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재산 분할 파기환송심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이뤄진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판결에 해외 주요 언론도 주목했다.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배신 등 이들의 이혼 과정에서 드러난 뒷이야기들을 두고 ‘현실판 K 드라마’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치 K드라마처럼 돈, 로맨스, 부패, 배신 등이 얽혀 펼쳐진 10여년에 걸친 장대한 서사의 최신 챕터”라고 했다. WSJ은 1988년 두 사람의 결혼, 2015년 최 회장이 언론사에 보낸 자필 편지를 통해 혼외자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점,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을 인용한 최 회장 측의 상고이유서 등을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들 결혼생활의 시작과 끝은 마치 최고의 K드라마와 같이 펼쳐졌다”며 1988년 청와대에서 시작된 화려한 결혼생활이 10여년간의 법정분쟁까지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특히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300억원을 SK그룹에 지원한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것을 두고 “한국의 암울한 과거가 법정에 무겁게 드리워졌다”고 했다.
영국 BBC도 “대법원은 지난해 해당 비자금이 불법 취득된 것이므로 부부의 재산으로 간주할 수 없다며 이 판결을 뒤집었다”며 “이 소송은 한국 전역을 흔들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외신들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인공지능(AI) 호황으로 가치가 급등했음에도, 노 관장이 그러한 혜택은 가져가지 못했다는 점도 주목했다.
CNN은 “테크 업계 거물의 전 부인이 10년간 이어진 ‘세기의 이혼’ 소송에서 AI 붐에 따른 더 큰 몫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했다. 최 회장이 이혼을 공개한 2015년 당시 약 3만3000원이던 SK하이닉스 주가가 이후 크게 오르며 세계적인 AI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WSJ은 파기환송심에서 산정된 재산분할 액수에 대해 “어느 한쪽에도 확실한 승리를 안겨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SK 주가가 급등하기 전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됐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 역사상 가장 비싼 이혼 소송이 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한국 최대 기업 중 한 곳을 세우는 데 기여한 배우자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고 했다. 노 관장이 당초 최 회장 보유 SK 그룹 주식의 40% 이상을 요구해 SK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현금 지급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청구 내용을 변경했다고 전했다.
서울고법 가사1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4알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선고기일을 열고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원과 위자료 명목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으나 2심은 재산분할 1조3808억과 위자료 20억원으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이를 파기하면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파기환송심에선 2심보다 낮은 금액이 책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