면서 성장하고 성공해왔다”며 “반정치의 표본이자 대표주자”라고 비판한다. 유 작가의 영향력을 선거를 통해 책임을 위임받지 않은 ‘비민주적 권력’으로 규정하고, 선악 이분법과 상대 진영 악마화가 정치적 영향력의 기반이 됐다고 주장한다.

방송인 김어준씨에 대한 평가 역시 직설적이다. 공 작가는 한국에는 선거로 뽑히고 임기가 끝나면 교체되는 ‘낮의 대통령’과 선출되지도, 책임지지도, 교체되지도 않는 ‘밤의 대통령’이 따로 있다며 “밤의 대통령이 ‘조선일보’에서 ‘딴지일보’로 교체됐다”고 말한다. 책은 김씨가 민주당 정치인과 당원들의 의사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그 결과에는 공식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확증편향과 진영 감정을 사업화하고, 시민의 숙고보다 분노와 세 결집을 부추겼다는 것이 저자들의 평가다.

정 전 대표를 비판하는 대목은 이러한 ‘스피커 권력’ 분석의 연장선에 있다. 저자들은 정 전 대표가 정책과 비전으로 당원들을 설득하기보다 김어준씨와 최욱씨 등 친민주당 성향 방송 진행자들의 지지에 기대 당내 권력을 유지해왔다고 본다. 공 작가는 지방선거 기간 정 전 대표가 수행원들과 음식점에서 면발을 길게 들어 올린 장면을 ‘면발 열병식’이라고 이름 붙였다. 정책 경쟁보다 지도자의 인기를 과시하고 지지층의 충성을 확인하는 정치라는 풍자다.

책이 비판만 늘어놓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김민석 전 총리, 송영길 의원을 ‘실용과 포용의 시대’를 열 가능성이 있는 인물로 평가한다. 강 실장은 불편한 의견도 듣는 소통 능력, 김 전 총리는 오랜 정치적 부침을 견딘 복원력과 실용주의, 송 의원은 정치 경력이 길어져도 새로운 정책과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성장형 정치인’이라는 점을 높이 산다.

이언주·김상욱 의원은 기존 진영 구분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뉴이재명’ 정치인으로 소개한다.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김용남·하정우·정원오 후보의 사례도 복기한다. 특히 평택을 재선거에서 김용남 후보가 사실상 민주당의 조직적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정청래 지도부의 당 운영과 공천 이후 지원 체계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책의 핵심 질문은 ‘누가 다음 권력자가 될 것인가’보다는 ‘어떤 방식의 정치가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가깝다. 저자들은 당원과 팬덤의 열광만으로 유지되는 ‘당심 정치’를 넘어 일반 시민의 요구를 반영하는 ‘민심 100% 정치’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시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AI 거버넌스’, 정치 인재를 교육·훈련·양성·검증하는 ETIV(교육·훈련·양성·검증) 시스템도 대안으로 제시한다.

최근 민주당 내부 논쟁은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을 더욱 현실적으로 만든다. 이재명 대통령의 중도 확장 노선과 유시민 작가가 대변하는 전통적 지지층의 문제 제기, 정청래 전 대표의 당원 중심 노선, 김민석·송영길 후보의 ‘당·청 관계 정상화’ 주장이 전당대회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최고위원 본경선도 친이재명계 5명과 친정청래계 3명의 대결 구도로 분류될 만큼 당내 권력 재편의 성격이 뚜렷하다.

<어게인의 종말>은 특정 정치인을 칭찬하거나 공격하는 인물평 모음에 머물지 않는다. 유시민과 김어준, 정청래를 둘러싼 논쟁을 통해 민주당의 의사결정권이 선출된 지도부와 당원에게 있는지, 아니면 대형 유튜브 방송과 팬덤의 영향력 아래 있는지를 묻는다. 동시에 이재명 시대의 정치는 과거 진영의 전투를 반복해야 하는지, 실용과 포용을 앞세워 새로운 지지층으로 확장해야 하는지를 독자에게 판단하도록 요구한다.

신 변호사는 국민의힘 대변인단에서 활동하다 윤석열 정권을 비판하며 2023년 탈당했고, 현재 ‘정당바로세우기’ 대표를 맡고 있다. 앞서 <보수의 종말>을 펴냈다. 공 작가는 ‘강남좌파’ ‘먹고사니즘’ ‘박통진리교’ 등의 표현을 만들어낸 정치평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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