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사건의 결과를 놓고 ‘예, 아니오’로 판돈 걸어
강원경찰청, 국내 이용자들 도박 혐의로 입건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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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들을 겨냥한 경찰의 소환 통보가 시작됐다. 글로벌 예측시장에 돈을 넣고 지분을 거래해온 이들이 형법상 도박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된 것이다.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 이야기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폴리마켓에는 ‘이번 선거에서 A후보가 당선될까’처럼 결과가 정해지지 않은 사건마다 시장이 열린다. 이용자는 ‘예’와 ‘아니오’ 중 한쪽을 골라 표를 산다. 표 1장은 예측이 맞으면 1달러를 주고 틀리면 한푼도 주지 않는다. ‘예’ 1장을 0.7달러에 샀다면,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질 때 1달러를 받아 0.3달러를 벌고 빗나가면 0.7달러를 통째로 잃는 식이다. 그래서 ‘예’ 표의 값 70센트는 시장이 그 사건을 70% 확률로 본다는 뜻으로 읽힌다.
문제는 이 표를 사는 데 현금이 아니라 가상자산이 쓰인다는 점이다. 이용자는 국내 원화 거래소에서 코인을 산 뒤 해외 거래소를 거쳐 스테이블코인(달러 등에 가치를 고정한 코인)으로 바꾸고, 이를 개인 지갑에 옮겨 폴리마켓에 넣는다. 국경도, 신분 확인도 사실상 건너뛰는 경로다. 지난 6·3 지방선거 때 폴리마켓은 광역단체장 16곳 중 14곳의 당선자를 맞혔고, 서울시장 선거 예측 시장 한 곳에만 7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이 오갔다. 정교한 집단지성이라는 찬사와 돈이 몰린 확률이 여론을 왜곡한다는 우려가 함께 따라붙는다. 2020년 문을 연 폴리마켓은 지금도 1만~2만개 시장이 돌아가는 세계 최대 예측시장 플랫폼이지만, 정작 국내 이용자 규모는 당국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 시장을 겨눈 두 갈래 절차가 동시에 굴러가고 있다. 한쪽에선 강원경찰청 사이버수사과가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사건을 배당받아 이용자들을 도박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다른 쪽에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방미심위)가 접속 차단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경찰청과 도박·복권 등을 감독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심의를 신청한 이 건에 대해 방미심위는 지난 7월 6일 회의에서 위원 전원 의견으로 폴리마켓에 ‘의견진술 기회 부여’를 의결했다. 사업자 소명을 듣는 절차는 8월 중순쯤 예정돼 있다. 방미심위는 이 진술을 들은 뒤 사행성 여부를 가리는 본격 심의를 거쳐 접속 차단을 뜻하는 시정요구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아직 위법 결론이 난 단계는 아니라는 얘기다.
수사와 심의가 동시에 굴러가면서 이 시장은 국내 이용자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문제는 이 서비스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다. 분산된 판단을 가격으로 집계하는 금융·정보 상품인가, 통제할 수 없는 사건에 재물을 거는 도박인가. 답에 따라 이용자는 투자자가 되기도,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경찰도, 심의기관도 ‘도박’으로 기운다
강원경찰청 전경. 강원경찰청 제공
지금까지 저울은 한쪽으로 쏠려 있다. 피의자 조사에 입회한 안창보 변호사는 “경찰은 이게 도박이 된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 같다”며 “이 전제 아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수준으로 조사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강원경찰청 수사 관계자는 “베팅 주제 자체가 개인이 100%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거래가 우연성에 기한 것인지는 결국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법리의 분수령은 이 ‘우연성’이다. 대법원은 ‘내기 골프’ 판결(2006도736)에서 당사자의 기량과 노력이 개입해도 스스로 지배할 수 없는 우연적 사정이 승패를 좌우하면 도박이 성립한다고 봤다. 이 판례를 들이대면 정보를 모아 예측한 투자라는 이용자들의 반론은 대부분 배척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안 변호사의 판단이다.
역설적이게도 가상자산의 투명성이 수사의 단서가 된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거래는 지갑 주소별 입출금 기록이 장부처럼 공개되는데(이른바 ‘온체인’ 내역), 원화 거래소에서 빠져나간 자금을 이 기록을 따라 되짚으면 최종 이용자를 특정할 수 있다. 안 변호사는 “온체인 내역이 워낙 투명해 부인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며, 수사기관이 범죄일람표를 제시하며 조사했다고 전했다.
다만 입건 기준은 뚜렷하지 않다. 안 변호사는 상담이 잇따르는 것으로 미뤄 “입건이 세 자릿수까지는 아니어도 생각보다 규모가 있다”고 추정했다. 아직 기소된 사례는 없고, 실형보다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칠 것으로 그는 봤다. 다만 소액이라도 수백회씩 빈번하게 거래했거나 거액을 넣은 경우 상습도박죄로 처벌이 무거워지고, 적중해 번 돈은 몰수·추징될 수 있다.
방미심위 회의록을 보면 유관기관들도 같은 쪽에 섰다. 경찰청은 이 플랫폼이 도박죄의 요건을 모두 갖췄고, 운영자가 시장을 열고 규칙을 정해 관리한다는 점에서 도박장소 개설죄까지 물을 수 있다고 봤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사무처도 각각 형법상 도박이나 사행행위·국민체육진흥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용자가 넣은 코인이 플랫폼 안에서 전용 화폐로 바뀌어 베팅에 쓰이고 다시 코인으로 바꿔 인출되는, 카지노 칩과 닮은 구조도 근거로 꼽혔다. 폴리마켓의 해외 운영 법인인 어드벤처원QSS는 국내 사행행위규제법상 허가나 국민체육진흥법상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발행 승인 등 베팅 영업을 위한 공식 라이선스를 취득한 적이 없다.
