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시작에 불과…한국에 날아올 트럼프 가문의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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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시작에 불과…한국에 날아올 트럼프 가문의 청구서

입력 2026.07.21 06:00

수정 2026.07.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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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쿠팡 비호하나 했더니…서서히 드러나는 속사정

지난 2021년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해 건물 외벽에 내걸린 쿠팡의 대형 현수막과 태극기, 성조기. 쿠팡 제공

지난 2021년 3월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해 건물 외벽에 내걸린 쿠팡의 대형 현수막과 태극기, 성조기. 쿠팡 제공

지난해 11월 쿠팡에서 3700만명대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6246억원의 과징금을 매겼다. 그러자 미국이 화를 냈다. 지난 4월 공화당 하원의원 54명은 주미 한국대사관에 서한을 보내 한국이 정보 유출을 구실 삼아 쿠팡을 상대로 범정부적 공격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도 한국의 조사가 차별적이라고 거들었다.

배경엔 온라인플랫폼법이 있다. 거대 플랫폼의 자사 우대나 갑질을 규제하겠다며 한국에서 추진 중인 입법이다. 미국은 이를 자국 기업 표적 규제로 본다. 쿠팡은 한국에서 서비스를 팔지만 법인은 미국에 있고 뉴욕증시에 상장된 회사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한국이 이 법을 밀어붙이면 무역 분쟁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심판이 쥔 주식, 협상가가 받은 자문료

여기까지만 보면 국가 간 통상 마찰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윤리청(OGE)의 재무 공개 보고서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산관리회사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쿠팡 주식을 18차례 사고판 기록이 담겼다.

주식 보유 규모는 크지 않다. 최대로 잡아도 13만달러(약 1억9000만원), 순자산 65억달러를 굴리는 사람에게는 푼돈이다. 문제는 미국 정부가 한국을 압박해 쿠팡 규제를 무르게 만들면 그 이익이 쿠팡 주가로 돌아온다는 데 있다. 통상 분쟁의 심판을 자처해온 미국 정부 대표가 사실은 링 위에서 싸우는 선수의 재무적 스폰서였던 셈이다.

사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그림은 통상 압박의 최전선에 선 그리어 USTR 대표에게서도 보인다. 그는 지명 전 워싱턴 로펌 킹앤드스폴딩의 통상 담당 파트너 변호사였고, 윤리공시엔 2024년 5월 쿠팡에서 받은 자문료 1만달러가 적혀 있다. 기업 자문으로 보수를 받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그가 지금 그 고객이 걸린 사안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는 2025년 3월부터 약 5개월간 공직자 이해충돌을 감시하는 OGE의 청장 직무대행까지 겸임했다. 감시받아야 할 사람이 감시기관의 수장을 맡았던 셈이다.

원래 이런 상황엔 제동장치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행정명령으로 윤리서약을 만들어 공직자가 취임 직전 2년간 옛 고객 사안에서 손을 떼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2기 들어 그 행정명령을 되살리지 않았다. 회피 의무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사위와 아들이 움직이는 ‘억달러’ 판

쿠팡은 빙산의 일각이다. 사위와 아들들이 움직이는 판의 단위는 억달러다.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다. 트럼프 정부 1기 땐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중동 정책을 총괄했고, 2기엔 공직 없이 지난해 가자지구 휴전 협상의 미국 측 핵심 창구로 뛰었다. 정식 임명이 아니라 대통령의 개인적 신임에 기댄 역할이다. 상원 인준도 공식 직함도 없어 이해충돌 규정의 적용조차 애매한 채로 국가 외교의 한복판에 섰다.

동시에 그는 사모펀드 어피니티 파트너스의 창업자다. 운용자산 62억달러 중 99%가 외국 자본이라고 미 하원 법사위 제이미 라스킨 의원의 조사 서한은 밝혔다. 최대 출자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로 20억달러를 넣었다. 쿠슈너가 미국을 대리해 마주하는 중동 국가들이, 동시에 그의 펀드에 거액을 맡긴 고객이다. 미국의 외교적 판단과 사위의 사업 이익이 같은 상대를 향한다.

