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다는 감각’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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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다는 감각’이 그립다

입력 2026.07.22 06:00

7월 7일 한강 작가가 사내이사로 있는 서울 종로구 독립서점 ‘책방오늘’의 문에 이날까지만 영업한다는 공지가 붙었다. 문광호 기자

7월 7일 한강 작가가 사내이사로 있는 서울 종로구 독립서점 ‘책방오늘’의 문에 이날까지만 영업한다는 공지가 붙었다. 문광호 기자

2019년 겨울, <우리의 만춘>이라는 CD 앨범이 발매됐다. 이아립·강아솔·수상한 커튼, 좋아하던 가수들이 참여한 앨범이라 별다른 배경지식 없이 구매했다. 북릿을 펼쳐보니 만춘은 제주에 있는 독립서점이며, 세 가수는 만춘서점의 3주년을 기념하는 앨범을 낸 것이었다. 학창 시절 추억 한 편에 자리 잡았던 동네의 작은 서점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동네 서점에 간 것이 언제였더라.

지난해 가을 모교를 방문했다. 친분은 없는 학번 동기가 학교 주변에 서점을 냈다는 말을 듣고 근처에 간 김에 들렀다. 사장은 만나지 못했지만 작은 서점의 공기, 책 냄새가 좋았다. 평생 진보 운동을 했다는 사장의 취향 탓인가.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녹색평론이 비치돼 있어 더 고맙고 반가웠다. 책을 사면 주는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나마 안온함을 느꼈다. 그래, 작은 서점은 이런 곳이었지.

서점만일까. 어릴 적 주변에 있던 작은 공간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학교 앞 문구점, 동네 구멍가게, 동네 레코드점…. 파는 물건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물건에 대한 가게 주인의 해박함과 애정, 단골들과의 끈끈한 유대…. 그런 가게들은 대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다. 학창 시절 동네 버스 정류장 옆 레코드숍을 갈 때마다 여사장에게 신보를 추천받곤 했다. 명반 대열에 오른 동물원 1집, 유재하 1집, 빛과 소금 1·2집 LP 등은 그 사장이 권한 것들이었다.

최근 일본 영화 <산의 톰씨>를 봤다. 전형적인 힐링 영화인데, 영화 속 버스정류장 옆 문구점 사장으로 웬만한 마을 대소사를 꿰고 있을 법한 할머니가 등장한다. 할머니는 문구점에 온 아이에게 귀엣말을 건넨다. “너 수학 15점 맞았다며”, 아이가 “어떻게 알았어요?”하고 묻자, 할머니는 말한다. “너의 엄마가 알려줬어. 다음엔 50점 맞아라.” 100점이 아니라 50점이라니, 재치 있는 대사도 좋았지만 영화 속 문구점은 향수를 일깨웠다. 그러고 보니 학교 앞 문구점엔 유독 할머니·할아버지 사장이 많았다.

한강 작가의 작은 서점 ‘책방오늘’이 지난 7월 7일 8년의 영업을 뒤로하고 문을 닫았다. 한 작가는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번은 낭독회를 하는데 비가 쏟아져서 세상에 우리만 남은 것 같은 이상한 감각이 있었다. 우리가 함께 있다는 그런 감각이 참 좋았다.” 아마 우리가 작은 서점을 그리워하는 건 ‘함께 있다는 감각’을 느껴본 지 오래됐기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운 건 한강 작가의 폐업이 자발적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주변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고, ‘책방오늘’이 자리한 건물을 구입한 기업체는 세입자를 다 내보냈다. 세계적인 작가도 젠트리피케이션은 비껴가지 못했다. ‘한강 작가의 서점’이라는 문화자산이 없어진 게 가장 아쉽지만, 또 하나의 동네 서점을 잃었다는 사실이 쓸쓸했다.

<우리의 만춘> 음반 소개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책과 음악은 서로의 풍경이 되기도 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아름다운 풍경이 되기를. 우리의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아 그 순간의 풍경이 더욱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함께 걸으며 서로의 풍경이 된 우리들.” 책이 있고 음악이 흐르며, 사람들이 서로의 풍경이 돼주던 작고 안온한 공간이 그립다. 그곳에는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 시간이 있었고, 함께 있다는 감각이 있었다.

이용욱 편집장

이용욱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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