미국 제한적 허용, 프랑스·호주는 불허
이용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한다. 안 변호사는 “입건된 분들 열에 아홉은 도박인지 몰랐다고 말한다”며 “나름대로 공부해 예측한 투자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실제로 예측시장에는 단순한 도박과 다르다고 주장할 만한 두 가지 순기능이 거론된다.
하나는 ‘가격 발견’ 기능이다. 여러 사람이 저마다 돈을 걸고 내놓은 판단이 가격으로 모이면, 때로는 여론조사보다 정확한 확률이 나온다. 6·3 지방선거에서 폴리마켓이 광역단체장 16곳 중 14곳을 맞힌 것이 그 사례로 꼽힌다. 다른 하나는 ‘헤지(위험 회피)’ 기능이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손해를 볼 사람이 그 사건에 미리 반대로 돈을 걸어두면, 실제로 일이 터졌을 때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폭염이 오면 매출이 줄어드는 사업자가 ‘폭염이 온다’는 쪽에 걸어 보험처럼 쓰는 식이다.
이런 논리로 미국은 예측시장 일부를 제도권 금융으로 받아들였다. 다만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쪽은 폴리마켓이 아니라 칼시(Kalshi)다. 칼시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정식 거래소인 ‘지정계약시장(DCM)’ 자격을 받아 실명 확인과 자금세탁 방지, 거래 내역 제출 의무를 진다. 반면 규제 밖에서 출발한 폴리마켓은 2022년 CFTC로부터 미등록 파생상품 거래를 이유로 벌금을 물고 미국 내 서비스가 중단됐고, 지금은 합법화 절차를 밟아 재진입을 추진하는 단계여서 ‘미국에서 합법’이라 단정하기 어렵다. 다른 나라는 더 단호하다. 프랑스(2024년)와 호주(2025년), 독일(지난해 9월)은 폴리마켓을 불법 베팅으로 보고 접속을 막았다.
강원랜드 카지노 입구. 강원랜드 제공
반대편 논리는 더 단순하고 강력하다. 첫째는 우연성이다. 아무리 공부하고 분석해도 선거나 특정 스포츠 경기 결과 등은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인데, 그 결과에 돈을 걸어 따고 잃는다면 본질은 도박이라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 파생상품으로 인정받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자본시장법이 파생상품의 바탕이 되는 기초자산을 통화, 실물상품, 지수 등으로 한정하고 있어 정치인 당선 여부나 강수량 같은 대상은 애초에 그 요건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헤지 기능이 있다는 반론에도 그는 “지지자들의 주된 논거인 건 맞지만, 결국 맞거나 틀리거나 둘 중 하나인 ‘모 아니면 도’ 구조여서 실제로 이 시장에서 헤지 목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의 비중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위험 회피용으로 쓰는 이는 소수고, 대다수는 결국 사행 목적으로 돈을 건다는 얘기다.
둘째, 여론 왜곡이라는 부작용도 있다. 예측시장의 가격은 ‘이만큼의 사람이 이렇게 본다’는 신호로 읽히는데, 이 신호가 거꾸로 현실을 흔들 수 있다. 거래가 적은 시장에서는 자금력 있는 소수가 한쪽에 거액을 몰아넣어 확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고, 그렇게 부풀린 대세론이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이면 예측이 스스로 결과를 만드는 왜곡이 생긴다. 실제로 방미심위 회의에서도 서울시장 선거에 몰린 베팅 액수를 두고 “참정권을 가지고 하는 것들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내엔 이런 조작을 걸러낼 장치도 마땅치 않다. 지난해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조차 이런 조건부 거래의 내부자 이용이나 시세조종을 처벌할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
막을 것인가, 허용할 것인가
어느 쪽으로 결론짓든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무작정 틀어막기보다 제도권 편입이 현실적이라고 봤다. “완벽하게 막을 자신이 있으면 막아도 되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그걸 못 한다”는 것이다. 접속을 차단해도 VPN과 스테이블코인으로 우회하면 세금도 못 걷고 외국 회사만 배를 불리는 만큼, 차라리 제도권에 들여 투자자 보호 규칙을 세우고 날씨·경제지표처럼 여론 왜곡이 불가능한 영역부터 열자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본 예측시장의 본질적인 여론 왜곡 위험은 그도 인정했다. 결국 사행성과 여론 조작 가능성을 통제할 장치 없이 시장부터 여는 것은 위험하다. 여기에 규율할 법 자체가 없다 보니, 지금 당국이 쥔 카드는 접근 차단과 적발 시 사후 처벌 강화 정도에 그친다. 제도권에 들인 미국조차 최근 전쟁·테러·암살 베팅만큼은 금지에 나섰듯, 거래 영역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또 다른 숙제다.
결국 예측시장을 도박으로 규율할지, 금융·정보 상품으로 포용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사회적 합의나 입법적 논의는 제대로 시작조차 못 했다. 1차 분기점은 8월 중순 방미심위의 사업자 의견진술 절차지만, 이는 접속 차단의 관문일 뿐 예측시장의 법적 지위를 정하는 자리는 아니다. 그사이 이용자는 피의자가 되고 자금은 국경 밖으로 빠져나간다. 예측시장의 성격 규정, 자금 경로와 선거 관련 계약의 통제까지 답해야 할 물음은 쌓여가는데 결정은 늦다. 폴리마켓이 던진 질문에 답할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