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을 하루 앞둔 서울 광화문광장, 사람들의 발치에 하얀 천으로 감싼 상자가 줄지어 놓였습니다. 저마다 손에도 작은 상자 하나씩 받쳐들고 있습니다. 상자 겉면에는 서툰 손글씨로 적힌 이름이 하나씩 붙어 있습니다. 맑음이, 소원, 별이, 대식이, 동백. 사람의 이름과 다르지 않은, 그러나 사람은 아닌 이름들입니다.
2024년 국회를 통과한 개식용종식법은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 2월부터 도살과 유통에 대한 처벌을 시작합니다. 정부는 최근 전국 개 사육농장의 82%가 문을 닫았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그 농장에 있던 개들이 어디로 갔는지, 몇마리가 살아남았는지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유예기간이라는 이름 아래 도살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이날 사람들이 들고 선 상자 속에는 그사이 세상을 떠난 개들의 유골이 담겨 있었습니다.
폐업률은 숫자로 집계되지만, 그 안에서 사라진 개들은 좀처럼 세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름은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이름을 손에 쥐고,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