지난 2024년 1월 15일(현지시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아이오와 코커스 개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차남 에릭 트럼프(왼쪽)와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도 곁을 지켰다. 디모인|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24년 1월 15일(현지시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미국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열린 아이오와 코커스 개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차남 에릭 트럼프(왼쪽)와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오른쪽)도 곁을 지켰다. 디모인|로이터연합뉴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공동 경영진으로 있는 벤처투자사 1789 캐피털은 지난해 8월 희토류 스타트업 벌컨 엘리먼츠에 투자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2억달러 안팎. 벌컨은 전기차·미사일·드론에 쓰이는 희토류 자석을 만든다. 3개월 뒤 미 국방부가 이 회사에 6억2000만달러 대출을 발표했다.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대출 신청은 국방부의 정상적인 심사 부서가 아니라 백악관을 거쳐 들어왔다. 트럼프 주니어와 가까운 피터 나바로 선임고문이 처리를 재촉했고, 몇달 걸릴 심사가 몇주 만에 끝났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백악관에서 전화가 왔다. 이걸 성사시켜야 한다고”고 말했다. 발표 뒤 벌컨의 기업가치는 20억달러로 뛰었다. 석 달 만에 10배가 올랐다. 트럼프 주니어 측은 백악관이 개입해 대출을 성사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자신은 이 대출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차남 에릭은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 나흘 전인 2025년 1월 16일(현지시간), 가문의 가상자산 회사 월드리버티파이낸셜(WLFI)의 지분 49%를 5억달러에 넘기는 계약에 서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매수자는 아부다비 투자기구 아리암 인베스트먼트 원으로, 실소유주는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친동생이자 국가안보보좌관인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드 알나흐얀이다. 이후 미국은 UAE에 대한 엔비디아 첨단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풀었다.

감시망이 지워지고 있다

이해충돌은 드러나면 견제된다. 견제할 기관이 살아 있을 때의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3주 만인 지난해 2월 데이비드 휘테마 OGE 청장을 해임했다. 임기 5년을 시작한 지 두 달 된 시점이었고, 통보는 두 문장짜리 e메일이었다. 앞서 2주새 독립 감찰관 17명 이상이 무더기로 잘려나간 뒤였다. 휘테마는 CBS 인터뷰에서 자신의 해임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도록 세워진 기관들을 해체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이후 1년 넘도록 후임은 지명되지 않았다. 대통령의 쿠팡 주식 거래도, 그리어 대표의 자문료도 바로 이 기관 서류에서 나왔다.

트럼프 일가의 세무 감시망도 흔들렸다. 1기 때 국세청(IRS) 계약직원이 세무 자료를 유출한 사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 측이 지난 1월 정부를 상대로 100억달러 소송을 냈다. 그러자 정부는 이 소송을 취하받는 대가로 트럼프 일가와 계열사에 대한 과거 세무조사를 모두 중단하고 면책권을 주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 7월 13일 플로리다 연방지방법원이 이 합의를 단칼에 무효화했다. 정부를 지휘하는 대통령이 정부를 고소한 뒤 ‘셀프 면죄부’를 챙기려 한 사법 절차 조작이자 담합이라는 것이다. 이번엔 법원이 막아섰지만, 윤리청은 여전히 청장이 없고 이해충돌 회피 의무를 규정하던 행정명령도 되살아나지 않았다. 무너지는 감시망 속에서 견제의 통로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버텼을 뿐이다.

청구서는 한국에도 날아온다

다시 쿠팡이다. 한국의 개인정보 규제도 온라인플랫폼법도 국내 절차를 밟는 정책이다. 정당한지 과한지는 한국 안에서 다툴 문제다. 그런데 규제의 내용이 아니라 규제의 대상이 미국 회사라는 사실이 통상 쟁점이 됐다.

여기까지는 국가 간 힘의 문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압박을 결정하는 대통령이 그 기업의 주주였고, 협상을 지휘하는 통상 대표는 그 기업의 옛 자문 고객이며, 이를 걸러낼 윤리기관은 1년 넘게 수장이 없다. 트럼프 일가만의 문제도 아니다.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안은 관료들이 그것을 걸러낼 장치를 무력화하며 국가의 결정을 내리고 있다.

한국 정부가 어떤 규제를 어떤 명분으로 만들든지 트럼프 가문이나 그 관료들의 이해와 엇갈리는 순간 통상 압박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쿠팡은 시작일 뿐이다. 플랫폼이든 반도체든 가상자산이든, 트럼프 일가 혹은 정부가 쥔 지분과 계약이 한국 정부의 규제와 부딪히는 지점은 늘어난다. 그때마다 트럼프 정부가 펴는 논리가 국익인지 사익인지 가려내는 것은 협상 테이블에 앉은 한국 정부의 몫이다. 그만큼 대응 전략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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